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치아’ 채굴 바람...국내 고용량 HDD 가격 오름세

8TB HDD 중심으로 상승...2TB NVMe SSD 재고 소진중

홈&모바일입력 :2021/05/18 16:02    수정: 2021/05/19 09:12

국내 시장에서 8TB 이상 고용량 HDD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사진=펙셀즈)
국내 시장에서 8TB 이상 고용량 HDD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사진=펙셀즈)

지난 4월부터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치아'(Chia, XCH) 채굴 바람이 일본을 거쳐 국내에도 불고 있다.

이 달 초부터 거래가 시작된 치아는 18일 현재 개당 1천300달러(약 147만원)에 거래중이며 치아 채굴을 위해 6.342EB(엑사바이트)에 달하는 저장장치가 구동되고 있다. 이는 18TB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35만 2천 개를 모두 활용해야 얻을 수 있는 용량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5월 둘째주부터 치아 채굴에 쓰이는 8TB 이상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품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일부 제조사의 2TB NVMe SSD도 업체간 직거래를 통해 채굴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 "8TB 이상 HDD 판매 가격 상승중"

18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8TB 이상 고용량 HDD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나와리서치 관계자는 "5월 둘째 주부터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명확한 상승폭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제조사 8TB HDD 가격 추이. (자료=다나와리서치)

8TB HDD 제품군 중 씨게이트 ST8000DM004는 4월 2주 대비 5만원, 도시바 HDWR180은 4만원 가량 상승했다. 18TB 제품인 씨게이트 ST18000NE000도 4월 2주 대비 3만원 가량 소폭 올랐다.

치아 채굴은 초기 데이터 풀인 '플롯'을 입출력 속도가 빠른 SSD에서 먼저 생성한 후 대용량 HDD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나와리서치 관계자는 "2TB NVMe SSD는 아직 가격 변동 조짐이 없다"고 설명했다.

■ "2TB NVMe SSD, 직거래로 판매한다"

그러나 글로벌 제조사 SSD 제품을 국내 유통하는 실무자들은 "치아 채굴을 위해 SSD를 다량 구매하는 업자들의 구매 형태 때문에 가격 변화가 포착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산 제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치아 채굴용 SSD 거래는 가격비교사이트가 아니라 국내 총판 업체 등과 직접 이뤄진다. 이 때문에 판매량은 물론 판매 가격도 포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유통사 관계자들은 ”2TB급 NVMe SSD가 각종 총판과 직거래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현재 가지고 있는 SSD 제품을 최저가 대비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모두 사겠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해 거절했다. 그러나 중소규모 유통사들에는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주요 구매 대상이 되는 제품은 D램 캐시메모리와 SLC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해 빈번한 쓰기로부터 TBW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크루셜)이나 WD, PNY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용량 제품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SSD 이용 채굴시 40일만에 256TB 기록"

치아 채굴시 빠른 속도로 보상을 받고 싶다면 입출력 속도가 빠른 SSD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SSD의 정상적인 작동을 보증하는 총 쓰기 용량(TBW)이 급격히 소진된다는 문제가 있다.

치아 채굴이 활성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이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 IT매체 마이드라이버스는 "512GB SSD를 치아 채굴에 동원하면 약 40일 만에 256TB를 기록해 설계상 총 쓰기 용량을 초과한다"고 보도했다.

치아 채굴에 SSD를 동원할 경우 짧은 시간안에 정해진 TBW를 모두 소모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대부분의 SSD 제조사는 정해진 보증 기간, 혹은 TBW를 넘어선 순간 보증을 무효화한다. 씨게이트는 "공인 리셀러나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한해 명시된 제한 보증 기간에 근거해 제한 보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제조사가 치아 채굴에 동원된 SSD에 대해 교환이나 보증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구입일부터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SSD에 수백 TB가 기록되었다면 충분히 '비정상적인 용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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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는 ”채굴에 동원된 SSD는 수리나 교체 등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웹사이트 캡처)

PC 하드웨어 제조사 갤럭시는 지난 4월 말 중국 웹사이트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SSD 제품을 채굴 등 비정상적인 용도로 이용하면 기록 용량이 일상적인 사용형태보다 훨씬 커질 수 있고 그 결과 SSD 속도가 느려지거나 저장공간이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손상된 제품은 SSD 품질보증 규정에 따라 수리나 교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