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 글로벌에서 통하려면, 한국 티를 내면 안된다”

[인터뷰] 오픈박스연구소 김종호 대표

컴퓨팅입력 :2021/04/06 16:11    수정: 2021/04/06 16:11

“대부분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국내 성과를 낸 후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다. 한국에 맞게 만들다가 글로벌로 나가면 처음부터 구조 자체를 새로 시작해야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 잘되는 회사일수록 글로벌로 나가기 어렵다. 글로벌을 목표로 한다면, 시작부터 한국 티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통합 소프트웨어 ‘레이드라이브’를 제공하는 오픈박스연구소의 김종호 대표의 말이다.

김종호 대표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레이드라이브의 글로벌 성공 전략과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세계 진출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김종호 오픈박스연구소 대표

레이드라이브는 다양한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묶어 OS 탐색기의 디스크 드라이브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 원드라이브, 박스 같은 개인용 클라우드뿐 아니라 셰어포인트, 아마존웹서비스(AWS) S3, 구글클라우드 스토리지, 네이버 오브젝트스토리지, 웹DAV, SFTP, FTP 등 기업용 스토리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오픈박스연구소의 레이드라이브는 전세계 95만명 사용자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전세계 227개국에서 월평균 33만명이 사용한다. 사용자 지역별로 한국이 27%로 가장 많지만, 중국(22%), 미국(5%), 타이완, 베트남, 브라질, 일본, 독일, 러시아, 홍콩, 스페인, 태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골고루 쓰이는 글로벌 제품이다.

레이드라이브는 시작부터 영어 버전으로 개발됐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28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특별히 글로벌하게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입소문만 타고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자를 빨아들였다. 비결은 철저한 글로벌 지향이었다.

김 대표는 “레이드라이브를 글로벌 서비스로 하다보니 아랍권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랍권 언어를 제대로 지원할 방법을 찾았다”며 “몇가지 언어 우선순위를 정해서 용역을 줘 해결하려다 번역할 문서를 엑셀로 정리해 깃허브에 올려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자 깃허브에서 각 언어권 사용자들이 템플릿을 받아 일주일 만에 번역 작업을 해서 올려줘 순식간에 한국에서 만든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언어 수준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며 “중국 사용자들은 심지어 중국회사에서 만든 제품인 줄 알고 쓴다고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레이드라이브를 윈도탐색기에서 구동한 모습

오픈박스연구소의 레이드라이브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매출을 일으키기 힘든 상황에 부딪쳤다. 일단 결제시스템이 문제였다. 전자상거래 규제 때문에 국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페이팔 같은 결제 플랫폼으로 팔 수 없다. 국내 결재시스템 업체는 한국 외부의 전자상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한국 소프트웨어회사는 글로벌로 갈 잠재력을 가졌으면서도 국내 시장에 갇혀버린다”며 “정부의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은 영업과 마케팅을 도와주는 현지화 프로그램일 뿐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레이드라이브는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으로 제공되는데, 무료 버전은 광고 플랫폼을 이용해 수익을 번다. 국내 디지털 광고 플랫폼은 글로벌 사용자를 공략 대상으로 삼지 않아 구글 애드센스 외에 해외 사용자에게 노출할 광고를 붙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결국 수요의 문제라고 본다”며 “정부나 기관에서 할 일은 10년, 20년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생태계 범위를 처음부터 글로벌로 삼는 전략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만든 제품은 언어란 장벽을 넘으면 국적에 상관없이 널리 쓰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도 잘 되는 음식점은 맛이란 본질에 충실하면 살아남는다”며 “레이드라이브도 코로나 사태에도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데, 드라이브를 인식할 때 한번이라도 불량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본질을 지켰던 게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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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라이브 지원언어 선택 메뉴

그는 “디스크의 고유 가치는 장치 인식 문제없이 쓰는 것이고, 이왕이면 빠르게 쓰는 것”이라며 “레이드라이브는 캐시 용법을 활용해 빠르게 쓰도록 하고, 하드웨어 동기화 방식을 버려 저장공간도 적게 차지하게 만듦으로써 안정성과 속도, 심지어 무료란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하기 편하게, 불필요한 옵션을 제거하고 클릭 한두번이면 바로 연결해 쓸 수 있게 하니 사람들이 고민없이 쓰고, 입소문을 타고 확 퍼진 것”이라며 “유틸리티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본질은 글로벌하게 동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