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선구자인가, 돈키호테인가

법정화폐 채택 놓고 찬반 논란…실현 여부 관심

인터넷입력 :2021/06/21 13:17    수정: 2021/06/21 15:5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비트코인 선구자가 될까? ‘나 홀로 춤을’ 추다가 끝날까?

남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가 6월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때문이다.

이 방안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의회는 지난 9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재적 의원 62명 중 19명만 반대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을 성공하는 듯 했다. 달러를 법정화폐로 쓰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도 수용하면서 금융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비트코인 수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엘살바도르 개발은행 내에 수탁기관을 설립한 뒤 상인들이 요구할 경우 이 기관은 바로 달러와 교환해주도록 했다. 이를 위해 수탁기관 내에 1억5천만 달러를 비축하도록 했다.

금융 서비스 확대 기회 주장…세계은행 등은 강한 우려 

엘살바도르가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덴 이유가 있었다. 일단 금융 서비스 보급 비율이 너무 낮았다. 전국민 70%는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활용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엘살바도르는 2001년부터 달러를 법정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법정화폐였던 콜론은 현재는 1달러당 8.75콜론에 교환되고 있다.

하지만 자국 화폐 대신 달러를 사용하면서 두 가지 문제가 야기됐다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우선 엘살바도르 콜론을 달러로 바꿔야 사용하다보니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대외적으론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2019년 6월 1일 취임식을 거행하던 장면.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해외에 있는 엘살바도르인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인은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비트코인으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를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엘살바도르 정부가 강조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껴안기에 대해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또 중미경제통합은행 역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IMF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경우 거시경제적, 금융, 법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매우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좀 더 강하게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 대변인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세계은행이 환경 및 투명성과 관련한 단점까지 지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독재자의 충동적 발상' 비판도 만만찮아 

비트코인을 강하게 밀고 있는 부켈레 대통령에 대한 우려 시선도 적지 않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별난 스타일로 정부를 운영하는’ 젊고 역동적이면서도 충동적인 지도자의 외교 정책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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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부텔레 대통령 자체가 갈수록 독재자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지난 2월은 안보 계획을 위한 예산안을 승인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의회에 무장 군인들을 파견하기도 했다.

마이애미 해럴드의 한 칼럼니스트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만들려는 이번 계획은 부켈레 대통령의 권력 장악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