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3개사가 업계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모두 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성사시킨데다 여전히 기업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회사를 폭풍 성장시킨 각 기업 오너의 차별화된 리더십과 ‘성공 DNA’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44) 전 의장은 “나를 믿고 따라와” 형의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김봉진(46)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은 “다르게 접근해볼까?”라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강점으로 국내 배달앱 1위를 찍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수진(44) 야놀자 대표는 “포기란 없다”는 남다른 지구력과 도전정신으로 소프트뱅크 패밀리로 합류, 나스닥 상장을 노리게 됐습니다.
■ “누가 뭐래도 고객만 바라보고 간다”...카리스마 리더 ‘김범석’
2010년 설립된 쿠팡은 그해 생겨난 그루폰코리아, 티몬, 위메프와 같은 소셜커머스 중 한 곳이었습니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같은 지역딜 상품을 하루 한두 개 파격가에 선보이며 이용자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매 상품을 늘려왔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중퇴한 김범석 의장은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입니다. 그는 1998년 대학 재학 시절 잡지(커런트)를 만들어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한 경험과, 보스턴컨설팅그룹에 근무하면서 사업가로서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2004년 월간지 회사(빈티지미디어)를 창업한 뒤 2009년 매각했고,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으로 한국에서 쿠팡을 만들었습니다.
김범석 의장은 오랜 시간 미국에서 학업과 창업의 경험 등을 쌓으며 아마존의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을 때 고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아쉬워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했습니다.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결국 빠른 배송과 직배송을 통해 이용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자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뒤 직배송 서비스인 쿠팡맨을 통한 ‘로켓배송’을 도입했고, 자체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했습니다. 매년 수천억 적자에 동종업계에서는 “누가 몰라서 못하냐, 저러다 회사 망한다”는 우려와 비아냥거림에도 물류와 배송에 대한 쿠팡의 투자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체 배송 차량을 도입해 택배 사업자들과 마찰도 컸지만, 직매입 상품을 배송하는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김범석 의장은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입버릇처럼 고객들이 “쿠팡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도록 만들겠다며 쿠팡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또 “아마존과의 경쟁은 두럽지 않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는 명언(?)으로 “오직 고객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처럼 김 의장은 호탕한 화법으로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나만 믿고 지켜보라니까”식의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결국 쿠팡은 2015년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 투자 유치에 이어,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성공시키며 주변의 우려를 통쾌히 날렸습니다. 이어 올해 초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 거래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40%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찍는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지마켓과 옥션, 11번가가 꽉 잡고 있던 이커머스 시장에 '그저그런'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뚝심 있는 도전정신과 과감한 결단력이 많은 이용자들이 실제로 “쿠팡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를 말하는 서비스로 만든 셈입니다.
■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창의력 지닌 따뜻한 오너 ‘김봉진’
2011년 설립된 우아한형제들은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이란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다면 현재의 성공은 없었다고 해도 될 만큼 김 의장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강력한 경쟁사였던 ‘요기요’가 독일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며 막대한 자금을 받아 성장할 때, 배달의민족은 스타트업 특유의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눈도장 찍기 전략을 취했습니다. 똑같은 TV CF 광고를 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식의 재치있는 광고 카피로 눈길을 끌었고, 디자이너 출신답게 전용 글꼴을 개발해 무료 배포함으로써 생활 곳곳에 배달의민족을 스며들게 만들었습니다. 또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와 같은 재밌는 문구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지금은 음식 검색부터 주문, 결제까지 모두 가능한 배달의민족 앱은 처음 음식배달 전단지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김봉진 의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주워 직접 입력했다는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이용자가 앱으로 주문하면, 이를 배달의민족 직원들이 직접 식당에 전화 주문을 넣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용자들은 모바일로 주문이 이뤄진다고 여겼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을 동동 굴리던 직원들의 ‘노동’이 숨어있던 것입니다.
수제 가구 회사를 창업했다 처절히 실패한 경험을 지닌 디자이너 출신 김봉진 대표는 “돈은 한정돼 있고, 어떻게 하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전달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창업가입니다.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에 딸린 작은 섬 ‘구도’의 식당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서울에술대학에 진학해 디자인 감각과 실력으로 네오위즈, 이모션, 네이버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브랜드 컨설팅 회사와 가구회사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의민족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논란이 한창일 때 ‘바로결제수수료 제로’를 선언하기에 앞서 골드만삭스·알토스벤처스 등 주요 투자자를 찾아가 이를 설득하고, 수익 감소 우려에도 결국 회사를 흑자로 만든 그의 추진력도 자주 회자되는 일화 중 하나입니다. 나아가 올해 초 발표한 재산 절반 환원 약속도 그의 인품을 잘 드러내 줍니다.
그렇게 배달의민족은 2019년 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기업가치 약 4조7천500억원 평가를 인정받아 지분 88% 매각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김 의장은 싱가포르로 건너가 ‘우아DH아시아’ 의장으로서 아시아 15개 지역의 배달앱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물, 사람도 다르게 바라보고 표현해낼 줄 아는 독창적인 감각,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는 뛰어난 소통 능력, 그리고 내가 가진 부와 명예를 주변에 베풀 줄 아는 넉넉함이 김봉진 의장의 리더십입니다.
■ “포기란 없다”...지치지 않는 DNA 타고난 ‘이수진’
이보다 더 ‘흙수저’ CEO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어렵게 자란 야놀자 이수진 대표의 리더십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야놀자는 모텔 청소부였던 이수진 대표가 숙박업 종사자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다, 2005년 소비자들에게 숙박정보를 제공하고 업주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숙박업소 이용후기 카페를 인수해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던 그는 친할머니 이름을 딴 ‘이옥녀 팥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수진 대표는 누구보다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았습니다. 모텔 하면 떠오르는 왠지 어둡고, 비도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숙박 시설을 현대화 하고, 디자인도 밝게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미술관 갤러리를 테마로 한 중소형 숙박시설 ‘코텔야자’를 오픈했으며, 몰래카메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몰카 안심존’과 같은 인증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숙박을 넘어 여행, 레저, 관광과 같은 다양한 놀거리를 추가하며 야놀자를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발전 시켰습니다.
2010년부터 모텔과 같은 중소형 숙박에 예약시스템을 도입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호텔과 달리 길을 걷다 가까운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모텔 이용 행태를 바꾸기까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2015년 출간된 그의 저서 ‘리스타트’에서 이수진 대표는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로 생존을 고민하는 창업가로서의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원점에서 또 다시 승부해야 더 발전한다는 그의 생각과, 카멜레온처럼 변해야 한다는 도전 정신, 초심을 지키려는 겸손함과 열정이 책에 잘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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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는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 열등감에 싸여있던 유년 시절을 극복하고 포기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야놀자를 만든 이수진 대표. 그는 “평생 할 실패를 다 해버렸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한 지치지 않은 유전자를 타고난 DNA 덕분에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꿈꾸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신을 ‘초보사장’으로 낮췄고, 야놀자 회사를 ‘아직 스타트업’이란 말로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또 여전히 일하는 게 재미있고 있고, 야놀자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 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의 열정이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