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치아' 고가 거래, 저장장치 수급난 우려

국내 시장은 아직 영향권 밖..."재고는 충분, 상황 예의 주시"

홈&모바일입력 :2021/05/06 16:21

암호화폐 '치아' 거래가 시작되며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암호화폐 '치아' 거래가 시작되며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저장공간을 제공해 보상을 받는 암호화폐 '치아'가 개당 60만원 이상 고가에 거래되며 이를 채굴하기 위한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SSD 등 저장장치 수급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대용량·고성능 저장장치 수급난은 지난 달 중순 중국과 홍콩을 시작으로 일본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일부 PC 관련 업체들도 치아 특수를 잡기 위해 메인보드와 SSD 등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국내 PC 시장에는 아직 고용량 저장장치 사재기로 인한 재고 소진, 가격 상승 현상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첫 거래일 최고가 176만원..이후 지속 하락

치아는 암호화폐 거래소 'gate.io'를 통해 지난 3일부터 정식 거래가 시작됐다. 3일 기준 최고가는 1치아(XCH) 당 1천560달러(약 176만원)까지 치솟았다.

3일이 지난 6일 현재는 개당 570달러(약 65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고 시세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격만 해도 10TB 이상 HDD 가격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4월 초부터 채굴에 나섰던 중국이나 홍콩 등지 채굴 업자들이라면 이미 투자 비용을 회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시장서 18TB HDD 가격 급상승

중국에 이어 이웃 일본 PC 시장에서도 고용량 HDD 중심으로 가격 상승 현상이 뚜렷하다.

PC 부품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일본 매체 '아키바 워치'는 지난달 말 "10TB 이상 대용량 HDD 제품을 중심으로 품귀현상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 거래되는 18TB HDD 가격이 평소 대비 16만원 이상 올랐다. (사진=씨게이트, WD)

이 매체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24일까지 약 한 달간 PC 관련 업소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의 HDD 시세를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18TB 제품 재고가 4월 중순 이후 사라지거나, 갑자기 가격이 1만 5천엔(약 16만원)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 채굴 특화 메인보드·SSD 출시

해외 PC 관련 업체들도 치아 특수를 잡기 위해 메인보드와 SSD 등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게임용 고성능 메모리·저장장치 제조사인 팀그룹은 지난 5일 내구성을 극도로 강화한 PCI 익스프레스 3.0 기반 NVMe SSD인 'T크리에이트 엑스퍼트'를 출시했다.

팀그룹 T크리에이트 엑스퍼트. 치아 채굴을 고려해 기록 가능 용량등 수명을 향상시켰다. (사진=팀그룹)

이 제품은 SSD에 문제 없이 기록이 가능한 최대 용량인 TBW(총 쓰기 용량)를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20배 이상인 12,000 TBW(2TB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보증기간도 구입일 이후 12년까지 늘렸다.

지난 달 말에는 중국 메인보드 제조사 '온다'(Onda)가 SATA3 방식 HDD나 SSD를 최대 32개 장착할 수 있는 메인보드 'Chia-D32H-D4'를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업체 '온다'가 출시한 치아 채굴 전용 메인보드. (사진=온다)

일반적인 인텔 PC용 메인보드는 칩셋 하나당 SATA3 단자를 최대 4개까지 달 수 있다. 이 제품은 마벨 등 다른 회사의 컨트롤러 칩을 추가로 장착해 최대 32개까지 저장장치 장착이 가능하다.

■ "국내 시장 고용량 HDD 재고 아직은 여유 있어"

국내 PC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저장장치 사재기나 재고 소진, 가격 상승 등 치아가 가져온 여러 부정적인 영향권에서 아직은 거리가 있다.

취재에 응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5월 현재 시점에서 대용량 HDD 제품의 국내 시장 재고는 예년 수준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 정도이며 아직 공급도 원활하다. 가격이 오를 요인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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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 등이 중국 등으로 역수출되는 등 시장 상황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PC는 대부분 SSD로 돌아섰다. 설령 국내 시장에서 고용량 HDD 가격이 상승해도 대용량 스토리지를 구축해야 하는 기업이나 NAS(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구축하는 전문가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