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인이 어떻게 TV 보냐고요, 삼성 TV면 문제 없습니다"

[인터뷰] '접근성 기술' 개발하는 삼성전자 VD사업부 이의윤 프로, 김병호 프로

인터뷰입력 :2021/07/12 08:40    수정: 2021/07/12 10:34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TV를 볼 수 있냐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TV 많이 보거든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이의윤 프로는 삼성 TV 접근성 기능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TV 시청은 시각장애인이 가장 즐기는 여가활동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다양한 TV 접근성 기술을 개발해 눈이나 귀가 불편한 사람도 어려움 없이 TV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려 왔다. 특히, 올 초 '사람을 위한 기술'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TV 속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스크린 포 올' 비전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VD사업부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이의윤 프로, 수원사회공헌센터 김병호 프로(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에서 접근성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이의윤 프로와 수원사회공헌센터 김병호 프로를 만났다. 김 프로는 자신이 시각장애 1급이면서 시각장애인 전용 온라인교육사이트 애니컴(anycom.samsunglove.co.kr)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 시각장애인 의견 직접 듣고 접근성 기능 확장

삼성전자는 전맹과 저시력인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TV를 위해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TV 접근성 기능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병호 프로는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협회(RNIB)와 지속해서 협업했고, 국내외 장애인 단체를 찾아 의견을 수렴했다”며 “덕분에 더욱 실용적인 기능들을 개발해 TV에 탑재할 수 있었고, 이런 노력은 RNIB 접근성 인증 획득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김 프로는 시각장애인 사용자로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하는 등 삼성 TV의 접근성 기능 개발과 사용성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전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게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다양한 시각장애인 의견들 가운데 당장 내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도 있는 한편, 개발 이슈 문제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저는 일종의 가교처럼 회사 실정에 맞게 코멘트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삼성 스마트 TV는 전 라인업에 접근성 기능을 갖추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 스마트TV는 리모컨 ‘음성안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말로 검색할 수 있고, 영상 콘텐츠 내 자막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이 리모컨 접근성 기능 확장에도 김병호 프로가 힘을 보탰다.

김 프로는 “예를 들어 리모컨의 경우 실제 시각장애인으로서 어떤 버튼이 더 편한지, 자세한 음성 안내가 나은지 핵심적인 용어만 출력되는 게 나은지, 점자를 어떻게 붙일지, 새로운 기능이 도입될 때 용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자문해드렸다”고 말했다.

■ “접근성 기술 구현, 기업 입장에서는 돈 더 들어”

장애인 사용자에게 모은 의견을 실제 기술로 구현하고 제품에 반영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사실 접근성 기술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이 프로는 “지속가능성의 경우만 해도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제품을 만들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처음엔 이를 두고 많은 논쟁도 있었지만, 계속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비용이나 질에 중점을 뒀다면 현재는 지속가능성도 염두에 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접근성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더 든다. 예를 들어 재생 플라스틱을 소재로 쓸 경우 적게는 5%, 많게는 10%까지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사업부의 분위기가 2~3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프로는 “2~3년 전부터 사업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며 “접근성은 회사 결정권자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에서 믿음을 주니 아이디어도 많이 생기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2~3년 사이에 삼성 TV 접근성 기능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 올해 출시한 네오 QLED와 QLED에 콘텐츠 자막의 위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막 이동’ 기능과 뉴스에 나오는 수어통역 화면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인식해서 확대해주는 ‘수어 확대’ 기능, ‘다중 출력 오디오’ 기능 등을 새롭게 적용했다.

2~3년 사이에 삼성 TV 접근성 기능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사진=삼성전자)

또한 색각 이상자들도 TV에 표현되는 색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색각 이상을 체크하고 화면을 보정해주는 '씨컬러스' 앱, 저시력자를 위해 메뉴 화면의 배경은 검은색으로, 글씨는 흰색으로 반전시켜 시각적 인식성은 높이고 눈은 덜 피로하게 해주는 '색상 반전' 기능 등도 선보였다.

색깔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컬러영상을 흑백으로 바꾸는 '그레이스케일’, 서비스 화면의 글씨와 세부 구성요소를 확대해 인식을 돕는 '포커스 확대’ 기능, 화려한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의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 방송'  기술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년 연속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의 방송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시청각 장애인용 TV를 무료로 보급하는 '시청각 장애인용 TV 보급사업' 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삼성 스마트 TV는 전 라인업에 접근성 기능을 갖추고 있다. 고급 라인업에만 접근성을 적용하면 가격의 장벽으로 기술의 혜택을 못 누리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병호 프로는 “몇 년 전에는 스마트 TV를 구매하려는 장애인들이 접근성 기능을 갖춘 라인업 질문을 많이 해 난감했다”며 “지금은 모든 삼성 스마트 TV에 접근성이 다 적용됐으니까 삼성에서 만든 TV는 걱정하지 말고 구매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VD사업부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이의윤 프로, 수원사회공헌센터 김병호 프로(사진=삼성전자)

삼성 스마트 TV는 접근성 기능에 있어 명실공히 업계 선두에 있다. 

CES 2021 접근성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공신력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음성 안내 확대, 수어 아바타, 자동 자막 생성 기술 도입, 수어 인식 화면 제어 기능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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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의윤 프로는 삼성전자만 접근성 기능에 관심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접근성 기능을 일부만 누릴 수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는 “삼성전자만 독보적으로 접근성 기능을 갖추길 원하진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권이 있는 게 더 낫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대기업으로서 리딩을 해서 후발주자들이 따라오는 선순환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