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수요·제조기업 간 가교 역할 해야"

[이슈진단+] 반도체 공급난 글로벌 강타, 해법은 (상)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4/09 16:49    수정: 2021/04/09 17:48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공급대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폭스바겐, 토요타, GM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조업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전자 제품 시장까지 공급난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메이디, 샤오미 등이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최근 일부 가전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조치에 나섰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2분기 이후부터 반도체 공급난을 고려해 가전제품의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디넷코리아는 이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전무)과 시에스 추아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아태지역 대표(사장),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사장) 등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과 반도체 공급난의 해법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전무).

Q 반도체 공급난 해법을 모색하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운영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안기현 전무다.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로 이슈가 많은 데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터뷰에 참여했다."

Q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에서 시작된 공급난이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A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가 공급량이 부족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회사에서 발생했다. 이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설이 시장 수요보다 부족했다. 특히 자동차에서 발생한 것은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증가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지금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3년 정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부족문제는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가전, TV 등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결국,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전자 제품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이것이 원가에 부담을 줘 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Q 이번 반도체 공급대란을 통해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첨예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국가 간 마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미·중 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A "현재의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현재의 이슈는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신규로 반도체 제조시설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세계에서 몇 안 된다는 것이 동시에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앞으로를 예측해 보면 대부분의 기기가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요구하고 있어 수요는 지금보다도 많아질 것이고, 이것이 반도체 부족현상을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지금보다 더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을 벤치마킹해 국가적으로 과감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지원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다. 국내 자동차 등 반도체 수요기업들은 상당 부분 반도체를 수입해서 사용한다. 이것은 결국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안정화하기 위해서 국내에서 필요한 반도체는 국내 기업이 개발해서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수요기업과 반도체 제조기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협회는 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을 이미 결집했고, 국내 반도체 수요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Q 글로벌 반도체 공급대란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자국 내 시설투자를 통한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재편에 나서는 것 같은데.

A "지금의 반도체 부족현상은 시설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 유럽이 자국 내에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시설투자 기회가 있으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부는 국내 시설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내 반도체 수요기업과 반도체 기업 간 협력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시설투자 외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A "근본적으로 현재 운영되는 제조시설 규모가 수요에 비해서 부족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조시설 확장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국내 산업적 입장에서 국내 수급 우선적으로 보면 국내 반도체 수요 기업이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자동차 관련 기업과 반도체 기업 간 협력을 위한 교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본다."

Q 이번 반도체 공급대란의 최초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IT 기업까지 전기·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A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는 국내 자동차 업체와 국내 반도체 업체가 상호 열린 마음으로 협업을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삼성전자, 그리고 국내 팹리스에서 개발하고 있다. 카메라 센서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는 국내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다. 관련 고성능 연산처리 반도체도 국내 팹리스가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것을 자동차에 장착해 시험평가하는 시설을 (정부가) 구축해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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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이야기가 있다면.

A "글로벌 반도체 공급대란은 미·중과의 무역분쟁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에 있어서 독립적으로 행동할 만큼 자립화가 안 되어 있다. 현재의 반도체 부족현상, 미국과 유럽 정부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