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거대한 산이던 소니를 넘어서고 SK하이닉스 역시 거대한 산이던 인텔과 현재 어깨를 견주고 있습니다. BTS도 빌보드100에 진입했구요. KAIST 앞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라는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삼성, SK하이닉스, BTS가 했는데 우리가 왜 못하겠습니까. KAIST가 MIT를 넘어서겠습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8일 취임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인문사회학은 20년후 KAIST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KAIST가 더 이상 따라가는 연구를 하지 않겠다"며 세계 최초의 KAIST만의 독특한 연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 미래학자인 이 총장은 서울대와 KAIST 산업공학 학사·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 리옹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KAIST에 부임해 국제협력처장(2001년), 교무처장(2006년), 교학부총장(2019년) 등을 지냈다. 기부금 300억원 받아 2000년 바이오뇌공학과를 만들었고, 2013년에는 기부금 215억원으로 미래전략대학원도 신설했다.
영어 강의와 입학사정관제도 그가 교무처장때 만들어졌다. 1995년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충격을 받은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과 협력해 KAIST 학생들이 6개월간 실리콘밸리에서 머무르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연구보다 창업에 힘을 쏟는 '책상벤처'라는 말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김정주(넥슨)·김영달(아이디스)·신승우(네오위즈)·김준환(올라웍스)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배출했고, 그가 배출한 제자들이 만든 여러 기업이 창출하는 연간 매출이 2.5조원에 달한다.
성과도 많지만 지난 KAIST 50년의 가장 큰 약점이 "따라하기"라면서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기 위해 이제 새로운 길을 가려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길은 'QAIST'라는 신문화다.
Question(교육), Advanced research(연구), Internationalization(국제화), Start-up(기술사업화), Trust(신뢰)의 앞머리를 딴 말이다.즉, 질문하는 인재(교육)와 문제 정의 연구를 하며(연구), 월드베스트 KAIST(국제화)가 되고, 글로벌 가치창출(기술사업화)과 국민에 신뢰(신뢰)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꿈이 너무 작다. 큰 꿈을 갖고 마음속에 불덩어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럴러면 넓은걸 보고 질문하게 해야 한다"면서 "KAIST 문제점은 전공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교수들에게 답이 없는 문제를 내고 문제를 학생들 스스로가 내게 하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넓은 세상을 보려면 인문융합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면서 "KAIST가 디지털 인문사회학에 20년간 집중하면 20년뒤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고보다 최초를 강조한다"면서 KAIST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KAIST가 1랩1독서, 1랩1최초, 1랩1외국인,1랩1벤처, 1랩1봉사를 펼치겠다면서 "성적 지상주의는 안된다. 도전왕, 독서왕, 봉사왕, 질문왕 같은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KAIST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을 15%로 늘리고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 교수도 25%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우(HoW)에서 왓(What)의 연구를 하겠다면서 "전세계 대학이 AI연구를 하고 있다. KAIST는 따라하기를 안하겠다. KAIST는 지금 포스트AI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사업화에 주력해 10년후 연간 1000억원을 버는 KAIST가 되겠다면서 대전-세종-오송을 잇는 트라이앵글 창업혁신 클러스터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신뢰기반의 재정 운영을 위해 "기부금을 하루 1억씩 유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학교는 절반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밖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총장이 맨 밑에 있는 '거꾸로 조직도'를 보여주며 서번트(봉사)리더십을 강조한 그는 "1랩1봉사 활동으로 KAIST 졸업생은 봉사 잘하고 인성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겠다"며 "밤하늘에 수많은 빛나는 별이 있다. 이 중 KAIST는 독특하면서도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면서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학이 되고 싶고, 우리가 노력하면 이런 우리의 꿈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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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임기중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추진하는 일이 4년안에 성과가 나올 일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고 의식을 바꾸자는 큰 방향이다. KAIST가 따라하기를 버리고 세계최초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된다"면서 "연구처장한테 그랬다. 연구비 줄때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이면 주지 말라고. 성공률이 높으면 KAIST에서는 연구 못한다. 이런 문화를 심어주는 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인근 출연연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그는 KAIST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 불가능하다"면서 "2~3년후 AI 교수가 20~30명이 될 터인데 공간적으로 어느 한군데 있을 수 없다. 지금처럼 두 군데로 나뉘어 가는 형태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