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90곳 가까운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올해 안에 약 30곳을 더 뽑을 예정입니다. AI에 특화한 스타트업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이 곳이 유일합니다."
윤종영 AI양재허브센터장(국민대 교수)은 17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AI하면 국민 누구나 양재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AI양재허브는 서울시가 양재 일대를 AI 인재와 기업이 밀집한 AI 특화거점(AI 클러스터)으로 조성하기 위해 2017년 12월 만든 AI분야 기술창업 육성 전문기관이다. 윤 센터장이 속한 국민대는 지난해 7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2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사업 주체인 서울시에 따르면 AI양재허브 입주기업들은 지난 3년간 누적 매출이 1261억원에 달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도 880억원을 기록했다. 센터에 입주한 80여 AI 기업들은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교총 인근 희경빌딩, 하이브랜드(양재 코스트코 인근) 등 세 곳에 나눠져 입주해 있다. 세 곳 중 교총이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윤 센터장도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AI양재허브는 AI분야에 특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창업 기관과 차별화 된다.
2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윤 센터장은 국민대 SW융합대학 교수로 50개가 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한 IT 및 스타트업 전문가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모임인 K그룹(Bay Area K Group) 회장을 맡기도 했다. 중기부가 운영하는 팁스(TIPS)타운 센터장에 2016년 선임, 이후 계속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윤 센터장과 일문일답.

-AI양재허브는 어떤 기관인가
"우리 허브는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양재 일대를 AI 인재와 기업이 밀집한 AI 특화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만든 AI분야 기술창업 육성 전문기관이다.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내가 속한 국민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7월 2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사업 주체는 서울시다. AI전문 인재 양성과 AI특화 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기업은 몇개나 되나. 신청자격은
“현재 AI 스타트업 87곳이 입주해 있다. 최근 3차 입주기업 신청을 받았다. 3분기까지 30곳 정도를 더 입주 시킬 예정이다. 신청 자격은 AI분야 기술 보유 및 사업을 진행 중인 창업 및 예비창업자다. 서류와 발표 평가로 뽑는다. 올 봄에 입주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
-입주하면 어떤 혜택을 받나
"먼저 공간 사용료가 저렴하다. 강남에 있는 유명 공유오피스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다. 사무실 공간은 크게 개방형과 독립형 두 종류가 있다. 독립형은 최대 4년(2+1+1)을, 개방형은 최대 2년(1+1)간 사용할 수 있다. 허브안에 있는 회의실과 라운지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네트워킹과 협업, 성장 프로그램 등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각종 지원을 한다."
-자금 지원도 하나. 얼마나 하나?
“직접 투자는 하지 않지만 협업화 사업, 초기 스타트업 사업화 등을 위한 자금을 제공한다. 테스트베드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에 내놓기 전 필요한 자금도 지원한다."
-어떤 AI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나
“몇 군데만 소개하자면, 루플, 아키드로우, 심플렉스 등이다. 루플은 AI 기반 생체리듬 케어 전문기업으로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아키드로우는 AI 기반 인테리어 3D 추천 서비스를 개발했다. 4K 렌더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이 선정한 주요 AI 스타트업에 뽑혔다.

심플렉스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선정돼 50억원 투자를 받았다. 이밖에 아기 초음파 사진을 실제 출생 시 예상 모습으로 바꿔주는 스타트업도 있고, 단체 급식 잔반 문제를 비전(vision) 인식으로 해결하려는 곳도 있다. 다양한 AI전문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게 AI 양재 허브의 최대 강점이다."
-비(非) 입주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입주기업이 아니지만 절차를 거쳐 멤버십 기업이 되면 공간을 제외하고 입주기업 못지 않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프로그램이다. 현재 70곳 정도가 가입했다. 멤버십에 선정 되면 허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인재 양성과 저변 확대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AI 머신러닝 융합교육과 AI가속기 설계 과정 등 다양한 전문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저변확대 차원에서 청소년AI교육, AI+예술융합형 교육, AI+여성인재양성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취준생, 관련 학부 전공자, 예비 개발자 등 AI양재허브가 배출한 교육생이 지난 한 해 1000여명에 달했다."
-어떤 AI분야에 특화된 지원을 하고 있나
"여러 지원 및 성장 프로그램 외에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센터(IDC) 공간도 제공한다. AI 양재 허브 3곳에도 자체 서버룸이 있지만 이걸로는 한계가 있다."
-AI양재허브만의 특장점이나 경쟁력은?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에 특화한 스타트업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 서울시가 운영 하지만 AI 양재 허브는 대한민국 AI 허브나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양재지구를 인공지능특화 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의 시발점이 AI 양재 허브다. AI지원센터도 서울시가 교총 옆에 만든다. 이미 착공을 했다. 2023년 완공할 예정이다. KAIST AI대학원도 이쪽으로 올 예정이다. AI는 혼자하기 힘들다. AI 기업들이 모여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 위치한 것도 큰 장점이다."
-해외 기관과 교류는?
“미국 실리콘밸리, 캐나다 몬트리올 등 다양한 지역 기관들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이 AI 양재 허브 기업에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금융권과 대기업에서 많은 콜을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인공지능이 필수다 보니 AI 전문기업을 많이 찾는다. 기술 활용, 전략적 협업 등을 위한 채널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은 어떻게 하고 있나
"글로벌화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지화다. 글로벌 진출 첫 단계는 현지화고 현지화가 돼야 다음단계로 나갈 수 있다. 현지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현지 로컬 파트너를 찾는게 중요하다. 이걸 우리가 도와주려 한다."
-해외 AI 스타트업 입주도 추진하고 있다던데
"밖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뿐 아니라 해외 기업을 끌어오는 인바운드도 필요하다. 한국계 미국(코리안 어메리칸) 스티트업부터 시작해 양재 입주를 추진중이다. 현재 2~3개 기업과 이야기중이다. 한국은 개발력이 우수하다. 시장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독특함이 있다. 이런 걸 어필하면 충분히 인바운드가 가능하다고 본다. "
-ETRI가 사업 파트너다. ETRI는 어떤 역할을 하나
"ETRI는 하드웨어 기반 교육을 담당한다. ETRI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사업화도 담당한다. "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실리콘밸리에 가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 학부 전공은 지질학이다. 대학 졸업 후 LG-EDS(지금의 LG-CNS)에 들어가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을 하다 아키텍트 일을 했다. 원래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유학을 간 스탠포드대학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마칠때쯤 미국 작은 IT기업에서 입사 제의가 들어왔다. 쥬니어 IT 컨설턴트로 일했는데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업 50곳 이상에서 15년 이상 IT전문가로 일했다.”
-근무한 미국 IT 기업 중 기억에 남는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이런 저런 일을 했는데 특히 페이스북 시스템의 다중화 업무를 한 것이 기억에 난다. 어떤 재난이 닥쳐도 페이스북이 돌아가게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페이스북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도 했다. 글로벌 로드 밸런싱이라고 한다. 사용자와 최적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해주는 일이다. 야후에서도 팀장으로 일했다.”

-실리콘밸리서 활동하는 한국인 모임인 K그룹 회장으로 있었는데...
"K그룹 이전에 실리콘밸리에 정부 주도로 만든 KIN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KIN은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없어졌다. KIN과 달리 K그룹은 민간 주도로 만들었다. 내가 회장할때 멤버가 3천명이였다. 당시 한국은 창조경제가 유행이였고,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K그룹 회장으로 한국과 자주 왕래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네이버가 만든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프로그램도 국내에 만들었고, 국내 대학가를 순회하며 실리콘밸리 경험을 말해주는 토크 투어도 자주 했다. 그러다 중기부의 팁스 센터장에 선임돼 한국에 돌아왔다."
-국내 창업 환경이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국내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글로벌을 본다면 그쪽에서 시작하는게 낫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이 훨씬 크지 않나. 아직 한국은 씨를 뿌리고 흙을 탄탄히 다지는 단계다. 일률적으로 된다 안된다, 좋다 안좋다를 말하긴 아직 이르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로 국내 스타트업에 조언을 한다면
"실리콘밸리를 떠난지 벌써 4~5년이 됐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건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부족하다는 거다. 결국 가서 부딪혀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우리도 현지화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봤는데, 어떤 분은 떠 먹여 주길 바라더라. 언어도 중요하다. 현지 고객이나 투자가와 이야기 하는데 중간에 통역을 쓰면 아무래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언어는 발음과 어휘를 말하는게 아니다. 그 나라 문화와 비즈니스를 말하는 거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좋은 현지 파트너를 찾는 거다. 입주 스타트업에게 AI로 시장과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늘 묻는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모델(BM)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양재가 세계적 AI 허브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생태계 싸움이다. 양재가 세계적 AI허브가 되려면 산학연이 잘 어울러진 좋은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광주도 세계적 AI 클러스터를 꿈꾸고 있다. 광주AI는 어떻게 보나?
"광주AI 담당자 몇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광주에는 지스트(GIST)가 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는 등 이점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 듯하다. 스타트업은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양재는 이점이 크다. 서울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광주는 협업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AI광주와 AI양재허브간 창의적 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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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강국코리아를 위한 제언을 한다면
"너무 당연하고 진부한 말 같지만 AI강국이 되려면 처음부터 타겟을 글로벌로 해야한다. 지금의 AI는 결국 데이터 싸움이다. 한국 인구는 5천만명이다. 중국은 10억이 넘는다. 미국은 3억 인구 외에 영어라는 세계공용어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어도 인구도 열세다. 얼굴인식만 봐도 우리나라에서만 하면 데이터가 다 한국사람이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AI는 다양한 글로벌 시장을 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