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위, B+학점...데이터경제 전환 기틀 마련

[혁신성장 정책 4년 성적표]①4차산업혁명위원회

방송/통신입력 :2021/04/26 14:28    수정: 2021/04/27 08:10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의 사령탑이다. '4차산업혁명'은 기술이 산업의 지형을 얼마나 급속히 바꿀지를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용어다. 산업 지형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회구성도 급변한다. 기술로 인한 사회변화에 범부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다는 것은 그래서, 기술 변화에 따라 선도적으로 산업혁신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낙오되거나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을 끌어안을 대안까지 마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는 그 점에서 큰 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위원회 조직의 한계로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기구란 지적이 있었지만,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민관 데이터 콘트롤타워로 재출범했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4차산업혁명에 관한 사령탑이 된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불러올 이른바 '데이터 경제'에 대한 위원회의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 정책의 경우 '산업진흥'과 '개인정보보호'라는 기본 갈등은 물론이고 산업간 마찰도 불가피하다. 이때문에 관련 정책 기능이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다. 위원회의 경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민관 데이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데이터경제 전략, 논의 주체가 필요했다

데이터 경제(Data Economy) 개념은 지난 2011년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데이터가 모든 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주된 내용이다. 특히 보고서 작성자인 데이비드 뉴먼은 “데이터가 새로운 경제 시대의 경쟁우위를 주도하게 된다”고 주목했다.

디지털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하기 위한 협력 생태계로 규정했다. 데이터의 수집, 저장, 유통, 활용 등에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실제 데이터 경제의 가치창출 체계를 살펴보면 데이터 생산자와 데이터 서비스 제공자, 기업 수요자, 최종 사용자 간의 순환적인 가치 생산 창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가 생성되고 기업이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를 생산하면 최종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새로운 데이터를 창출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신제품과 서비스가 발굴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과 효용성이 오른다. 또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선순환 구조의 산업에서 흔히 볼 수도 있는 형태지만 경제 주체 별 다양한 쟁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이용자 개인의 관점에서는 데이터 통제권과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잇따른다. 기업에서는 데이터 독과점이나 데이터 침해행위, 데이터 공정 이용의 쟁점으로 부각된다. 정부 단위에서는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란 관점에서 거래 기반 조성을 다루는 거버넌스 정립의 문제가 있다.

여러 쟁점과 함께 시장이 데이터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억지로 진흥하지 않아도 시장 규모는 성장 일변도고, 디지털 전환 가속도에 따라 데이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데이터산업 현황조사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2년 데이터 시장 규모를 2천600억 달러 규모로 전망했고, 데이터량은 2016년 16 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80 ZB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최근 3년 간 연평균 성장률(CAGR) 11.3%를 보였다. 여타 산업 대비 높은 성장률이 눈에 띈다. 국가승인통계 2020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산업 전체 시장규모 추정치는 19조2천7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늘었다. 최근 CAGR보다 빠른 속도다.

이처럼 시장은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고,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와 관련한 생태계 내 분야에서 규제와 같은 쟁점은 남아있는 상태다. 데이터 확보와 안전한 활용 등의 정책과 입법 추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전담해 논의할 기구가 부재했다.

■ 데이터 인식 전환...종합 조율 기능 강화해야

4차위를 중심으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이뤄진 것은 올해 초부터다. 민간 중심에서 민관 가교 역할을 해온 4차위를 국무총리 공동위원장 위원회로 격상하고 지원단 조직을 키웠다.

또 민관합동 데이터 거버넌스 역할 확대개편에 이어, 4차위 산하에 윤성로 위원장이 특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데이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에는 관계부처 차관급 18명, 유관기관장 6명 등 정부인사 24명과 산학연 전문가 26명 등 총 60명으로 구성됐다.

데이터특위는 민간의 오랜 요구에도 해결이 어려웠던 과제와 범정부 차원의 통합과 조율이 필요한 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5개의 번문 분과를 구성해 민간전문가들의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특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윤성로 4차위원장

민관 합동 데이터 거버넌스 역할을 부여하고 데이터특위 활동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산업계의 기대는 큰 편이다. 데이터 정책 논의의 중심을 어느 한 곳에 두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명순 SK텔레콤 인프라밸류혁신그룹장은 “정부에서 데이터 관련 정책에 앞장서는데 산업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헬스케어 같은 경우 규제 인식의 문제가 오래 있었는데 정부가 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가 데이터를 오픈한다는 자체가 새로운 사업의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는 특히 여러가지 규제에 중첩돼 있는데 한 곳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풀어낼 수 있는 점이나 부처 간 동일한 사안을 두고 다른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구심점이 있다는 것이 순기능이다”고 덧붙였다.

분산된 데이터 정책 주체를 두고 4차위에서 통합 거버넌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부처나 기관의 정책 기능에 따라 데이터 정책 방향이 다른 점은 산업계는 물론 정부기관 사이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부분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정책은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한데 구체적 성과를 두고 부처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조율된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는 조정과 강화 기능이 필요하다”며 “과기정통부,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때 4차위에서 정책 조정 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동위원장을 맡게 되는 새로운 총리 후보자가 전임 행안부 장관을 맡았기 때문에 데이터 정책을 펴는데 어려운 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을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 국회 입법조사처

■ 더욱 커지는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

산업계와 학계에서 국내 데이터 정책 조율 기능에 주목한 것은 그만큼 콘트롤타워 필요성부터 조직 간 역할 배분이 필수적인 선결 과제로 꼽힌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부처 별, 개별 법안 별로 데이터 정책은 다른 정책보다 분산돼 있는 편이다.

국내 데이터 분야별 담당 기관을 살펴보면, 우선 데이터 근원을 기준으로 민간 데이터는 지능정보화기본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이 총괄하고 있다. 공공 데이터는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국과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맡고 있다.

데이터의 내용에 따라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담당하고, 이 가운데 금융 데이터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정책과가 맡는 식이다.

이밖에도 의료 데이터, 교통 데이터, 교육 데이터 등 각종 분야의 데이터는 개별 부처에 소관 법률에 따라 관리 범위와 규제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이를 또 분야 간 데이터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은 ICT융합특별법에 따라 정보통신전략위원회, 4차위설치규정에 따라 4차위를 통해 논의될 수 있다.

데이터와 관련한 법제도를 살피려면 전문가들도 소관 법령을 모두 찾아야 명확한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무위원을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데이터 정책을 조율하는 4차위의 확대된 기능이 이처럼 복잡한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필요했던 이유다.

사진 = 미국 연방최고데이터책임자협의회 홈페이지

데이터 경제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은 연방정부의 각 부처가 각각 데이터 정책을 추진하지만 대통령실 소속의 예산관리국(OBM)이 총괄 조정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 OMB는 연방데이터전략을 세우고, 모든 연방정부 기관의 최고데이터책임자가 참여하는 연방최고데이터책임자협의회(CDO)를 두고 체계적인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CDO 제도가 눈길을 끈다. 4차위가 지난 2월 마련한 ‘국가 데이터 정책 추진방향’에서도 모든 공공기관에 최고데이터책임자를 두기로 한 점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국가 데이터 정책 추진방향에는 국가 데이터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데이터기반행정책임관(CDO)를 신설키로 했다. 기업의 최고 정보화책임자 또는 기술책임자를 뜻하는 CIO, CTO 외에 데이터의 최고 책임자를 국가 기관에 두고, 각각 기관 별로 데이터 전략을 맡는 데이터기반행정책임관을 두겠다는 것이다.

■ “선택과 집중”, 포스트 데이터 전략 마련해야

데이터를 더 이상 사회 경제적 활동의 부산물에 그치지 않고 안전하게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또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에 데이터 정책 거버넌스의 현황과 과제란 보고서에서 “데이터를 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보호하고 감추는 것보다 공개하고 활용하는 것이 데이터의 본질이라는 인식을 공공과 민간에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데이터 정책 거버넌스는 보다 구체적이고 통제가능성이 높은 데이터 생태계 강화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데이터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와 상호작용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요인을 분석해 데이터의 생산, 유통, 활용 단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의 이같은 분석을 두고 법제도 정책 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현재 4차위가 맡아야 하는 일들이 데이터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데이터 관점 발전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데이터 정책 거버넌스를 정립하기 위해 기본법 제정안 발의가 이뤄졌고, 소속 상임위원회의 입법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데이터기본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데이터전략위원회를 두고 데이터 거버넌스 정립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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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그동안 추상적인 4차 산업혁명 개념의 모든 분야를 다뤘다면 데이터 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점은 조직의 기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은 “4차위가 자문기구로서 임시 조직으로 갖춰져 있지만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정책방향 과제를 짚어야 한다”며 “데이터 기본법이 통과되면 법 효력 유예기간 후에 기능이 이관될 예정인데, 데이터 3법 통과에 이르는 논의를 시작했던 것처럼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