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산업은 2018년부터 시작된 PC 게임·e스포츠 바람에 이어 지난 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으로 2012년 이후 10년만에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았다. '토종 PC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조립PC 시장은 게임과 업무·학습을 위한 PC 수요로 지난 해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 중 대부분은 단순히 완제품만 수입하거나 해외 제품을 OEM 방식으로 들여오는 유통업체에 그친다.
한미마이크로닉스는 1997년 설립 이후 데스크톱PC용 전원공급장치, 케이스 등 필수 부품에 이어 게임용 액세서리 등을 자체 개발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사내 기술개발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제때 출시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
■ 자체 연구소 통해 국내 맞춤형 전원공급장치 생산
한미마이크로닉스는 1997년 설립 이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유통 등을 시작하다 1999년부터 PC케이스와 전원공급장치를 국내 처음 출시했다. 현재 주력 제품은 '클래식Ⅱ', '캐슬론M' 등 전원공급장치와 PC 케이스다.
2018년 경기도 김포시에 본사와 물류센터를 통합한 사옥을 건립했고 서울 가산동에 기술연구소를, 필리핀에 디자인센터를 운영중이다. 제품 생산은 중국 협력업체를 통해 진행하며 용산전자상가 인근에 고객지원센터도 운영중이다.
국내 전원공급장치 업체 중 직접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회사는 한미마이크로닉스가 유일하다. 이 회사 박정수 컴포넌트사업부문 사장은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며 얻을 수 있는 노하우와 비즈니스 효율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가 PC 전원공급장치를 고를 때는 입력 대비 높은 효율을 갖춘 제품, 또 내부 냉각팬의 정숙성과 전원 케이블의 편의성 등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중요시한다. 계절에 따라 온도·습도 변화가 큰 국내 환경도 변수다."
부설 기업연구소에서는 다년간 전력회로 관련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까다로운 국내 환경에 맞는 제품을 직접 설계한다. 저온·고온, 습도 등 다양한 환경을 시험할 수 있는 자체 시설도 갖춰 속도감 있는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 소비자 선택권 넓힌 독특한 게임용 액세서리
한미마이크로닉스는 한발 더 나아가 국내외 시장에서 PC 게임 수요가 증가하던 2017년부터 자체 게임용 액세서리 브랜드 '마닉'을 런칭했다. 이후 매년 디자인 컨셉트를 달리한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중이다.
키 스위치와 마우스 센서, 헤드셋 드라이버나 마이크 등 게임용 액세서리 핵심 부품의 성능은 이미 상향평준화된지 오래다. 소비자들 역시 성능이 비슷하다면 제품 선택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한다.
한미마이크로닉스는 서울 기술연구소와 필리핀 디자인센터가 협업해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모프', 형이상학적 개념을 도입한 '워프', 기계 구조에 영감을 얻은 '메카' 등을 출시했다.
박정수 사장은 "소비자에 따라 선호하는 디자인은 모두 다르다. 반면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디자인이 획일화되어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특이하거나 파격적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있는 도전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 고성능 하드웨어·자체 제품으로 사업 다각화
한미마이크로닉스는 지난 해부터 미국 뉴저지 소재 고성능 하드웨어 제조사인 PNY 제품도 국내 유통 중이다. 현재는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고성능 메모리, SSD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정수 사장은 "올해 그래픽카드 수급난 등 영향으로 당초 계획 대비 차질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다른 업체도 모두 동일하게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또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자체 브랜드를 단 SSD나 휴대용 모니터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도 시장에 출시했다"며 "하반기 이후 신규 카테고리 제품 출시도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 전년대비 20% 성장 목표..."하반기 그래픽카드·반도체 수급난에 기대"
한미마이크로닉스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지난 해 매출 49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매출액 401억원 대비 20%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40억원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를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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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암호화폐 채굴 수요로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벌어지며 조립 PC 수요가 떨어졌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원공급장치 핵심 부품 공급에도 일부 차질이 생겼고 이 때문에 매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수 사장은 "오는 3분기부터 그래픽카드 공급이 나아지면 전원공급장치 등 판매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현재 게임용 액세서리도 시장에 차질없이 공급하고 있다. 전년 대비 2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