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마존·애플·구글·페북' 사냥 본격 시작됐다

하원, 5개 규제법안 발의…상원, '저격수' 리나 칸 인준 초읽기

홈&모바일입력 :2021/06/14 14:30    수정: 2021/06/14 16: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들은 넷플릭스와 함께 FAANG로 불리면서 미국 뿐 아니라 세계 IT업계를 대표한다.

하지만 영향력이 큰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자신만의 생태계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이들은 기존 독점금지법 그물망 바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거대 IT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선 ‘거대 IT기업들과의 쉽지 않은 전쟁’이 막 불을 뿜기 시작했다.

(사진=씨넷)

하원에선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법률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그러자 상원은 ‘아마존 킬러’로 유명한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보내는 작업에 속도를 냈다.

예일대 로스쿨 재학 당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란 논문을 썼던 리나 칸은 거대 IT 기업들에겐 저승사자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FANG, 전통적 독점금지법 그물은 교묘하게 빠져나가 

하원이 11일 공개한 5개 법안은 사실상 ‘4대 IT기업 맞춤형 법률’이다. 거대 IT 기업 규제의 약한 고리를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4대 IT기업의 반독점 행위는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째. 플랫폼 사업자의 이해 충돌 행위.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플랫폼과 상용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한다. 플랫폼을 통해 경쟁사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정보를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그 뿐 아니다.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 표출하는 등의 ‘부정 행위'를 해 왔다. 사실상 ‘자기 우대’이자 ‘경쟁사 핍박’ 행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선다 피차이 구글 CEO.

둘째. 인수 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할 당시 FTC를 비롯한 경쟁 당국은 별 문제 없이 허용해줬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페이스북은 두 기업을 결합한 뒤 ‘소셜 플랫폼 영역'의 절대 강자가 됐다.

팀 쿡 애플 CEO(사진=씨넷)

셋째.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새로운 서비스 전환 장벽 구축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서로 다른 세상이다. 일단 한쪽에 발을 딛게 되면 다른 생태계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둘을 ‘경쟁관계’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플랫폼 이해 충돌·경쟁사 합병 등 엄격하게 제한 

전통적인 법률 영역에선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쉽지 않았다. 하원이 민주, 공화 양당 공동으로 무더기 발의한 다섯 개 법안은 이런 약한 고리를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섯개 법안은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플랫폼독점종식법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 ▲합병수수료 현대화법 등이다.

‘플랫폼 독점종식법’과 ‘미국 혁신 및 기회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의 상품이나 앱을 우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씨넷)

특히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플랫폼과 경쟁 서비스를 동시에 보유하는 기업을 분할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은 인수 합병을 좀 더 엄격하게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이 잠재적인 경쟁기업들을 사전에 인수해 시장 경쟁을 말살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태계 장벽에 초점을 맞춘 법안은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이다. 이 법은 이용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꿀 경우 애플 쪽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안드로이드 시스템으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1일 발의된 법안들에선 애플, 아마존 같은 구체적인 기업명은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가총액 6천억 달러 이상 ▲월간 이용자 5천만 명 이상 등의 조건을 통해 사실상 거대 IT 기업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마존 킬러' 리나 칸, FTC 위원 인준 작업도 속도 

하원이 거대 IT 기업 규제 법안을 무더기 발의하는 동안 상원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독점규제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상원은 지난 11일 리나 칸 FTC 위원 인준을 위한 토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제 표결만 남은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조지아주의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모두 가져가면서 공화당과 50대 50 동률이 된 상태. 캐스팅 보트를 갖고 있어 인준에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리나 칸은 지난 해 미국 의회가 16개월 동안 4대 IT기업들에 대한 조사 작업을 진행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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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칸 FTC 위원 지명자

게다가 그는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리나 칸은 FTC 위원으로 지명한 것은 ‘거대 IT 기업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언을 받아들여질 정도다.

미국 경제자유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사라 밀러는 IT 매체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리나 칸을 FTC 위원으로 지명한 것은 민주당이 실패했던 반독점 규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고 평가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