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방사성 세슘 등 선택 제거기술 개발…상용화 가능성↑

흡착성 높인 복합체 개발 성공…"제조비용 싸고 과정도 간단해 대량생산 적합"

과학입력 :2021/05/27 15:57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로 인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방사성 오염핵종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흡착제를 개발해 주목된다.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 형성되는 세슘과 스트론튬은 높은 열을 방출하는 특성과 반감기가 30년 이상 지속돼 방사성 오염수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물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체기술연구부 양희만 박사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과 함께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제올라이트는 방사성 핵종 흡착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세슘과 스트론튬에 대해선 흡착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희만 선임연구원(좌), 한국과학기술원 최민기 교수(우). 사진=원자력연

연구팀은 황을 이용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 상용 흡착제인 제올라이트 기공 내부에 세슘·스트론튬과의 화학적 친화력이 높은 황을 승화시켜 봉입,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 

저비용에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제조 가능해 상용화 기대도 크다. 세슘과 스트론튬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흡착제 개발은 많이 시도돼왔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제올라이트의 종류에 상관없이 황을 많이 봉입할수록 세슘의 흡착 선택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제올라이트의 한 종류로 세슘 흡착에 흔히 쓰이는 '차바자이트(Chabazite)' 내 황의 질량 백분율이 5%와 10%일 때 세슘 흡착 선택성도 각각 3.2배, 7.1배 증가했다.

반면에 스트론튬에 대한 흡착 선택성은 제올라이트의 종류에 따라 황의 특정 함량에서 최대치를 보였다. 스트론튬 흡착에 흔히 활용하는 제올라이트A(NaA Zeolite) 내 황의 질량 백분율이 3%일 때 제올라이트A 대비 최대 1.5배 증가했지만, 10%에서는 1.33배 증가에 그쳤다.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세가지 형태의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들고 있다. 사진=원자력연

연구팀은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이용한 오염지하수 정화 실험을 통해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을 각각 99.4% 이상 제거했다.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이 동시에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두 핵종 모두 97.5% 이상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 해체 시 발생할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활용 가능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의 흡착 성능을 확인한 만큼, 사용이 끝난 제올라이트를 안정화하는 공정을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추가 진행한다. 또 기술이전도 추진한다.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합성한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의 흡착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연

이번 연구를 주도한 양희만 박사는 "제조비용이 싸고 과정도 간단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며 "현재 오염수 처리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일반 제올라이트를 바로 대체할 수 있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하다"고 했다.

최민기 KAIST 교수는 "합성 방법을 최적화해 세슘·스트론튬에 대한 흡착 성능을 높이고, 황-제올라이트 기반 분리막과 미세 수중로봇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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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으로 개발된 이 기술은 지난 4월 국내와 일본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다. 미국에서도 현재 특허 등록을 심사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 '어플라이드 서피스 사이언스(Applied Surface Science)',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