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 석탄발전 투자 없다"…탄소세 도입도 검토

문 대통령 "신규 해외 석탄발전사업 공적 금융지원 전면 중단"

디지털경제입력 :2021/04/22 23:45    수정: 2021/04/23 16:22

정부가 신규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공적 지원을 중단한다. 국제사회의 석탄발전 투자 중단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외에 신재생에너지로의 방향 전환이라는 신호를 보내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2050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세 도입도 검토한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이 탄소국경세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터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탄소세를 도입해 기업 전반에서 탈탄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영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이 감안돼야 할 것이다.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경남 하동화력발전소. 사진=한국남부발전

"脫석탄, 탄소중립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

정부의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 지원중단 선언은 새로 추진하는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적용된다.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30년 이상된 노후석탄발전 10기 조기폐쇄도 애초 2025년에서 올해로 앞당겼다.

현 정부 들어 신규 석탄발전 발전사업 허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34년까지 현재 58기 석탄발전 중 절반인 28기가 폐지된다. 지난해부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탈석탄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인식에서다. 지금까지 G20과 OECD 총 41개국 가운데 11개국이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세계은행·유럽투자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도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석탄발전 투자 중단 선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전국 56개 지자체·교육기관이 탈석탄 금고를 선언했다.

한국전력도 10월 신규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자바9·10 사업과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상대국과의 신뢰관계와 사업 진행상황를 고려해 계획대로 추진한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석탄광산 개발사업인 한전의 호주 바이롱 사업 역시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 조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 해외석탄 발전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고, 석탄 탄광 개발에 대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바이룽 사업에 대해선 정부의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 상장공기업인 한전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동안 공적금융 지원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던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위축 우려에 대해선 "세계 석탄화력발전 신규 발주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글로벌 에너지전환 흐름에 국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와 가스터빈 생태계육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란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석탄발전은 좌초산업이 되고 있고, 재생에너지로의 투자 전환이 필요하다"며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에 따라 축소될 수 있는 석탄산업의 대체 유망분야 사업전환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저탄소 전환도 지원한다. 기금은 기업 감축 지원, 기술개발(R&D) 등 경제구조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 기업 지원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좌초산업의 대체·유망분야로의 사업전환 등 공정한 전환 지원을 위해서도 활용한다.

사진=Pixabay

경유세 인상·탄소세 도입에도 속도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탄소세 신설 등의 세제 개편 작업도 서두른다.

탄소세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량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업종이라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해외에선 주로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독일·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보편화된 세제다.

전세계적인 추세인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비해자는 취지다.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은 업종에 세금을 더 매기자는 게 원칙이나, 과도한 증세가 국민과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란 신중론도 거센 상황이다.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과도한 증세' 논란이다. 탄소세는 세수 개편이 기업의 에너지전환을 이끄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이 제도의 맹점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조세 역진성(逆進性)이다. 배출업종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기요금·기름값 등이 따라 상승해 저소득층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임기 하반기에 접어든 정부로선 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이중과세란 지적도 여전하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이미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을 지불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R&D, 사업전환과 같은 공정전환 위해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세제 개편을 연구용역 중"이라며 "연말까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론화 과정 등 후속조치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송부문에서의 미세먼지 감축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경유세 인상 카드도 다시 꺼냈다. 세금 부담을 높여 친환경차 전환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휘발유와 경유(디젤), 액화석유가스(LPG)의 현행 가격비중은 100:85:50이다. 이는 상대적인 비율로, 지난 2005년 정부가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면서 굳어진 것이다. 가령 휘발유 가격이 1천원이면 경유 가격은 850원, LPG 가격은 500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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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후경유차를 '도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연간 2회씩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해왔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에서도 경유세 인상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도 탄소중립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대폭 상향됐다.

정부 관계자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동향을 고려하면, 선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곧 무역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과기정통부)과 녹색 유망기술 상용화 로드맵(환경부)을 수립·이행해 핵심기술의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