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라는 법적 개념을 삭제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여가 지났다. 법 개정 이후 서비스 위주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사설 인증서들이 입지가 확대되고, 각 사업자들의 시장 공략이 활성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법 개정 이전에는 공인인증서가 서비스 형태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우월성을 지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설인증서는 기술·서비스 측면에서 뒤진 부분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규제 철폐로 해소된 것이다.
3일 전자서명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주요 인증서들의 발급 건수가 폭증하고 제휴처도 대폭 확대됐다.
금융처럼 인증서가 활발히 사용되는 분야부터 우선 진출해온 사설인증서 사업자들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는 모습도 관찰된다. 공동인증서만 사용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진출 의지를 피력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증서 4사 폭풍성장…발급 건수 2배 ↑
카카오페이와, 이동통신3사가 공동 운영하는 '패스'는 비교적 시장에 일찍 진출한 만큼 인증서 발급 건수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처도 수백곳 수준으로 확보했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7월 기준 1천500만건이던 인증서 발급 건수가 지난달 기준 3천100만건을 기록,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모회사인 카카오도 작년 12월 카카오톡에서 모바일 신분증·자격증 서비스로서 제공하는 '카카오톡 지갑' 인증서를 출시해 출시 5개월여만에 1천300만건을 발급했다.
패스 인증서의 경우 작년 4월 기준 1300만건에서 1년 뒤인 지난 4월 2천800만건을 기록해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금융사로 제한됐던 제휴처도 공공, 민간 등 타 분야로 확장됐다.
네이버의 경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시점에 맞춰 전자고지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서비스 수단인 네이버 인증서의 활용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발급 건수가 1천만건을 돌파했다. 회사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입지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스는 자사 금융 플랫폼을 무기로 인증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이용에 인증서 사용이 필수적인 만큼, 플랫폼 사용이 인증서 발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019년 8월 서비스를 출시해 지난달까지 인증서 2천300만건을 발급했다. 향후 증권 서비스와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데이터 등 금융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면서 인증서 보급도 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 사용처도 현재 18곳을 확보했고, 올해 연말까지 3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공인' 독점 영역 진출 순탄…B2B 인증서도 준비
법 개정 이후 사설인증서 사업자들이 활발히 진출한 분야는 공공·금융 등 공인인증서만 취급되던 영역이다. 시간이 흐른 현재, 주요 기업·기관에서 사설인증서를 취급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보안 등 기술 수준이나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사설인증서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장에서 검증받은 것이다.
공인인증서만 사용하던 연말정산에도 올초 사설인증서 5종이 시범 도입되기도 했다. 공공 영역에서 이용자가 선호하는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였다.
다만 연말정산 사례에서는 사설인증서 이용이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난 1월15일부터 30일까지의 인증서 이용 건수 중 공인인증서 사용량이 전체의 90% 수준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 전망은 긍정적이다. 올해 연말정산의 경우 기존에 발급해둔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비중이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용하던 공인인증서 기한이 만료된 내년 연말정산 이후부터는 사설인증서 사용 비중이 자연히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초기에 이뤄진 시범사업이다 보니 사설인증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다음 연말정산에서는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사용 비중이 역전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증서 발급량 기준으로 카카오, 패스, 토스, 네이버가 주요 4개 사업자인데 이 중 토스와 네이버가 빠져 선택지에 제한이 있던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사설인증 업계와 정부는 이번 연말정산 시범 사업에서 사설인증 사용량이 잘 나온 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금융 등에서 사용되는 개인용 인증서 외 기업용 인증서 시장에서도 사설인증서를 찾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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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열 KISA 차세대암호인증팀장은 지난 4월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 이후 정부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현재 개인용 인증서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점차 기업용 인증서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사업자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사설인증서 사업자들은 추후 사업자 인증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