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골목스타트업이 필요하다

골목상권과 테크놀로지 결합해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1/07/08 16:06    수정: 2021/07/09 11:35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미국의 스타트업은 가라지(garage, 창고)에서 태동됐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구와 잡동사니들 천국인 그곳에서 뭔가를 만들고 놀던 문화적인 이유와 주택마다 가라지가 있는 미국의 주택 구조에서 기인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은 어린 시절 골목에서 먹고 자라고 뛰어 놀던 골목 문화다. 한국의 주택 구조가 골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골목 상권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에 골목을 살리려는 노력들이 있지만 대개는 건물 리모델링 하고 청년 창업자들을 입주시키는 소상공인, 특히 외식업 위주의 지원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청년몰 사업이 있다. 엄청난 비용으로 쇼핑몰 거창하게 리모델링하고 임차료 지원해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생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창업가 몇몇 입점시킨다고 재래시장의 상권이 부활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창업자들은 경쟁력 없는 아이템이나 미흡한 시장분석 등 운영의 미숙함으로 폐업에 이른다. 전국에 조성된 청년몰 총 38곳, 입점 점포 650개 중 40%가량은 폐업한 상태다.

스타트업(제공=이미지투데이)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이 있다. 지역의 자원과 특성 등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로컬크리에이터(지역 창작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주로 지역 문화, 관광 및 자원을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들의 창업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사업의 계획과 실행이 약하다. 정부 지원 이후 사업을 지속하고 성장시키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스타트업은 일견 거창해 보이지만 초기 아이디어 자체로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 실체가 없으니 공허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시제품이나 CBT(Closed Beta Test) 등의 PoC(Proof of Concept) 단계를 거친 연후에나 사업화 단계에 이르고, 실제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매출로 자생력을 갖추기까지 지난한 노력과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60.1%는 소위 창업 초기 3년에 해당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한국형 창업모델이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 영역의 창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소상공인, 로컬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의 창업은 그 결이 다르다. 오히려 그 점이 이들 간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골목스타트업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도 역삼동에서 전단지 사진 찍고 전화 응대서비스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골목과 로컬이 그 태동에 있었고 이제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

골목스타트업은 골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골목상권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따른 실체적 존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창조와 스토리텔링, 골목마다 특화된 스타트업의 입주를 통한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이 그 골목 안에서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만이 중심이 돼서 사업화를 진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사업화는 탁상공론의 이론만 있고 현실과 겉돌기 일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을 아우르는 판(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고, 서로 간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정확하게 나누고 모으고 기록할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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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언어가 아닌 문자가 필요하다. 언어만으로 대화는 가능하지만 상호간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나누고 기록으로 남기려면 리터러시(literacy : 문해(文解))가 필수불가결 하다. 선진국일수록 문맹률이 낮다. 지금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다. 데이터를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글을 배운다고 다 작가가 될 필요가 없듯이 데이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파이썬, 통계, 미적분, 코딩 같은 것을 배워서 모두 IT 전문 인력이 돼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크리에이터 모두에게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필요하다. 그래야 상호 간에 명확한 의사 전달과 기록이 가능하고 비로소 골목이 디지털전환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은 어릴 적 골목대장이 있었고, 골목 식당, 골목 철물점도 있다. 여기가 우리에게는 창업의 발원지(garage)가 돼야 한다. 미국에 가라지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골목이 있다. 골목스타트업이 필요한 이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전문가

現,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現,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객원교수 現, 중소벤처기업부 창업패키지도약사업 평가위원 現,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평가위원 現, 과학기술부 엑셀러레이팅연계지원사업 멘토 現, 창업진흥원 1인창조비즈센터 전문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