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병변이 뼈나 장기들과 겹치면 사람 눈으로는 제대로 포착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또 엑스레이 촬영물이 흑백이라서 잘 안보일 때도 있다. 결절이 하나가 됐건 두 개가 됐건 환자한테는 평생이 달린 것이다.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사용해 놓칠 뻔 한 것들을 잡아내니 든든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동부지부의 김민선 영상의학과 의사는 병원이 도입한 의료 AI 솔루션 기업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진단 소프트웨어인 ‘인사이트 CXR’을 사용한 후 이같이 말했다.
건강관리협회가 운영하는 전국 주요 시·도 16개 소재 건강증진의원에서는 흉부 분야 솔루션뿐 아니라 유방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인 ‘인사이트 MMG’를 사용 중이다.
환자는 작은 결절을 하나를 발견하고 놓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성인들 중에서도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초기 진단을 잘못 받아 큰 병으로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환자를 대하는 의사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하루에도 수백장의 흑백 엑스레이 촬영 결과물을 확인한다. 업무량이 늘어날수록 오진할 위험도 높아진다.
이 같은 문제를 의료 AI 솔루션이 해결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AI가 의사보다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균일한 진단과 보조 기능으로 의사의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이에 환자도 더욱 안심하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기자가 실제로 건협 동부지부에 방문해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한 후 루닛의 인사이트 CXR을 통해 검진 결과를 확인해봤다. 해당 병원에서는 보통 검진 결과를 상담사를 통해 안내하지만 기자는 영상의학과 의사를 만나 인사이트 CXR의 효과를 직접 들어봤다.
흉부 엑스레이 촬영까지는 일반적인 검진과정과 동일하고, 촬영물에 대한 의사의 판독도 모니터 상에서 이뤄지므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가 인사이트 CXR과 연계된 엑스레이 모니터링 화면을 띄워, 해당 솔루션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인사이트 CXR 적용 버튼을 누르면 단번에 결절 확률이 70%, 낮음 등과 같은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전 촬영물들을 동시에 띄워 놓고 결절 확률 비교도 바로 가능하다.
기자의 흉부 엑스레이 판독 결과 아무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먼저 판독했을 때 이미 정상 소견을 냈고, 인사이트 CXR을 적용한 후에도 결절 확률은 '낮음'으로 나타났다.
비교를 위해 결핵 등 문제가 있는 다른 환자 엑스레이 촬영물을 보니 한눈에 봐도 정상 폐와 달리 하얗게 변한 부분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인사이트 CXR도 83% 확률로 이상 소견을 냈다. 폐 질환을 겪는 또다른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는 1cm 안팎의 작은 결절 하나가 포착됐는데, 인사이트 CXR은 이에 대해 39%의 확률로 결절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민선 의사는 “하루에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300~400장 보는데, 최근엔 엑스레이 촬영물마다 인사이트 CXR 솔루션 기능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되면서 업무 능률이 더 늘었다”면서 “AI가 판독을 보조하면서 더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분석 결과 문제 없다고 나오지만 의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고, 반대로 AI는 문제가 있지만 의사는 정상이라고 판독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는 가장 보수적으로 문제가 있는 쪽으로 판별하며, 이처럼 작은 결절도 지나치지 않게 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처음 도입 1~2년 동안엔 의료 AI 보조 솔루션이 정말 도움이 될까 의심하기도 했는데, 반복해서 사용해보니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뼈와 뼈 사이나 폐가 심장과 겹치는 경우에는 AI 솔루션과의 교차 판독으로 재차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현재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 상위 10곳 중 7곳에서 사용 중이다. 또한 전세계 30개국 270개 이상의 병원에서 인사이트 CXR을 도입했다.
루닛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최근 코스닥 기술성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AA를 획득했다.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AI 헬스케어 기업들 중 AA-AA 등급을 달성한 사례는 없고 AI 기업들 중에서도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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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검진보조 서비스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어서, 의료시장에서의 입지는 아직 미약하다. 정부 의료 수가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병원이 소프트웨어 사용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대형 병원 위주로 진단보조 솔루션을 도입하는 추세다.
향후 정부와 업계 논의를 통해 의료 수가와 관련한 법제도 개정이 이뤄질 경우 루닛 솔루션과 같은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들이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소형 의료기관으로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