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에게 낮은 평점을 받은 카카오 가맹 택시기사가 배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새 약관이 오늘부터 적용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하는 카카오T 택시의 유료 요금제 가입 조건에 평점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품질 개선의 일환이라고 카카오 측은 밝혔지만, 반대로 그간 승객이 택시를 호출할 때 참고용으로만 활용됐던 평점이 택시기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택시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낮은 평점? 유료멤버십 가입 'NO'…“배차 혜택 못 받는다”
세부 내용은 이렇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 요금제 ‘프로멤버십’을 지난 3월 선보였다. 서비스 예고 후 선착순 2만명을 모집했고, 기사들이 몰리며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가격은 5만9천원(가입 첫 달 무료)에서 이달부터 9만9천원으로 올랐다.
카카오 택시기사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빠른 배차가 가능하며 단골 승객이 호출할 때 우선적으로 배차 받을 수 있다. 택시 호출을 원하는 승객이 많이 몰린 지역을 표시해주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9만9천원을 지불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던 이 제도의 가입 요건에 카카오가 평점 조항을 넣기로 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승객들은 카카오 택시 이용 후 별 5개 만점으로 기사를 평가할 수 있다. 앞서 평점은 이용자 호출 시 참고용으로만 쓰였다. 앞으로 회사가 정한 표준 평점보다 낮으면, 기사들은 멤버십 신규가입이 불가능하다. 갱신도 안 된다. 평점을 곧 카카오 택시기사를 관리하는 바로미터로 삼겠다는 의미다.
서비스 품질 개선…“승객 만족도 올라갈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서비스 품질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기사들은 평점 관리를 통해 이전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는 양질의 서비스로 카카오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지디넷코리아가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함께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55명(55.5%)이 ‘카카오택시가 기존 택시 업계 문화를 혁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번 약관 변경에 대해선 1천명 중 612명(61.2%)이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기 성남에서 카카오 택시를 운행 중인 양모(56)씨는 “평점이 낮으면, 교육을 받아야 하거나 심지어 계약 해지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다 보니, 평점 관리에 신경을 쓴다. 자연스레 승객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카카오 택시 기사들 ‘기계’ 된다”
택시 업계는 기사들의 ‘기계화’를 걱정하며 반발했다. 이경식 한국택시협동조합 본부장은 특히, 카카오 독점 체제 가속을 우려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본부장은 "카카오 택시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시나 지자체에서 고객민원을 받는 등 택시 산업 서비스 발전을 위한 여러 조치가 시행됐다"며 "택시기사들은 이제 낮은 평점을 받게 되면, 이를 만회하고자 열심히 ‘작동해야’ 하는 기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하루 수십 명 이상 다양한 승객들을 마주한다. 낮은 평점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배차 혜택을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기사들을 평점으로 구분한다는 건 결국, 현재 독점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부품으로 간주해 통제하는 하려는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의 택시 시장 독식과 관련한 질문에 응답자 1천명 가운데, 671명(67.1%)이 ‘독과점 시 폐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카카오택시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안전한 택시 탑승할 권리 있다”vs“현장 소통 없다면 통제 수단”
반면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 플랫폼의 품질 제고를 위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점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평균치를 이용한다. 서비스 플랫폼 입장에선 낮은 평균치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플랫폼 전체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이슈를 두고,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일치하는 방향대로 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 교수는 "음식점은 맛으로, 교수는 강의로 평가받는다. 택시도 예외가 아니다. 이용자들은 안전한 서비스를 원한다"면서 "우리에겐 친절한 기사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할 권리가 있다. 서비스 품질 개선 차원에서 평점은 용이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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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전 이사장은 공정한 절차가 없다면, 카카오의 이번 제도 변경이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 이사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은 다채로운 상황에 직면하다. 따라서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국내 유수의 기업인 카카오는 택시 업계를 손에 쥐고 있다. 업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들 사이에선 이런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없다면 통제로 여겨질 수 있다. 공정한 절차를 밟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평점을 기준으로 삼고 싶다면, 먼저 기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간극이 좁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