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행이 임박하자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채무탕감이 이뤄지고 경우에 따라선 추가자금 투입이 요구될 수 있는 만큼 채권자협의회 대표인 산업은행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초 채권자협의회와 관리위원회,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등 3곳에 쌍용차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전달했다. 또 지난 9일엔 정용원 쌍용차 기회관리본부장(전무)를 법정관리인 후보로 선정한 뒤 이들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회생파산위원회와 채권단협의회가 법정관리인 선정에 찬성하면 법원은 정용원 전무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번주 쌍용차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법정관리는 법원 주도 아래 부실기업의 회생을 이끄는 제도다. 모든 채무에 대한 강제적 채무조정으로 회생기반을 마련하고 자구노력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보통 법원은 기업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회생·파산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쌍용차는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은 뒤 P플랜(단기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복안이었으나, 약속된 시한까지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 계획은 무산됐다.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감지되는 데다,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여 명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라 파산이 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법원도 에디슨모터스 등이 투자의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해 회생절차 개시 후 서둘러 쌍용차를 매각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건은 산업은행의 행보다. 쌍용차가 신속히 매수자를 찾아 법정관리를 졸업하려면 구조조정과 채권탕감을 거쳐 몸집을 줄여야해서다. 즉, 채권단 대표 격인 산업은행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외부에서는 쌍용차가 매각 전까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차원의 운전자금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단 산업은행 측은 아직까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 추가 지원까지 논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잠재적 투자자의 사업계획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외부전문기관의 타당성 평가 후 지원(대출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야만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떠나는 예병태 쌍용차 사장…임직원에 "절망하기 이르다"2021.04.07
- 이동걸, 쌍용차 대표와 면담…"뼈 깎는 각오로 협상 임해야"2021.03.17
-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 "쌍용차 인수하겠다…체어맨 전기차 만들 것”2021.03.25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쌍용차 노사, 적극적으로 투자 협상 임해야"2021.03.15
다만 일각에선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면 산업은행도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추가 자금 지원을 신중히 고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채권조정과 운전자금 투입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