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좀 말려줘"…美 SEC, 계속된 돌발발언 경고

'소셜 미디어 사전 승인' 합의 무시…3차례 경고서한 보내기도

인터넷입력 :2021/06/03 11:11    수정: 2021/06/03 15:1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머스크의 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이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돌발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비트코인과 관련된 여러 발언 때문에 급격한 시세 변동을 초래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현지시간) SEC가 2019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일론 머스크에게 단호한 경고 서한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이 서한에서 SEC는 머스크에게 2018년 합의를 준수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특히 SEC는 지난 해 5월엔 “테슬라가 법원에서 부과한 의무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일론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감독하기로 SEC와 합의한 부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EC가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측에 보낸 서한은 정보자유법을 활용해 입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SEC, 2018년엔 사기혐의로 고소하기도 

일론 머스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회사 주요 정보를 무차별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과도한 소셜 미디어 활동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수에 휘말렸다.

특히 2018년엔 상황이 좀 심각했다. 당시 SEC는 일론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머스크가 ‘거짓되고 오도하는’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게 소송 이유였다.

SEC는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활동 때문에) 기업의 자산관계를 관할하는 규제기관에 적절한 고지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2019년 4월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 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머스크는 원할 땐 언제든 트위터를 이용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다만 특정 사건이나 중요한 금융관련 결정과 관련된 내용일 경우엔 사전에 증거권법 전문 변호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사진=SEC)

합의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합의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테슬라가 2019년엔 50만대 가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당시 머스크는 이런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테슬라 변호사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결국 SEC는 또 다시 일론 머스크를 제소했다.

법원은 양측의 합의를 유도했고, 결국 SEC는 일론 머스크가 대외 소통을 할 때 법무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대상 중엔 테슬라의 금융 상태, 생산 및 인도 숫자, 새로운 비즈니스, 판매 전망, 인수합병 노력, 자금 모금 활동 등이 포함됐다.

양측은 2019년 4월 26일 합의에 도달했다.

일론 머스크, 두 차례 합의에도 여전히 금지발언 계속 

하지만 두 번째 합의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머스크는 합의 3개월 뒤에 “올해 말까지 솔라 루프 1천개를 만들기를 원한다”는 글을 또 올렸다. SEC가 규제 대상이라고 명기한 ‘생산 및 인도 숫자’를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테슬라 법무팀은 SEC에 “머스크의 트윗은 완전한 희망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고 답변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머스크는 2020년 5월 1일에 또 다시 SEC를 자극했다. 당시 그는 “테슬라의 주가가 너무 높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서도 테슬라 측은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승인 대상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EC가 강하게 반응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관련기사

SEC는 테슬라 법무팀에 일론 머스크가 주가에 관해 언급한 트윗 기록을 요구했다. 하지만 테슬라 법무팀은 갖고 있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SEC는 머스크의 거듭되는 일탈 행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정책을 위반한 것이 없다고 천명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