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근 ETRI 소장 "AI융합과 서비스는 우리가 세계 최고 될 수 있어"

[AI 전문가 인터뷰] "올 연말 자율차용 플랫폼 공개...유니콘 만드는데도 기여"

컴퓨팅입력 :2021/05/06 11:30    수정: 2021/05/06 11:30

"핵심 알고리즘 기술이 몇 년 뒤졌다고 우려할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AI)과 도메인 및 서비스를 융합한 분야는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그런 연구에 집중합니다. 원천기술과 컴퓨팅 인프라와 반도체, 여기에 실증 서비스까지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AI기관은 국내에서 ETRI가 유일합니다."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은 6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올해 연말까지 AI를 적용한 자율주행차용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ETRI가 2019년 7월 신설 조직으로 만든 인공지능연구소는 ETRI의 4개 연구소(인공지능연구소, 통신미디어연구소, 지능화융합연구소, ICT창의연구소)중 한 곳이다. 김명준 ETRI 원장이 2019년 4월 새로 부임하면서 ETRI를 기존 ICT 전문 연구기관에서 국가지능화 연구 전문 기관으로 새로 포지셔닝, 이의 핵심 조직으로 만든게 인공지능연구소다. 차세대 AI 등 AI 원천기술과 컴퓨팅시스템 및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과 같은 응용서비스 개발 및 실증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

특히 ETRI는 ▲시각지능 ▲한국어 언어 이해 및 질의 응답(엑소브레인) ▲언어학습을 위한 음성대화 처리 ▲자율성장형 복합지능 ▲메모리 중심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 프로세서 ▲다중센서 융합 인공지능 적용 자율주행 ▲휴먼케어 로봇을 위한 소셜상호작용 및 실내외 로봇자율 주행 ▲착용형 근력보조 ▲빅데이터 및 블록체인 등 10대 분야 AI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윤근 소장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거쳐 2005년 ETRI에 합류했다. 대학 졸업후 대기업(LG전자)에서 12년간 일했고, 벤처 붐 막바지인 2000년에 LG전자에서 벤처기업으로 이직해 4년여간 CTO로 근무했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82학번)를 졸업했고, KAIST에서 석사(전기전자공학)와 박사(정보통신공학) 학위를 받았다. 아래는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이윤근 ETRI 인공지능연구소장. 대기업과 벤처를 거쳐 2005년 ETRI에 합류했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2019년 7월 설립됐다. 4개 본부(지능정보연구본부, 초성능컴퓨팅연구본부,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와 2개 연구단(자율무인이동체연구단, 블록체인 및 빅데이터연구단), 1개 센터(슈퍼컴퓨팅기술연구센터)로 이뤄져 있다. 인력은 정규직만 450명쯤 된다. 박사 학위 소지자가 절반 정도이다. 전체 근무인원은 500명이 넘는다. AI 전문인력이 ETRI내에 600명이 넘는다. 오는 2023년까지 AI 전문 인력을 추가로 1천여명을 별도로 양성할 계획이다."

-다른 AI연구소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우리 연구소는 AI의 알파(α)부터 오메가(ω)까지 다 갖추고 있다. AI를 연구하려면 핵심알고리즘 원천기술은 물론 고성능 컴퓨터와 반도체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비스 기술 개발과 실증도 해야 한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는 국내서 유일하게 이런 인프라를 다 갖추고 있다. 언어, 시각지능 등 원천 기술은 지능정보연구본부에서, 컴퓨팅시스템은 초성능연구본부에서 연구한다. 특히 인공지능에 최적화한 컴퓨터를 만들려면 NPU 같은 반도체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반도체 연구도 우리 연구소에서 직접 한다. 모빌리티와 같은 중요 응용분야에 대해서는 서비스개발과 실증도 우리가 한다. 기업,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AI연구기관은 알고리즘 연구에 집중하거나 로봇 등과 같은 하나의 응용분야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핵심알고리즘 원천기술에 컴퓨팅 시스템, 더 기반이 되는 반도체, 여기에 응용서비스 개발까지 전 분야를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한다."

-AI 응용서비스가 분야가 많다. 어떤 서비스 분야를 타깃팅 하고 있나

"모빌리티다. 특히 모빌리티 중 자율주행차와 로봇, 드론 3개 분야의 서비스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분야 성과는 어떤가

"자율주행차는 시각지능을 비롯해 인공지능 반도체 와 소프트웨어 등 AI의 모든 요소를 종합한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현재 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올 연말쯤 1차 개발을 끝내고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분야에의 대표적 사례가 테슬라의 FSD 플랫폼이다."

-테슬라와 경쟁하는 건가?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칩을 자체 개발했고, 이 칩을 이용해 보드까지 만들었고, 이 보드에 올라가는 SW도 자체 개발했다. 그 전에는 엔비디아 제품을 썼는데 효율이 안 나와 자체 개발한 거다. 동일한 배터리로 테슬라 제품이 더 멀리 가는 이유다. 이걸 제대로 개발한 것은 아직 테슬라 외에 없다. 우리도 이걸 해보자는 거다. 컴퓨팅과 반도체, 알고리즘 등 핵심기술은 우리도 다 갖고 있다. 우리도 이미 초저전력 AI 반도체 'AB9(알데바란)'를 개발했다. 이 칩에 ETRI 지능로봇틱스본부에서 개발중인 자율차용 SW를 올려 보드를 만들 계획이다. 이 보드를 탑재하면 국산 자율주행차 플랫폼이 완성되는 거다. 작년에 여러 알고리즘 중 한 모듈을 올려 시험주행을 해봤다. 잘 돌아 갔다. 올해말까지 ETRI 원내에서 셔틀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TRI가 개발중인 자율주행차용 플랫폼은 상용화 매스 시장에서도 사용 가능한가

"그 정도는 아니다. 매스 상용화에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도 난관도 많다. 매스 시장 외에 셔틀 등 니치 마켓에는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셔틀 시장 외에 공장 물류 시스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슈퍼컴퓨터 개발 현황은 어떤가

"이미 'AB9(알데바란)'라는 칩을 개발했다. AB9 칩은 NPU다. NPU는 신경망 연산에 최적화한

CPU다. AB9는 AI 연산에 최적화한 코어를 적용했다. 앞으로 AB9에 CPU 코어를 통합해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생각이다. 파일롯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 됐다. 2년 더 남았다."

-2년뒤 국산 슈퍼컴이 나온다는 말인가?

"정확히는 국산 슈퍼컴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 연구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슈퍼컴 개발이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슈퍼컴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2년 뒤 끝나면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가 1년에 한번 개최하는 테크데이(Tech-Day) 행사 사진.

-드론용 AI 성과는 

"드론은 우리가 연구개발 한지 얼마 안됐다. 하지만 드론용 통신, 관제시스템 등 인프라기술과 자율비행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등 전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작년부터 ‘DNA+드론’ 과제를 수행하면서 네가지 응용분야에 대한 실증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세계적으로 차세대 AI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ETRI의 차세대AI 기술 개발 현황은 어떤가

"우리 뿐 아니라 세계가 차세대 AI 기술 개발에 고민하고 있다. 딥러닝의 단점을 없앤게 차세대AI의 핵심이다. 예컨대 딥러닝은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또 많은 데이터로 훈련하지만 한 가지 일 밖에 못하고, 약간만 바뀌어도 또 다시 데이터를 모아 훈련해야 한다.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이걸 극복하자는게 차세대 AI다. 포스트 딥러닝이라고도 부른다. ETRI는 차세대AI로 자율성장AI와 복합지능AI를 연구하고 있다. 자율성장AI는 소량의 데이터로도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하는 AI를 말한다. 복합지능 AI는 시각, 청각, 언어 등을 통합한 AI다."

-자율성장 AI 연구는 어느 정도 이뤄졌나

"ETRI를 비롯해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미국과 영국이 가장 앞서 있지만 도찐개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갈수록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투자 금액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세대 AI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자율성장AI에 관한 논문이 아직은 많지 않다."

-복합지능 AI 연구는? 

"AI가 현재는 시각, 청각, 언어가 따로 놀고 있다. '엑소브레인'은 언어만 담당하고 '딥뷰'는 시각만 담당 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걸 다 같이 하지 않나. 사람과 인터랙션이 자연스러우려면 이걸 다 같이 처리해야 한다. 지난 3~4년간 과제를 해 왔다. 장기 과제다. 앞으로 6~7년 더 남았다. MIT 등 해외에서도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복합지능에 자율성장을 합친 연구를 하고 있다. 과제 자체가 복합지능자율성장이다. 우리 목표는 시각과 언어지능을 같이 컨트롤하고 자율성장 시키는 거다. 너무 어렵다(웃음)."

-차세대AI중 하나가 설명가능한 AI인데...

"설명가능한 AI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자율성장AI 보다 많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설명가능한 AI는 ETRI가 주력으로 하지 않는다. 타 기관에서 국가과제를 진행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언어학습 용 음성대화 처리 분야 성과는 어떤가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AI영어 교육 'AI펭톡'의 기술을 우리가 개발했다. AI가 원어민 교사 역할을 한다. 과기정통부가 연구개발을 했고,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하는 건 교육부가 했다. 교육부가 AI솔루션을 공교육인 전국 초등학교에 적용한 건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다. AI펭톡은 주어진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시나리오(매뉴얼)가 없는 음성대화AI다."

-독거노인을 위한 AI도 개발하고 있다던데

" 과제 이름이 '휴먼케어 로봇을 위한 소셜상호작용 기술'이다. 독거노인이나 고령자의 행동을 모니터링해 간단한 심부름과 말동무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게 어려운 게 데이터가 별로 없다. 독거노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 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가 데이터를 많이 수집했고, 기업들이 사용하라고 데이터를 오픈했다. 현재 과제가 진행중이다. 조만간 실증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ETRI 연구원이 ETRI 개발한 언어AI 엑소브레인을 소개하고 있다. 엑소브레인은 국회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연구소가 설립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의 성과를 말해준다면

"연구소 전신이 SW콘텐츠연구소다. 이 중 콘텐츠 분야는 통신미디어연구소로 이관됐다. SW콘텐츠연구소에서 하던 SW분야 프로젝트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어AI '엑소브레인(Exobrain)'과 시각AI '딥뷰(Deep View)'가 대표적 프로젝트다. 두 분야는 꾸준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 연구소 강점은 반도체, 컴퓨팅, 알고리즘, 서비스 인프라가 다 있다는 거다. 이걸 엮어 대형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다. 연말경 자율주행차용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는데

"AI연구소를 만들면서, 국가에 기여하는게 결국 생태계라 생각했다.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지를 많이 고민했다. ETRI가 예전엔 통신과 방송을 많이 연구했는데, 통신과 방송은 표준이 중요하고, 그래서 ETRI가 표준을 많이 주도했다. 하지만 SW나 AI는 다르다. 그래서 본 게 스타트업이다. 기술 이전은 물론 ETRI내 다른 부서와 협력해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ETRI에 중기사업화본부가 있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에트리 홀딩스도 있다. 또 IP 관리를 해주는 지식재산부도 있다. 이런 ETRI 조직들이 힘을 합쳐 유니콘 탄생에 기여할 거다. 작년부터 협업을 이야기해왔다. 5년 이후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낼 거다. 큰 틀의 전략은 이미 세웠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창업한 사람은 없나

"있다. 이미 우리 연구소에서 몇 사람이 나가 벤처를 차렸다. 내가 소장이 된 후에도 1~2명이 나갔다.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 창업해 나간다고 하면 ETRI에서 창업교육을 해준다. 휴직 상태로 창업을 할 수 있다."

-ETRI에 오기전 대기업과 벤처에서 근무했는데...

"교수 빼고 이공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웃음). 대기업과 벤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대기업, 벤처, 출연연이 각기 장단점이 있다."

-벤처에서 얻은 교훈을 말해준다면

"벤처다닐때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특히 사업화에 대한 걸 확실히 알게 됐다. 2005년 ETRI에 들어오자마자 음성인식 상용화를 추진했고, 그 때 찾은게 내비게이션이었다. 여러기업을 쫒아다니면서 상용화하자고 했다. 무척 고생했다. 벤처에는 기술이전만 해서 끝나지 않는다. 그러면 상용화를 못한다. 가급적 사용하기 쉽게 SW패키지 형태로 완성도 있게 제공해야하고 기술지원도 중요하다. 당시 ETRI는 이 부분이 약했고, 원천기술과 상용화 사이의 중간인 데스밸리가 생겼다. 내가 ETRI에 와 이 부분을 강화했고, 우리가 만든 원천 기술을 제품에 탑재시켰다. 연구원들이 고생 무지 했다(웃음). 그렇게 한번 하니 ETRI의 SW도 탄탄해지고, 연구원 문화도 바뀌었다. 지금은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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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AI기술이 몇년 뒤졌다는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영상, 음성 등 핵심 알고리즘 기술에서 몇 년 뒤졌다고 우려할 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갖췄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했다. 하지만 매년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약간 적용한 아마존 AWS는 엄청 돈을 벌고 있다. AWS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약간 가미한 거다. 기술이 세계 최고가 아니다. 포스코도 그렇다. 고로(高爐)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 철강제조 기업이므로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AI 제철소를 가진 것이 된다. 이런 걸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도메인에 AI를 적용하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제조, 조선, 반도체가 그런 분야다. 이런 분야는 우리가 얼마든지 AI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원천기술만 볼 게 아니다. 도메인과 융합하는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 AI는 서비스와 합쳐야 비로소 가치를 창출한다. ETRI는 이런 걸 많이 할 거다."

이윤근 소장과 연구원들이 지난해 개최한 테크데이 행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