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게임픽] 비트코인 투자 넥슨, 게임 연계에 '주목'

넥슨 "단순 투자 목적"...업계 "좀 더 지켜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21/04/28 13:20

넥슨이 대표적인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수했다.

투자 반경을 가상자산으로 넓힌 넥슨이 향후 관련 기술 기반 게임 사업에 적극 나설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8일 넥슨 일본법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약 1억 달러(약 1천13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이미지=픽사베이 PIRO4D)

비트코인 매수 주체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일본법인이다. 매수 개수는 총 1천717개로, 매수 평균 단가는 5만8천226달러(약 6천580만 원)다.

이번 비트코인 매수액은 넥슨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2% 미만에 해당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테슬라처럼...넥슨 "가상자산 비트코인 매수는 투자 목적"

기업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 일부를 매각해 1억100만 달러(약 1천123억 원)의 차익을 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다.

반면 업계 일각은 넥슨 측이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은 다른 복심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게임 사업 또는 넥슨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와의 사업 연계에 대한 가능성이다.

김정주 NXC 대표.

특히 넥슨 설립자인 김정주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엔엑스씨는 지난 2017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한데 이어 빗썸 인수를 타진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또한 이 회사는 트레이딩 플랫폼 아퀴스를 통해 이용자 친화적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선보여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도 시도한다. 특히 아쿼스는 경영전략 시뮬레이션과 게이밍 요소를 결합한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새로운 게임 사업과 지주회사와의 사업 연계를 위해 가상자산을 매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재무적 투자임을 분명히 했다.

넥슨코리아 측은 "(넥슨 일본법인이)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은 투자 목적이다"며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게임 등 추가 사업을 목적으로 이번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조성 중...넥슨의 향후 선택?

넥슨 측은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향후에는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넥슨이 투자와는 별개로 가상자산 기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점차 생태계가 조성되는 단계다. 국내 대표 중견게임사들도 하나 둘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트리는 자체 가상자산인 위믹스코인을 발행했고, 해외에 다양한 장르의 블록체인 게임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자체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거나 위믹스 토큰으로 게임 내 결제 지원, 게임 아이템을 위믹스 블록체인 상의 NFT로 만들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게임빌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 규모는 지분 13%에 312억 원이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을 게임 사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다만 넥슨의 경우 가상자산과 게임 사업 연계는 급한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 회사는 자본도 탄탄하고 게임 개발 및 사업력 인력풀이 충분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도 된다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게임과 가상자산 연계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큰 틀에서는 이미 현금 등으로 충전이 가능한 가상 사이버 머니(게임머니)로 게임 내 재화와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어서다. 제도권에 있느냐 없느냐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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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은 투자 목적일 수 있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회사의 입장과 계획은 바뀔 수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정리되면 넥슨 외 대형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을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가상자산은 화폐와 금융자산이 아니고 투자자 보호 대상도 아니라면서 세금을 부과하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헷갈린다"며 "넥슨의 경우 가상자산과 게임 사업 연계는 급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은 각국의 입장과 시장 변화를 살펴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