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암호화폐 시장은 '잘못된 길' 일까?

2030 코린이 열풍

금융입력 :2021/04/24 09:25    수정: 2021/06/03 16:15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요즘 너나할 것 없이 2인 이상만 모이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코인(암호화폐·가상자산)' 얘기입니다. "너 코인하니?"를 시작으로 "A회사 아무개는 2017년에 산 코인이 대박나서 회사를 그만 뒀다고 하더라"는 성공신화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나도 아무개가 되진 않을까'하는 기대와 로또 당첨이 되도 강남에 집 한채 못산다는 냉혹한 현실에 20~30대 '코린이(코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이 속속 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요.

최근 이 같은 분위기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범정부 부처가 오는 6월까지 가상자산 불법 행위를 특별 단속하기로 한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없으며 투자자 보호도 할 수 없다"고 발언했지요.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2030 코린이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8년의 재현, 이유는 있다?

2018년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더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는 정도입니다. 정부도 거액이 몰렸다는 점을 모르는 건 아닐텐데 왜 그러는걸까요? 아마도 자금 세탁과 관연이 있으리라고 추정됩니다.

순수한 투자 수익을 기대한 코린이들은 '우리를 예비 범죄자 취급하냐'며 또 화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랜섬웨어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몹쓸 해커가 있거나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걸고 협박했던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은 모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이 가상자산을 요구한 이유는 돈의 시작을 찾기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월렛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송금한 후 이를 원화로 출금하게 된다면, 월렛서 보내진 가상자산이 어떤 출처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월렛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몇 번 왔다갔다하면 테러나 범죄 자금이 왔다갔는지를 알 길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돈의 꼬리표가 묘연해지는데 가상자산이 동원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자금세탁 막자'...은행과 손잡는 거래소

정부도 지난 3월 25일 개정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을 시행하면서 적어도 원화로 왔다갔다 하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자금 세탁 방지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국내 주요 거래소로 꼽히는 코인원·빗썸·업비트 등은 은행과 손잡고 원화 입·출금 거래에 대해 돈의 출처를 알 수 있게 하는 작업을 단행했습니다. 농협은행은 코인원·빗썸과,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손잡았는데요 두 은행의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농협은행은 가상계좌를 누가 이용하는지를 특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거래소에서 A라는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한다면, A라는 고객은 실명이 인증된 특정 은행 계좌를 통해서 이 가상계좌에 입·출금할 수 있습니다. 첫 지정한 은행 계좌가 아니거나 계좌주가 A가 아니면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 고객 실명 인증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뒷단에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케이뱅크는 자금 세탁 방지 솔루션을 보유한 '보난자팩토리'와 함께 업비트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본인 명의의 케이뱅크 계좌를 통해 업비트에 입·출금 요청을 하면, 보난자팩토리의 솔루션이 가동됩니다. 거래소에서 거른 블랙리스트 고객인가, 은행 이상 탐지 시스템에 걸리는 사고 계좌인가를 판명 후 문제가 없다면 이 요청을 케이뱅크가 받아들여 입·출금이 진행됩니다. 

업비트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정말 이 시장은 없어질까?

관련업계는 커 나가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손놓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악의 축으로 낙인찍히기보다는 제도 내에서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밥 한끼 사먹을 순 없으니 화폐가 아니라고 할 순 있겠지만, 가상자산은 새로운 먹거리를 태동시킬 것으로 예견됩니다. 금융업는 파생상품과 수탁(커스터디)·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바라보고 있으며, 보안·IT 인프라도 이 시장이 클 수록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의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기술에 대한 투자도 사실상 신 기술 육성에 포함될겁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 '잘못된 길이라고 말해야 한다.' 은성수 위원장에게 '빙의'해 생각하면 어쩌면 보장이 되지 않은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일 수도, 불법 행위 역시 있었기에 모두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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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돈이 몰리는 곳에 사기꾼이 생기지 않았던 적이 있나요. 사기꾼과 사기를 걷어낸다면 왜 돈이 몰리는지, 돈이 몰리기에 정부가 해야하는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금융당국 수장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것인지 아닐 것인지와 규제가 어느정도로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시장을 흔들어대고 있다는 점을 2018년처럼 모르는 척 하질 않길 바랍니다. 모든 가상자산과 투자자가 잘못된 길을 가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