"롯데가 대전환 시대를 보고 미리 움직인다."
롯데그룹이 최근 메타버스 기업 비전브이알을 전격 인수한 것은 인수 자체보다 파급력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업계 일각에서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파격 그 자체다.
일단 롯데그룹 정보통신(ICT) 서비스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과 비전브이알의 메타버스 영상 기술력을 결합, 가상현실(VR) 상거래, 가상 사무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 시동이라는 측면에서 제2, 제3의 행보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미 지난 1일 하반기 롯데VCM에서 메타버스를 그룹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으며 새로운 시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지시한 상황을 복기하고 있다.
미래 전략사업 '스타트'... 제2, 제3의 투자 '가시화'
우선, 미래 전략사업의 시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을 잘 아는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베이'가 아닌 '비전브이알'인 이유를 살펴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말한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대전환으로 대변되는 가까운 미래, 혹은 이상세계의 결합, 융합, 병행이라는 차원에서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의 첫 단추임과 동시에 방향성을 보여주는 최적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B2B, B2C 사업을 두루 전개해 왔으나 그 중심은 전통사업 기반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함에 따라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사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왜 비전브이알일까. 비전브이알은 국내 최고의 메타버스 기술을 보유한 선도적 기업으로 꼽힌다.
VR 영상 속 인물·사물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딥 인터랙티브' 기술을 독자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초고화질 영상 구현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해온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제2, 제3의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비전브이알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딥-인터랙티브’ 독자 기술로 VR콘텐츠 특허를 보유했을 정도로 관련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면서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사업 역량 M&A로 돌파... 그룹 계열사 간 '미래' 시너지효과
롯데가 메타버스를 전략사업으로 선정한 배경도 흥미롭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거버넌스의 혼란 속에서 미래 전략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사드 등 그룹 외적인 변수도 겪었다. 타그룹에 비해 미래 전략가의 영입과 육성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대전환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의 전환기적 시장 상황을 관망만 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그룹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흘러나왔다.
현재보다는 미래사업의 방향성과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에 더 치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롯데가 ‘이베이’ 인수를 포기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력을 미래 사업에 투자해 대전환기의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베이 인수 이후 인프라 투자와 롯데ON 등과의 통합 비용만 추가적으로 2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약 6조원 규모, 혹은 그 이상의 자금을 미래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면 대전환기의 시대에 그룹의 위상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는 현재 메타버스와 함께 의료, 자율차, 수소경제, ESG 등 차세대 비즈니스 이슈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심사업 연계한 디지털 전환 가속... 미래 가치 창발적 신사업 목표
롯데는 당장 그룹 차원에서 이커머스, 건설, 유통 등 핵심사업과 메타버스를 연계해 새로운 미래 가치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이커머스, 건설, 유통 등의 분야에 메타버스를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건설은 직방과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를 업무 현장에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
메타폴리스는 오프라인 모델하우스를 메타버스 공간에 꾸며 온라인상에서 주거 상품 소개를 비롯해 분양 상담까지 한 번에 제공한다. 주택 사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목표다.
롯데홈쇼핑은 메타버스에 가상 캠핑장을 구현하는 비대면 쇼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아바타를 이용해 각종 캠핑 용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체험하고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자체브랜드(PB) 홍보에 나섰다. 가전유통업계 처음으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PB ‘하이메이드 섬’을 오픈했다. PR존·마을회관·카페 등 하이메이드 제품을 둘러보고 고객들이 정보에 대해 공유·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꾸렸다.
롯데는 더 나아가 메타버스 선점 차원에서 우선, 그룹 주요 관계사가 입점해 제2, 제3의 비스니스를 추진하는 전위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대전환의 시대를 앞서 나가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을 적극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전환 시대 최고 그룹 위상 목표... '디지털 영토' 진격의 롯데그룹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오는 2025년 약 315조원(2천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역시 디지털뉴딜2.0에서의 핵심 과제로 메타버스를 지칭할 정도로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막대한 통신과 컴퓨팅 자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4조원 이상의 두둑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여력과 의지도 있다.
그렇다고 롯데의 '미래산업'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미래산업인 만큼 그룹 최고위층의 비전과 투자, 지속적인 관심은 물론 구성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만이 가능하다.
롯데의 메타버스 전략은 이제부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비전브이알 인수를 계기로 전통 비즈니스 부문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 전략사업으로의 진격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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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연계한 새로운 디지털 영토, 비즈니스 공간에서 업계 최고가 되겠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이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비전브이알 인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메타버스 산업을 리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롯데정보통신의 신호탄"이라면서 "롯데정보통신은 '패스트 팔로'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미래산업을 개척, 글로벌 기업의 그룹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