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몰로코 "데이터를 돈으로 만들어줘···올해 매출 5천억"

[안익진 대표 인터뷰] 2013년 11월 설립...세계 250개 기업이 고객

지난 4월 국내 13번째 유니콘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몰로코(MOLOCO, 대표 안익진)다. 이 회사는 2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 유치하며 유니콘 대열에 올랐다. 특히 몰로코는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중 첫 유니콘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2013년 설립된 몰로코는 고객(회사)이 가진 데이터를 분석, 돈이 되게 해주는 회사다. 이를 위한 '툴'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을 사용한다. 배달의 민족을 비롯해 세계 250개 회사가 몰로코 고객이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데이터를 수익화(Monetization)하는데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몰로코는 다른 유니콘들과 달리 매출이 상당하다. 작년에 2천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5천억원이다. 회사 이름 '몰로코'는 머신러닝 컴퍼니라는 뜻이다. 설립자인 안 대표가 직접 지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 구글에서 나와 2013년 11월 몰로코를 설립했다.

안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97학번)를 졸업(2004년)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유팬)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2006년)한데 이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UC샌디에고)에서 컴퓨터과학 박사를 수료했다. 구글에 들어가는 바람에 박사를 마치지 못했다. 구글에서는 유튜브에서 2년, 안드로이드팀에서 4년 등 6년을 일했다. 구글 경험을 기반으로 몰로코를 설립했다. 아래는 안 대표와 일문일답

-몰로코는 어떤 회사인가

"몰로코라는 이름은 '머신러닝 컴퍼니'의 약자다. 내가 지었다. 보통 구글 출신들이 네이밍에 신경을 안 쓴다.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도 다 구글이 산 회사들 아닌가. 몰로코는 기본적으로 돕는 회사다. 세계 많은 기업, 특히 모바일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몰로코는 이들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AI와 데이터로 분석해 돈이 되게 만들어준다. 영어로 머니터제이션(Monetization)이라고 한다. 고객(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한다. 초당 광고 요청이 최대 200만건에 달한다."

-예를 들어 달라

"한국에 데브시스터즈라는 회사가 있다. 구글보다 식당이 좋은 회사다. 이 회사가 '쿠키런'이라고 하는 '애니팡' 수준의 게임을 내놨다. 예전같으면 한국 회사가 유럽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설립해야 했다. 우리랑 협업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100개국 이상에 광고를 송출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글로벌 마케팅을 하려면 사람과 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머신러닝과 데이터가 대신한다. 데브시스터즈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AI 및 데이터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

"몰로코는 2013년 11월 설립했다. 창립전 유튜브와 구글에서 일하면서 창업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들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 구글에서 많이 배웠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제시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지를 배웠다. 특히 유튜브에서 광고를 수익화(머니터제이션)하는 방법을 배웠다."

-구체적으로 유튜브에서 어떤 일을 했나

"박사 2년차에 구글에 입사하는 바람에 학위를 마치지 못했다. 구글에서 총 6년 있었다. 처음 2년은 유튜브에서, 나머지 4년은 안드로이드팀에서 일했다. 유튜브에서는 광고를 수익화하는, 머니터제이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광고를 활용해 돈을 버는 팀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하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광고하는 걸 유튜브에서 내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2년 뒤에 구글에 들어갔다. 유튜브가 1조6천억원에 구글에 팔렸는데 매각 당시만해도 유튜브는 연간 적자가 8천억 원이나 됐다. 당시만해도 클라우드가 없어 유뷰트 서버가 부족해 문제가 자주 일어났다. 당시 구글에서 "돈주고 사는게 맞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안드로이트 팀에서 한 일은

"안드로이드팀에서는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 역시 내가 처음이였다. 처음이다 보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운용체계(OS)와 하드웨어만 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설득하려니 정말 힘들었다. 들어갈 때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나 혼자였는데 나올때는 18명으로 늘었다. 내부를 설득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걸 구글에서 배웠다. 회사가 모든 아이디어를 다 지원할 수 없다. 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큰 기업은 한계가 있어 창업을 했다. 구글 나오기 1년전부터 창업을 생각했다. 삼성이 팔로알토에 운영하던 인큐베이스 스페이스에 처음으로 사무실을 마련,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가는 어떤 사람인가?

"오라클에서 일하던 대학 후배 박세혁과 같이 몰로코를 설립했다. 박세혁 공동창업자(코파운더)는 AI업계 거물인 앤드류 윙 제자다. 윙 밑에서 석사를 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3년 후배다. 스타트업 정신은 나보다 박 코파운더가 더 충만한 것 같다(웃음). 박 파운더는 몰로코 이전에도 창업을 몇 번 시도했다. 몰로코 CIO를 맡고 있는데 어려서부터 국제정보올림피아드 메달을 휩쓸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가 회사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있다.

-창업 아이템은 어디서 얻은 건가

"구글에서 나오기 전 이미 '문제'는 정의하고 나왔다. 모바일 회사들이 90%가 돈을 못 번다. 이 문제를 머신러닝과 데이터로 해결해 주기 위해 몰로코를 세웠다. 구글에 있을때 보니 많은 훌륭한 앱들이 돈을 못 벌더라. 데이터를 잘 활용 못해 성장을 못하는 거였다. 데이터는 많은데 수익화를 못하는 기업에 기술(테크놀로지)을 공급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생각(컨셉)으로 몰로코를 설립했다."

-몰로코가 보유한 AI 제품(솔루션)은?

"광고로 수익을 내게 하는 '몰로코 엔진'이 핵심 제품이다. '몰로코 엔진'을 클라우드로 제공한다. '몰로코 엔진'은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만들어 주는 AI 솔루션이다. 사용한 만큼, 광고 집행량만큼 과금을 한다. 홈쇼핑을 예로 들어보자. 국내에 여러 홈쇼핑 회사가 있다. 이들은 홈쇼핑이 메인이지만 광고 수익도 꽤 올린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내가 들은게 약 20조 원이다. 50조 원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많은 커머스 회사들이 광고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가 해주는 일이다. 규모가 큰 회사도 자체 엔진과 인력을 확보하기 힘드니 우리 고객이 된다. 최근에도 모 홈쇼핑 광고 고도화를 우리가 도와 줬다. 몰로코는 AI, 데이터, 클라우드 전문회사다."

-직원은 몇 명 인가

"글로벌로 200명이다. 한국에는 70명 정도 있다. AI와 데이터 인원이 50명이 넘는다. 박사 출신도 꽤 된다. 프로그래머는 미국과 한국에,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한국과 미국 영국, 싱가포르에 있다. 영국도 좋은 인력이 꽤 많다. 구글 다니며 좋았던게, 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생겼다."

-고객사는 얼마나 되나

"250곳 정도다. 모두 비투비(B2B) 기업이다. 국내는 배달의 민족이 고객이다. 배민이 디지털 마케팅을 막 시작할때인 5년전부터 우리랑 같이 일을 했다. 고객사가 성장해야 우리도 성장한다."

몰로코 서울 사무실 직원들이 지난 2019년 연말 파티를 하고 있다..

몰로코 직원들이 2019년 하와이서 워크숍을 하고 있는 모습

-고객사 중 성공 사례를 말해달라

"국내는 배달의 민족(배민)이다. 사용자(유저) 한 명이 앱을 까는데 얼마 드는지 분석을 하는 걸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한다. 배민과 5년전 퍼포먼스 마케팅을 같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5년전만해도 퍼포먼스 마케팅은 드물었다. 우리가 배민에 먼저 제안을 해 이뤄졌다. 해외 사례는 러시아의 대형 게임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우리 도움을 받아 글로벌로 많이 성장했다."

-몰로코 경쟁사는 어디인가

"모바일 광고에서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머니터제이션 하는 건 우리가 세계 톱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경쟁사를 들자면 나스닥에 최근 20조 규모로 상장한 미국 회사 앱러빈이다. 매출만 보면 우리가 앱러빈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앱러빈과는 경쟁사이면서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앱러빈이 우리를 인정해준다. 앱러빈은 모바일 광고+게임에 강하다. 대신 우리는 모바일 광고+머신러닝에 강하다."

-스타트업인데 매출 성장세가 놀랍다. 올해 목표는?

"지난 2019년 매출 800억원을 올렸고 작년에는 2000억원을 했다. 올해 목표는 5000억원이다. 최근 3년간 매년 2.7배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면 2022년에 매출만 1조원이 넘겠다

"(웃으며) 올해 말에 플래닝을 해봐야 알겠다."

-영업이익은 어떻게 되나

"영업이익도 괜찮다. 흑자다. 미국에서는 5년전 머신러닝에 큰 투자가 일어났는데 다들 수익화로 고전하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지가 아직도 숙제다. 하지만 우리는 광고업계와 머신러닝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사실 머신러닝계는 광고 비즈니스가 매력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이 문제를 풀었다(돈을 남기는 비즈니스를 이미 했다는 의미)고 보기 때문이다. 의료 이미지 등 할 게 많은데 광고 분야에서 머신러닝으로 수익을 내는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광고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맨파워는 어떤가?

"점점 좋은 분들이 오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박세혁 씨도 세계적 코딩 대회서 여러번 상을 받았다. 이런 사람들이 회사에 꽤 있다. 최근 온 엔지니어는 인텔 펠로 이면서 인텔에서 SW 부문 CTO로 일했다. 김창훈 박사라고 한국 사람이다. 구글에 있던 황용수 님도 왔다. 황용수 님은 한국구글에서 최고 엔지니어다. HR쪽에서는 네플릭스 출신이 들어왔다."

-누적 투자액은 얼마인가

"올 초 투자 라운드때 힘들었다. 너무 좋은 분들이 서로 투자하려 해서다. 중간에 라운드를 조기 종료했다. 공식적으로 B라운드가 끝났다. 앞으로 프리IPO 라운드나 C라운드를 할 거다. 소프트뱅크는 아직 우리한테 투자하지 않았다.(웃음)"

-상장 계획은

"차근 차근 준비하고 있다. 시기를 공개할 수 없지만 조만간 할 것 같다. 이미 언제든 마켓에 갈 준비는 돼 있다. 나스닥에 갈 거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5년후, 10년후 목표는?

"비즈니스머신러닝(BML)을 전세계 디지털 기업에 보급하는게 목표다. BML은 우리가 만든 용어다. 글자 그대로 비즈니스용 머신러닝을 말한다. 몰로코 엔진도 BML이다. 광고에서 시작해 지난해 12월 추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추천 분야에서도 이미 고객이 나왔다. 유통 분야도 우리 솔루션이 유용하다. 우리 매출의 90%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다. 우리 고객사인 광고기업은 대부분 데카콘이다. 그만큼 우리도 성장할 여력이 크다. 우리가 데카콘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BML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며 세계 1등이 되고 싶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니 어떤가. 해외 사무실은 몇개나 있나

"한국도 스타트업 하기 좋다. 클라우드 때문에 미국에서 창업하는게 예전처럼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큰 꿈을 실현하려면 미국에서 하는게 더 낫다고 본다. 해외 사무실은 한국 외에 미국, 영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에 뒀다.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는 법인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주로 자전거를 탄다. 다행히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예전 런던팀과 타운홀 미팅을 하는데 한 직원이 잠 못드는 밤이 있냐고 묻더라. 농담처럼 "나는 굿 슬리퍼(good sleeper)"라고 말했다."

-좌우명이나 가장 좋아하는 말은

"큰 문제는 작은 문제보다 풀기 쉽다는 말이다.(Solving big problems is easier than solving little problems).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사피엔스가 인상적이였다. 최근 회사의 4대 코어 밸류를 만들었다."

-예비창업자나 스타트업 후배에 들려주고 싶은 말은

"초기일 수록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또 intrinsic motivation에 관해 고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녁 자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웃으며) 우리 엔젤 투자자분들이다"

-내 인생의 최고 순간은

"최고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days are yet to 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