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법인세 개혁"…美·유럽, 어떤 걸 양보했나

미국, 판매있는 곳 과세 수용…유럽 '15% 최저 법인세' 동의

인터넷입력 :2021/06/06 21:32    수정: 2021/06/07 16: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국경이 사라진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은 세제 개혁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5일(현지시간) ‘최저 법인세율’과 ‘소득 있는 곳에서 과세’란 두 가지 원칙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법인세 개혁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EU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반면 미국은 IT 기업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과세 정책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까지만 해도 미국은 ‘회담 거부’를 선언할 정도로 강경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과 유럽이 서로 하나씩 양보하면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합의안은 ‘대형 글로벌 기업(the largest global companies)에 적용된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익률 10% 이상 대기업에 대해선 전 세계 수익의 20% 이상을 매출 발생 국가가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최저 법인세율 15% 이상 적용한다.

1. 이익률 10% 이상 기업, 이익 20%는 현지 과세 

이번 합의안의 핵심 중 하나는 판매가 이뤄지는 곳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상은 이익률 10% 이상 대기업이다.

이들에 대해선 글로벌 수익의 20%를 판매가 이뤄진 국가가 법인세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이 제대로 적용될 경우엔 기업의 물리적 건물이 있는 곳에서 과세권을 가졌던 전통적인 국제 법인세 징수 관행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G7 합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식 트위터)

이 규정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거대 IT 기업이 많은 미국에겐 불리한 조항이다. 트럼프 시절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이 조항을 양보했다.

다만 적용 대상인 ‘글로벌 대기업’에 대해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올 하반기에 계속 논의될 전망이다.

2.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 

미국도 양보만 한 것은 아니다. 영업지 과세권을 양보한 미국은 G7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15% 최저 법인세율’을 따냈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대형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나 아일랜드처럼 법인세율 낮은 국가에 본사를 설립한 뒤 세금을 회피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 조항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아일랜드처럼 법인세가 낮은 지역에 본사를 둔 뒤 세금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미국 정부는 최저 법인세율과의 차액만큼 추가 징수할 수 있다. 미국 내 거대 IT 기업들이 조세피난처 등을 활용할 유인 자체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최저 법인세율 15% 합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더 높은 세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3. 디지털세 폐지 시점 놓고 양측 팽팽 

하지만 더 큰 쟁점은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세 폐지 문제’였다. 프랑스, 영국 등은 디지털 서비스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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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프랑스, 영국 등에 추가 과세권을 갖는 대가로 디지털세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합의가 최종 확정된 이후 폐지하겠다고 맞섰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합의문에는 ”새로운 국제 법인세 규칙 적용과 모든 디지털 서비스세 폐지 문제를 적절하게 조정한다”고 규정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