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이끈 이커머스 2.0] 도시남의 귀농 스토리 ‘지리산자연밥상’

고영문 대표 "과정 팔아야지 결론만 팔아서는 설득 어려워"

인터넷입력 :2021/05/04 09:40

잘 되는 온라인 쇼핑몰은 SNS가 다르다. 단순 판매를 넘어서 콘텐츠로 브랜드를 키우다 보니 SNS의 볼거리도 풍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사몰(D2C)' 사업자들은 이 분야에서 갖가지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수많은 성공 자사몰을 탄생시킨 카페24와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의 협업도 이런 가운데 나왔다. 'SNS가 이끈 이커머스2.0' 시리즈를 통해 자사몰 강자들의 SNS 활용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결혼기념일인 2009년 2월 26일. 지리산이 품은 마을 전라남도 구례로 귀농했다.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왔으니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팔아야 했다.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벌이기에는 녹록치 않았다. 서울을 오가며 거래처를 만날 여력은 없었다.

귀농 첫 해, 일찌감치 온라인에서 답을 찾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만든 온라인몰이 베이스캠프가 됐다.

고영문 지리산자연밥상 대표

지역 농산물 전문몰 '지리산자연밥상'을 운영 중인 고영문 대표(56)의 창업 스토리다.

이 온라인몰의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 생산지, 재배방식, 보관방법, 요리법 등을 다룬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지리산 칡즙을 소개하면서 암칡과 수칡에 대해 설명한다. 달달한 맛을 내는 암칡만 골라서 채취하기 힘들기 때문에 생산 당시 캐낸 두 종류의 칡이 섞여 있어 생산일자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먼저 양해를 구한다.

황매실 원액에 대한 상세설명에서도 그렇다. 매실이 잘 여물었을 때를 기다려 황매실로 매실을 담근다, 황매실은 청매실에 비해 구연산이 14배나 많다고 알려져 있다, 황매실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은 매실의 낙과 손실을 감수하고 깊고 진한 맛과 향을 위해 이 과정을 고수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찹쌀고추장에 대해서는 상세한 생산과정에 더해 생산자를 알려 제품의 신뢰도를 높인다. 피아골에 사는 젊은 여성 이장이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식당 일을 도우며 장을 담그고 김장, 요리 방법을 배우다 중학생 때 직접 만든 된장을 손님들에게 팔았다는 스토리가 담긴다.

지리산자연밥상 사이트 이미지

고 대표가 운영하는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합친 전체 팔로워 수는 14만 명에 달한다. 이곳에서도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정과 구례 지역 농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농부가 스토리텔링을 아주 잘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광고 마케팅 회사 직원처럼 여러 기법을 전문적으로 다루기도 어렵다.

그는 "농산물을 온라인몰에 올린다고 그냥 팔리는 건 아니다"며 "생산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건강한 먹거리로서 믿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정을 팔아야지 결론(농산물)만 팔아서는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SNS에는 이와 같은 농산물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고 대표가 살고 있는 지리산 인근 지역에 대한 소개, 직접 농산물을 채취하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지리산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시골생활의 정취를 전달하는데 최근엔 지리산 노고단 진달래 절정,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부지방의 이점을 살려 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는 산나물을 연이어 소개했다. 야생 산머위, 두릅, 엄나무순, 오가피를 따는 과정을 소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리산자연밥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가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고 대표는 카페24 쇼핑몰 관리자 페이지에서 지원하는 '페이스북 숍스' 기능을 연동해 온라인몰에 업데이트한 상품정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스타그램 쇼핑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몰과 SNS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농부의 일상에 공감한 고객들이 온라인몰 혹은 이와 연동된 여러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어느덧 주변 농가에서 만든 농산물들도 함께 판매하게 됐다. 지역 농부들의 SNS 마케팅을 돕기 위해 10여 년 넘게 재능기부를 한 덕에 고 대표는 어느덧 '소셜농부'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리산자연밥상은 SNS 기반 공감 콘텐츠에 더해 2019년부터 카페24가 지원하는 마켓통합관리를 통해 1년5개월여 만에 매출이 3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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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문 대표는 "이전까지 오픈마켓마다 상품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마켓통합관리를 통해 카페24 관리자 페이지에서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라이브커머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팔로워가 많은 채널을 중심으로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이커머스 환경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