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업은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의 핵심사업인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사업입니다. 보통 지역균형발전사업으로 도로, 공항 등 지역 SOC 구축을 추진합니다. 사업비도 1~2조 원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는 1~2조 원을 포기하고 약 4천억 원이 들어가는 AI산업을 택했습니다. 사업비 측면에서 보면 광주광역시가 특혜를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게 아닙니다. 광주 AI산업융합 집적단지가 성공하려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임차식 광주 AI산업융합사업단장은 14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광주에 세계적인 AI 산업융합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가 이끄는 광주 AI산업융합사업단은 오는 2024년까지 5년간 3939억(국비 70%, 지자체 20%, 민자10%)을 투입해 광주 첨단 3지구에 AI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실무 역할을 맡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장을 역임한 임 원장은 기술고시 17회로 과기정통부 SW진흥단장, 정부통합전산센터장, 정보통신전략기획관, 네트워크정책관 등을 지냈다. 임 단장을 만나 광주 AI산업융합사업(광주 AI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임 단장이 맡고 있는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부터 소개해달라. 어떤 기관인가?
"우리 사업단은 국책사업인 ’인공지능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2020년 2월 1일 발족했다. 현재 1본부 2센터 4개 팀 4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설 기관이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앞으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할 예정이다."
-광주AI 사업이 지역균형발전 사업이라고 들었다
"맞다. 2019년 선정된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다. 산업화에 뒤진 광주광역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강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고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도로 같은 전통적 SOC 사업 대신 택한 지역균형발전사업이다."
-주로 어떤 사업들이 시행되나
"크게 네 가지다. 가장 먼저 AI 특화 인프라를 구축한다. 그리고 기술, 인재, 기업을 집적하는 AI산업융합 생태계를 조성한다. 사업 규모는 AI데이터센터, 실증기반 등 AI 인프라 구축에 2559억이 들어가고 AI 융합 연구개발(508억), 창업 및 기업 성장 지원(556억), 융합 인재 양성(315억) 같은 사업을 한다. 사업 기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이다. 총 사업예산은 민간투자금까지 포함해 4116억이다."
-네 가지 사업 중 가장 기본인 AI 인프라 구축 사업에 대해 말해달라
"AI인프라 구축사업은 AI특화 데이터센터와 실증기반을 구축하는게 골자다. AI특화 데이터센터 사업은 AI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컴퓨팅 시스템과 기반시설 구축에 900여억 원(센터 건축비 제외)이 들어간다. 구축하는 컴퓨팅 파워는 88.5페타플롭스(88.5PF,1초에 8.85경 번 계산), 저장 용량은 107페타플롭스(PB)다. 전체 88.5PF 중 25%인 20PF는 고성능컴퓨팅(HPC)이다. 올해와 내년에 전체 용량의 10% 정도를 데이터센터 구축 운영 전담사업자(NHN)의 컴퓨팅 파워를 임차하고, 오는 2023년부터는 광주에 구축한 국가AI데이터센터를 통해 컴퓨팅파워는 물론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SW를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광주 소재 또는 이전 예정 기업이 우선 지원대상이지만 다른 지역 기업도 지원한다. 현재 1차로 80개 기업을 모집해 서비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운영을 NHN이 하기로 했는데...
"그렇다. 당초 사업단에서 직접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데이터센터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 광주 인공지능 생태계 자생력 강화, 클라우드산업 진흥 등을 고려해 민간 전문사업자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NHN이 구축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NHN은 데이터센터 구축 운영 뿐 아니라 광주에 인공지능 연구개발센터 설립과 AI인력양성 아카데미 운영 등 광주 AI 생태계 활성화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할 예정이다."
-실증 장비 구축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AI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과 분석, 또 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실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광주 3대 주력 산업이 에너지, 자동차, 헬스케어다. 이들 분야에 총 645억을 투입해 77종의 실증 장비를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분야는 AI 에너지 진단 장비, 에너지 탐지 및 분석 장비, 에너지 거래 분석 장비 등 26종을, 자동차 분야는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차량용 통신 및 커넥티드 카 장비, 차량 데이터 수집 장비 등 25종을, 헬스케어 분야는 생체신호 데이터 수집장비, 감성인지 분석시스템, 병의원 연계 데이터 수집시스템 등 26종의 실증 장비를 각각 구축한다."
-연구개발 사업도 설명해 달라
"총 14개 과제에 508억을 투입한다. 14개 과제 중 에너지 AI 융합기술 연구개발 과제가 4개, 자동차 AI 융합기술 연구개발 과제가 4개, 헬스케어 AI 융합기술 연구개발 과제가 6개다."
-AI기업 지원은 어떻게 하나
” ‘누구든지 아이디어와 가방 하나 매고 광주에 오면 창업 대박의 꿈을 이루게 해 드린다’는게 모토다. AI특화 창업 및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556억을 투입한다. AI창업 경진대회를 비롯해 창업공간 지원, 시제품 제작 지원, 투자지원(AI 투자펀드 1000억 원 규모 조성), 글로벌 마케팅 지원 등 예비창업부터 기업 성장 단계별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력양성 사업도 소개해 달라
"인력양성은 대학교육 과정과 재직자 직무전환 과정을 병행해시행한다. 대학 AI 인재 양성과정은 AI+X(에너지, 자동차,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융합 과정을 운영할 대학을 선정해 AI 산업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과장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산학협력프로젝트나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무전환 과정은 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수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시행하는 사업은 어떤게 있나?
"올해는 1천억 정도를 투입해 공간 건축(277억 원) 등을 한다. AI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209억 원)과 실증장비 구축( 239억 원), AI 창업 및 기업성장 지원(126억 원), AI 인력양성(53억 원), AI 기술개발(124 억 원) 등이 이뤄진다. 공간 건축은 전체 공정의 50%까지 마칠 계획이다."
-인력 문제 등으로 광주 AI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광주AI사업에 여러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 어떤 이는 신의 한 수라 하고 어떤 이는 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는 지방 도시 광주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한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AI로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는 새로운 경쟁력 기반이 요구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일본 전자산업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일본을 추월했다.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잘 준비하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광주 AI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형 사업이 지역에서 먹거리로 정착하고 국가경재력 향상에 기여하려면 5년은 부족할 것 같은데...
"맞다. 오늘날 실리콘밸리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게 아니다. 미국도 이전엔 실리콘밸리보다 보스턴 같은 동부 지역이 더 발전했다. 하지만 자원이 점차 서부로 집중하면서 실리콘밸리가 동부를 앞질렀다. 광주도 마찬가지다. 자원이 분산되면 어디도 성공할 수 없다. 집중 지원해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시도 2024년 이후의 2단계 생태계 고도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여러 기업과 기관이 광주시와 AI협력 MOU를 맺었다. 몇 개 기업이나 기관이 MOU를 맺었나
"지난 7월 1일 현재 99곳이다. 조만간 100곳을 돌파할 예정이다. AI기업 뿐 아니라 벤처기업 투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주시와 손을 잡았다. 솔트룩스, 티맥스 등 많은 기업이 광주로 이전하거나 법인 또는 지사를 설립하는 등 광주로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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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사업단장으로 취임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소회와 포부를 말해준다면?
"초대 단장이다 보니 모든 걸 처음부터 내 손으로 해야 했다. 기업을 새로 창업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관계기관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40년 이상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했다. 정보통신 불모지인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도 함께했다. 이제 광주에서 AI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광주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적 AI 도시가 되는데, 또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