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또 발생했다. 지난 2년간 정부가 내놓은 두 차례의 원인 규명과 안전성 강화 대책에도 언제든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업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경 충남 홍성군 광천읍 가정리에 위치한 태양광 연계 ESS에서 화재가 났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ESS 1개동과 모듈 7개가 전소해 약 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ESS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블랙박스와 운영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 조사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 ESS는 개인이 운영하는 설비다. ESS에 탑재된 배터리는 지난 2017년 국내 A사가 공급했다.
이 ESS는 옥외에 설치된 제품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충전율 90% 제한 조치를 준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화재로 전국에서 발생한 ESS 화재 건수는 총 30건이 됐다.
해당 설비가 ESS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과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충전율을 낮춰 운영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산업부는 2019년 6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ESS 화재 원인조사 결과와 안전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 8월부터 발생한 23건의 화재 사건을 살펴본 1차 조사에선 배터리 보호시스템과 운영관리·설치상의 미흡이 원인으로 제시됐다. 일부 ESS 배터리 셀(Cell)에서 제조상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배터리 결함을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에 포함하진 않았다.
반면, 조사위는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5건의 화재 원인을 규명한 2차 조사에서 '배터리 이상'을 화재의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1차 조사 발표 이후 8개월 만에 화재 원인을 번복한 것.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관리운영 지침을 개정 시행해 ESS 충전율 기준치를 지키도록 유도했다.
옥내 80%, 옥외 90% 등 충전율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당 월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으로 조정했다. 과충전을 막아 안전조치 이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관련기사
- LG에너지솔루션, 美서 ESS 배터리 자발적 리콜2020.12.04
- LG, 미국서 ESS 자발적 리콜...한국에서는 왜 안 되나2020.12.10
- 산업부, ESS 가동중단 손실보전…23일부터 신청 받아2020.11.17
- 발전5사, ESS 가동중단으로 123억원 손실2020.10.14
다만, 이같은 조치가 시장 활성화에 효과적일 지는 의문이라는 게 현재도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전율 상한으로 이미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REC 가중치를 깎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업자들은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좀 더 근본적인 대책과 원인 파악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