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시기 전쟁, 해외 기업도 참전

구글, 애플 비롯 글로벌 IT기업도 국내 개발자에 러브콜

컴퓨팅입력 :2021/04/07 09:56

“구글 AI모델 연구 중 의문점이 있어 질의 메일을 보냈더니, 답변보다 입사제의서가 먼저 메일로 오더군요”

최근 만난 한 AI전문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말이다.

그는 “현재 직접 설립한 회사에 몸을 담고 있어 제의를 거절했지만, 만약 일반 회사에 재직 중이었다면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라며 “구직 중이라고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 제안을 할 정도면 해외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예상이 간다”고 말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급 개발자 확보 경쟁에 글로벌 IT 기업의 난입으로 해외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IT기업들은 국내 IT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입사제의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Pixabay

■ 전세계적 개발자 난, 국내 개발자에게도 러브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대와 기업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면서 개발자 등 인재 수요가 전방위로 확대하는 추세다. IT관련 기업을 비롯해 제조,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발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구글, 애플 등 주요IT 기업을 비롯해 유럽,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지의 기업에서 국내 개발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입사제의는 주로 링크드인을 통해 이뤄지지만 앞선 사례처럼 스택오버플로우 등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경우는 개인 메일을 통해 제안하기도 한다.

업무는 대부분 한국에서 재택근무 형태로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간 이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입사를 위한 면접도 모두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다.

한 스타트업 개발자는 “열심히 활동하는 개발자라면 대부분 한두 번 이상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도 최근 제안 메일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 해외 기업 인재 유출 가속화

해외 기업의 입사제의가 늘며 국내 개발자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미 IT기업의 평균 연봉이 국내 대기업의 3배에 달하며, 업무 조건도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AI 임원은 “AI 박사급 고급 인재의 경우 연봉이 최소 30만에서 50만 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국내 기업도 이정도 수준의 대우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인재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글로벌 IT기업 이직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이직에 대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기업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주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 해외 IT기업 수준 업무 환경 구축해야

해외 기업에서 노리는 고급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도 같은 수준의 업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임금을 비롯해 기업문화도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구조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슈퍼컴퓨터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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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개발자는 “최근 기업간 개발자 확보 경쟁으로 임금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업무 환경에 대해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며 보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송 카이스트(KAIST) AI대학원장은 “AI 전문가 등 고급 개발인재는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동료, 자율성, 업무환경 등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