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의 미래와 애플의 현재, 누가 통할까

美 소송서 '30% 수수료' 공방…"메타버스 훼손" vs "무임승차 꼼수"

홈&모바일입력 :2021/05/06 13:07    수정: 2021/05/06 13:0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래를 위한 존재론적 싸움인가? 앱스토어에 무임승차하려는 꼼수인가?

앱스토어 뿐 아니라 아이폰 비즈니스의 운명을 건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소송이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해 8월 에픽의 제소로 시작된 이번 소송 승패에 따라선 모바일 생태계의 기본 문법까지 바꿔놓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팀 스위니 에픽 CEO와 팀 쿡 애플 CEO

이번 소송에서 에픽은 ‘자유를 위한 투사’를 자처한다. 수 많은 개발자와 중소 기업들을 대신해 총대를 맺다고 주장한다.

반면 애플은 ‘건전한 생태계 질서’를 강조한다. 자신들의 모든 행위는 이용자들이 iOS 생태계 안에서 안전하게 거래하고 생활할 수 있도로 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야경국가’ 개념을 연상케하는 주장이다.

■ 두 가지 상반된 쟁점…'특혜계약 제안'과 '메타버스 비전' 

3일과 4일 열린 두 차례 공판에서 두 회사는 이런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특히 둘째날인 4일 공판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날은 팀 스위니 에픽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했다.

이번 소송의 표면적 쟁점은 애플의 앱 생태계 독점이다. 하지만 ‘포트나이트’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에픽 입장에선 앱스토어 수수료를 낮추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날 공판에선 이런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눈길을 끈 것은 크게 두 가지 장면이었다.

첫째. 팀 스위니는 지난 해 여름 애플에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 대해 특혜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수수료를 좀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애플은 소송 전부터 스위니의 이 이메일을 집중 공격했다. 에픽의 소송이 겉으로 내건 ‘명분’과 달리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날 공판에서도 이 부분이 거론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에픽 측 변호사가 질문을 했다. 

결국 애플이 수수료만 낮춰줬어도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다.

외신들은 이 답변에 대해 스위니와 에픽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눈길을 끈 또 다른 장면도 있었다.

스위니는 이날 “애플을 제소한 것은 미디어와 컴퓨팅, 그리고 소프트웨어 배포의 미래를 위한 존재론적 싸움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한 게임과 단일 플랫폼 간의 싸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트나이트’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그는 ‘메타버스’란 다소 생소한 단어를 사용했다.

메타버스는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제기한 개념이다. 소설 속에서 스티븐슨은 “고글과 이어폰을 쓰고 완벽한 사운드트랙이 가미된 3차원 동영상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고 묘사했다. 그리곤 이런 세계를 컴퓨터 용어로 ‘메타버스’라고 지칭한다고 서술했다.

이 용어는 최근 게임업체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스위니는 첫날 증언 때 ‘포트나이트’의 비전 역시 메타버스라고 강조했다.

■ 미래 비전 강조한 에픽, 판사의 마음 움직일까 

둘째날인 4일엔 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왔다.

스위니는 “포트나이트는 장기적으로는 창작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유포하고, 또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창작자들이 ‘포트나이트’란 메타버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대가를 받는 미래상을 꿈꾸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서 또 다시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가 거론됐다. 스위니는  ‘애플이 30% 수수료를 가져가게 되면 에픽과 창작자들이 이런 미래에서 존재하기 힘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위니의 이날 증언에선 ‘수수료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개발자들과 중소 창작자들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에픽 주장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하지만 ‘메타버스’란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바라볼 경우엔 조금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메타버스 속에서 활동할 창작자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소송이라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에픽과 애플의 소송은 이제 막 시작됐다. 최소 3주 정도 공판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되는 소송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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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차례 공판만 놓고 보면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지가 꽤 중요한 쟁점이 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에픽의 미래 비전’과 ‘에픽의 탐욕’ 중 한 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 더 관심이 쏠리는 건 이런 점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