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국방·외교' 저격 악성메일 유포 중

이스트시큐리티 "보안 서비스 '프로톤메일' 악용 정황 포착"

컴퓨팅입력 :2021/04/20 14:34

보안 기업 이스트시큐리티(대표 정상원)는 최근 외교·안보·국방·통일 분야 종사하는 전문가나 관계자를 겨냥한 이메일 해킹 시도가 국내에서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ESRC)는 이 공격의 배후에 대해 북한 정부와 공식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조직 ‘탈륨’과 ‘라자루스’를 각각 지목했다.

ESRC는 각 조직이 국내 외교·안보·국방·통일 분야 종사자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아 사이버 위협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방위 산업, 군사 전문가들도 공격에 노출된 것으로 봤다. 공격 방식은 주로 이메일에 악성 DOC 문서를 첨부하는 전통적 방식이 성행하고 있지만, 수신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위협 시나리오가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발견된 공격에는 '안보 연구 평가 설문'을 사칭한 이메일 공격 수법이 활용됐다. 공격자가 수신자에게 최초로 발송한 설문지 안내 파일에는 위협 요소가 전혀 없는 정상 문서가 첨부돼, 수신자로 하여금 의심을 낮추고 신뢰도를 높였다. 이후 이메일에서는 사례금 지급을 미끼로 수신자의 심리를 자극해 악성 문서를 열람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격자가 설문지를 사칭해 발송한 이메일 화면(출처=이스트시큐리티)

ESRC는 최근 포착된 여러 사례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탈륨 조직이 '프로톤메일' 서비스를 공격에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로톤메일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3년 설립된 종단간 암호화 이메일 서비스다. 보안 기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랜섬웨어 제작자들이 비트코인을 요구하거나 협상 시 활용하는 대표 이메일 서비스다. 따라서 프로톤 이메일로 평소와 다른 형태의 접근이 목격된다면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라자루스 조직의 경우 DOC 문서 파일 내부 이미지에 몰래 악성코드를 은닉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기법을 악용한 공격 시도가 발견됐다. 문서를 실행하면 내부에 숨겨둔 악성 스크립트가 호출되는 전략을 새롭게 구사했다. 현재 이와 유사하게 ‘참가신청서양식.doc’, ‘생활비지급.doc’ 등의 파일을 활용한 공격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해당 공격들은 악성 매크로 기능이 실행되기 위해 사용자가 '콘텐츠 사용' 버튼을 누르도록 가짜 화면을 노출하고 있으며, 초기 이 화면에서는 ‘프로그람’이라는 단어가 발견됐다. 이는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대표적 북한식 영어 표기다. 공격의 명령 제어(C2) 주소로 한국의 웹 사이트 일부가 악용된 점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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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람’ 표현이 포함된 악성 문서 실행 화면(출처=이스트시큐리티)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ESRC센터장 이사는 “최근 악성 DOC 파일을 이용한 스피어 피싱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피해 대상자의 전문 분야에 따라 맞춤형 공격 시나리오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 당국과 연계된 것으로 널리 알려진 탈륨, 라자루스의 사이버 공격 수위가 함께 증대되고 있어 유사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민관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기존에 널리 쓰이던 HWP 문서의 포스트스크립트 취약점 대신 최근에는 DOC 매크로 공격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종종 HWP 문서 내부에 악성 OLE 개체를 삽입하는 방식도 관찰되고 있어 반드시 최신 버전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보안 기능을 상향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