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않은 대가를 치르고 도쿄올림픽을 후원했던 국내외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앓이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관심도가 떨어진데다 도쿄올림픽 이미지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되어 각종 이벤트에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은 유치를 둘러싼 뇌물 수수 의혹부터 방역을 도외시한 강행,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 선수단 감염 속출, 조직위 관계자 추문 등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건 사고로 개막 전부터 그 밑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올림픽을 활용한 홍보 활동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해칠 우려가 크다. 이번 올림픽 최대 후원사로 꼽히는 토요타가 "여러 모로 이해되지 않는 올림픽"이라는 쓴소리와 함께 광고 중단에 나서는 한편 NTT, NEC, 후지쯔 등도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 평창서 드론쇼 선보였던 인텔, 올해는 '잠잠'
인텔은 2017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7년간 동북아시아와 기타 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올림픽 후원사다. 후원 계약 후 첫 대회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e스포츠 대회와 VR 중계기술 등을 지원했고 개막식에서 드론 쇼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올림픽을 테마로 한 활동이 적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2020년 7월 도쿄에서 결승전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e스포츠 대회는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된 뒤 전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다.
인텔은 현재 대회 운영에 필요한 제온 프로세서 등 인프라를 후지쯔와 NEC 등 일본 기업과 협업해 제공하는 정도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전임 CEO가 공을 들였던 스포츠 관련 사업이나 기술도 대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인텔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혹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캐논 "올림픽 활용 마케팅 요청도, 계획도 없다"
카메라 업체인 캐논도 도쿄올림픽 골드 파트너사로 후원에 참여하고 있다. 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카메라와 프린터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둔 2018년부터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22일 "일본 본사에서 올림픽 마케팅 관련해 요청받은 사항이 없으며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역시 독자적인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예년대로라면 사진기자와 작가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 서비스인 '캐논 프로페셔널 서비스' 인력 파견 요령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언론사 인력이 활용할 렌즈 등만 도쿄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 최대 후원사 토요타 이어 자국 기업도 외면
일본 내 사회학자와 언론인, 작가가 주축이 되어 지난 2일부터 'change.org'에서 시작한 올림픽 중지 온라인 서명에는 현재까지 14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도쿄올림픽 후원에 참여한 기업들도 이런 기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의 최대 후원사인 토요타는 올림픽 관련 광고 자국 내 방영을 취소하고 토요다 아키오 사장 등 경영진의 개회식 참석 등도 연기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후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인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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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나가타 준 홍보담당 최고임원은 "여러 모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올림픽"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토요타에 이어 NTT, NEC, 후지쯔 등도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일에는 무토 토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이 "상황에 따라서는 취소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