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코앞, 전문가들 "美 반도체 투자확대가 답"

17일 국회 포스트코로나 경제연구포럼 주최 '반도체 초격차 위한 방안은' 세미나 열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5/17 17:38    수정: 2021/05/18 14:10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 행정부의 반도체 투자 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17일 국회 포스트코로나 경제연구포럼이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반도체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방안은'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안진호 한양대 교수가 참석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 요청과 관련,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최원목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 현지에 반도체 시설투자를 확대하되 미국 무역보복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카드도 얻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국회 포스트코로나 경제연구포럼이 개최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반도체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방안은' 세미나. (사진=유튜브 캡처)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바이든 행정부에 호응하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고급 반도체 기술의 중국유출을 차단하는 것에 동참하면 양국이 다양한 경제협력 등을 모색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 통상영역을 과감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외에도 배터리, 초고속 통신망(5G) 등에서 우리가 자국 정책에 동조하지 않으면 안보문제로 볼 수 있고, 나아가 한·미 FTA에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보복조치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우리는 무역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정(USMC) 사례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사이드레터에라도 필요한 부분을 얻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교 교수는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리정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상당히 위험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는 중국과 미국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미·중 디커플링에 있어 앞으로는 고관세(25%)보다 더 확실하고, 직접적인 수출통제(금지)나 세컨더리 보이콧 활동이 예상된다. 이건 금융기관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주목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앞으로 (미국의) 수출통제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 것이냐는 부분"이라며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통상당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안기현 전무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규제개선, 정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이사. (사진=유튜브 캡처)

안 전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열린 1차 간담회(반도체 회의)에서 '반도체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반도체 기술 및 제조에 있어 한 국가에서 반도체 자립화를 못 하면 첨단 제조산업에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국에서 필요한 반도체를 대만과 한국에서 만들어왔고, 현재 이를 상당한 위험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미 행정부가 삼성전자에 미국 내 제조시설 구축을 요청한 것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과감하게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더욱 유리하다고 본다. 미국이 안보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우리가 중국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향후 5년간 시스템 반도체 성장률은 5%,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설 성장률은 4%로 전망하고 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시설을 확대하는 팽창 전략이 필요하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전 세계적으로 첨단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기업은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고, 이럴 때 우리는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호 교수는 민간의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강국 도약에 대비한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안 교수는 "중국은 이미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게 됐고, 이게 미국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라며 "아직 중국은 반도체 제조 기술 분야에 있어 큰 위협은 아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설계 기술의 고도화 및 새로운 기술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3~5년의 시간이 필요해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패권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감안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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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요한 것은 한·미 협상에서 우리가 내줄 것과 지킬 것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보면 정부가 차량용 전력 반도체 육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첨단 기술도 아니고 조기 선점 대상도 아니다"며 "다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필요한 반도체의 종류가 1000~2000개까지 늘어나고, 각종 첨단 반도체 분야의 성장성이 예상되는 만큼 첨단 설계 기술에 기반한 최첨단 파운드리 분야로 투자를 (미국에)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1등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확장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은 미국에 서야하고, 궁극적으로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간차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