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당신과 나의 모바일 뱅킹 메인화면은 다르다

개인 맞춤형 마케팅 준비하는 신한·하나은행

금융입력 :2021/05/08 13:02    수정: 2021/06/03 16:16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동생과 저의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쏠(SOL)' 메인 화면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동생의 화면은 파스텔톤의 색감과 오픈뱅킹 서비스를 강조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고, 제 화면은 아이콘과 글씨가 크다는 점, 연결한 타 은행 계좌를 한번에 갈 수 있게 만든 점이 달랐습니다. 동생과 저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문의한 결과 동생은 20대였고 저는 30대이기에 메인 화면의 기본 설정값이 다르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처럼 '너'와 '나'의 모바일 뱅킹 메인 화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모바일 뱅킹 메인 화면을 연령과 자산에 따라 메인 화면을 다르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는 ▲만 30세 이하 ▲만 31세~만 54세 ▲만 55세 이상으로 나눠 메인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자산에 따른 자산관리(PB)용 메인 화면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신한은행 '쏠' 앱의 기본 화면과(사진 왼쪽) 헤이영 화면.

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나이 등에 따라 메인 화면을 다르게 제공하는 걸까요.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일률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신규 고객 유치나 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없어졌다"며 "연령대 별로 원하는 것이 있고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위해 메인 화면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20대 초반과 사회 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자녀를 키워야 하는 40~50대,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60~70대가 갖고 있는 관심사는 분명 다릅니다. 과거처럼 20~70대 고객의 은행 앱을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스팸(SPAM)'성 마케팅에 가깝다는 생각을 은행이 한 것이지요.

하나은행 '하나1Q'의 메인화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도입일 것입니다. 뭉뚱그려져 있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류하고, 연령별로 자주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분석해 화면을 구성한 것입니다. 즉, '20대 고객은 아마도 이런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거야, 그러니 이 메뉴를 메인 화면에 도출합시다'와 같은 의사 결정이 아닌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는 겁니다. 

하나은행 측도 "메인 화면을 차별화하기 전, 연령대별로 메인 화면에 어느 위치의 어느 상품의 접근이 더 많고 상품 가입을 많이 했는지 데이터를 도출했다"며 "이 데이터에 따라 메인 화면 구성을 다르게 한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메인 화면을 연령별로 다르게 구성하는 것은 동일한 한 화면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비용도 시스템도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래도 점차 이 같은 흐름이 번지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 커지고 있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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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연령으로 구분해 메인 화면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후 축적되는 데이터로 '20대의 경기도 사는 여성 고객'→'20대의 경기도 뫄뫄구에 사는 조형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여성 고객'으로 점차 정교화해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경우 은행은 학자금 대출이나 해당 대학원 소재지에서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카드 가입을 추천해줄 수 있겠지요.

인공지능 분석으로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마케팅 서비스가 조금씩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이 같은 마케팅으로 가입자가 4배 증가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은행의 데이터 분석 기술이 뛰어나지고,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활발히 된다면 고객 수 만큼 다양한 메인 화면이 제공되진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