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배터리 업계, 가격·기술력·안전성 3대 숙제 극복해야"

[인터배터리 2021 인터뷰]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디지털경제입력 :2021/06/10 09:49    수정: 2021/06/10 10:15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 화재 안전성 제고가 뒷받침돼야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만난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전기차배터리의 세 가지 숙제로 가격·기술력·안전성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전기차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문제"라며 "전기차 수요가 높은 MZ세대(10대 후반~30대 청년층)를 공략해 2천~3천만원대 소형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많이 출시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차가 비싼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팩 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150달러(16만7천원) 수준이다. 업계는 이를 절반 가량인 70달러(약 7만8천원) 수준으로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정 부회장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했다. 전기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주행거리와 연결된다. 그는 "가령, 유럽에선 주행거리 500~600km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300km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하루 일상적인 주행거리를 50km 정도로 보기 때문"이라면서 "반면에 우리는 기술력을 높인 끝에 주행거리 500km대에 안착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고체배터리를 누가 더 빨리 만들어 상용화하느냐 역시 관건"이라며 "국내 업계의 시차가 빠른 편이다. 2027년이 되면 소량 양산해 파일럿 테스트를 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실제 상용화는 2030년 정도로 본다"고 했다.

화재로 인한 전기차의 안전성 논란 역시 배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69건에 이른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냐는 데엔 이견도 있다. 문제는 '내 차는 안전할까'란 의문이 전기차 실수요자가 차량 구매를 꺼리는 이유가 됐다는 점이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1'.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참여기업 대표들이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기념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배터리에 투자 지속해 전기차 시장 볼륨 키워야

가격·기술력·안전성이 현재 전기차배터리 성장과 직결한 문제라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볼륨(Volume, 부피)을 키우는 것이 숙제라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전세계에 1억2천만대의 전기차가 등록이 돼있는데, 올해 판매대수를 500만대씩으로 잡으면 10년 뒤 5천만대, 20년 뒤 1억대 등 매년 30%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같은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배터리에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례로, 중국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전기차 볼륨을 키우고 있다"며 전기차 점유율을 좌우하는 것이 구매보조금인데, 중국은 이를 중단했다가 다시 내년까지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 집중하다가 이제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도 조인트벤처(JV, 합작)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미국 테슬라라는 월드 자동차 메이커와의 협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 관계자가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SDI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 업계에)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인력을 계속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산학협력이 운영되는 학과가 총 5개에 불과하다. '배터리 학과'는 전국에 유니스트(UNIST) 한 곳 뿐이다. 이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인력이 중국과 유럽 쪽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더 많은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고, 배터리 업계는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인력 양성을 위한 펀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인력 양성 방안은 다음달 초중순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K-배터리 발전전략'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 인력 양성을 반도체처럼 좀 더 타이트하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업의 국내 투자 시 세액공제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고 했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배터리처럼 성장잠재력 큰 산업 없어…新시장도 눈여겨봐야

정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치킨게임이 종료되면서 주요 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배터리는 아직 기업마다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며 "두 산업의 커가는 양상이 비슷해보일 지도 모르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기전자와 재료·화학공학 등 기본적인 기술 전략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조(兆)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의 투자 규모는 1기가와트(GW)당 1천~1천200억원에 불과하다. 60킬로와트(kW) 기준으로 1GW면 1만7천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며 "반도체는 기술속도 변화가 빠른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장비 교체 등의 이슈가 없어 한 번 투자해놓으면 상당히 오랜기간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배터리 만큼의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이 없을 것"이라며 "2030~35년이 되면 내연기관차 판매·생산이 금지되면 시장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매출이 늘면 글로벌 기업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일자리 유출 문제를 불러올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최종적인 배터리 메이커는 해외로 나가지만, 기업에 소재·부품·장비를 조달하는 업체들은 국내에 있어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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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 전통적인 의미의 배터리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배터리 재활용 등 신(新)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ESG경영과 함께 새로 떠오르는 것이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인데, 웬만한 회사들은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보면 된다"며 "유럽연합(EU)은 이미 사용한 배터리에서 추출한 소재를 30%까지 재활용하라고 권고 중이다. 현재 원재료 수입을 중국 등에 기대는 상황인 만큼,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