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 눈독 들이는 이유

높은 거래액·데이터 분석력·첨단 물류시스템 등 강점

유통입력 :2021/04/06 08:36    수정: 2021/04/06 19:23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오픈마켓 사업 모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은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오픈마켓 진출을 꾀하는 모습이다.

직매입 방식을 선호했던 대기업들이 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려는 걸까? 업계에서는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가 꾸준히 흑자를 이어오면서 거래액을 늘려나간 점과,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와 클라우드 운영, 인공지능(AI) 등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꼽고 있다. 

앞으로 어느 회사가 인수하든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미 이베이코리아가 일궈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네이버와 쿠팡과 경쟁할만한 몸집을 갖추게 될 수 있어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 후보는 롯데·신세계(이마트)·SK텔레콤·MBK파트너스 등으로 좁혀졌다. 지난달 23일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고, 24일 강희석 이마트 대표 역시"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또한 박정호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공식화했다. 

왜 이베이코리아인가 

롯데나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오픈마켓 플랫폼을 품으려고 하는지는 명확하다. 

오픈마켓은 판매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해주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유통 플랫폼인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오픈마켓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취급 상품수의 규모와 거래액을 단숨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를 필두로 하는 국내 오픈마켓 운영 업체의 거래액은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2020년 기준 161조원)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 매출액 1조5천억원, 영업이익 850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28조원), 쿠팡(21조원)에 이어 톱3로 꼽힌다. 오픈마켓 플랫폼 중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도 주목할만 하다.

AI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 등 IT 기술 '눈길'

데이터 분석역량과 운영 노하우도 비결로 꼽힌다. 데이터 관리의 핵심은 거래데이터, 행위데이터, 업무데이터, 마케팅 유입 데이터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이 아닌 ‘분석하는 능력’이다. 지마켓의 특가상품 판매 이벤트 ‘슈퍼딜’과, 옥션의 ‘올킬’은 이베이코리아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몰 상단에 노출되는 딜(특가상품) 순서를 재정렬해 각 고객의 구매 패턴에 따라 다르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가 약 1년 동안 상품정보 구조화 작업 및 고객 행동-쇼핑 패턴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통해 2017년 선보인 서비스로, 지마켓과 옥션에 매일 약 200개씩 제공되는 상품들을 클러스터링(특정 조건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류하는 기법)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베이코리아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제품 재정렬 실험들을 끊임 없이 반복하며 다른 채널에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마켓의 슈퍼딜과 옥션의 올킬은 개인에 따라 상품 전시를 다르게 진행한 결과, 패션 상품 기준, 특정 여성 고객군에서 상품 방문 비율이 40% 증가했고, 구매전환비율도 10% 이상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한국판 아마존 FBA식 물류 '스마일배송’의 자체 물류관리시스템(WMS)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공략을 위한 핵심 서비스인 풀필먼트 바탕의 물류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생필품 및 상품 위주로 제3자물류인 ‘스마일배송’을 필두로 콜드체인을 가진 기업들과 협업해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하이브리드 물류모델’을 선보이면서다. 특히 이베이코리아의 한국판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식 물류인 ‘스마일배송’은 치열한 ‘물류전쟁’에서 일찌감치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 물류시스템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선보인 ‘스마일배송’은 배송 대행/위탁과 이커머스 주문 처리를 연동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형 풀필먼트 플랫폼이다. 판매자의 ‘제품 보관-주문 처리-포장-배송-고객 문의 응대’까지 책임지는 종합 대행 서비스로,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와 가장 근접한 시스템이다. 스마일배송 서비스는 이커머스 기업이 운영하는 물류 서비스로는 거의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일배송 거래액이 2019년 대비 2020년 약 70% 증가한 걸로 알려져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다. 브랜드 판매자들에게 특화된 샘플링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 수단도 제공한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의 핵심은 2015년에 개발한 물류관리시스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다.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 파악이 용이해져 동일한 배송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AI 기술을 활용한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재 동탄, 백암, 인천 3곳에 WMS가 내재화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동탄은 ‘스마일배송’. 백암은 ‘스마일배송 멀티채널’,인천에서는 G마켓 글로벌샵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중소업체의 해외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판매자들의 물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탄생한 만큼 판매자들이 제품 품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 중 상품 출고 바로 다음날 판매자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구매 확정 다음날 판매대금을 지급한다.

유료 회원제 스마일클럽으로 소비자 '락인' 

이베이코리아의 유료회원제 ‘스마일클럽’도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수 270만명을 돌파한 스마일클럽은 경제력과 가계 내 소비결정권을 가진 30~40대가 주 고객층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적인 락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커스터머 저니(customer journey, 고객 동선)’ 분석을 통해 탄생한 ‘클럽 스탬프’는 고객 쇼핑 경험에 대한 이베이코리아만의 통찰력을 잘 보여준다. 이베이코리아는 3개월 간 지마켓 충성고객, 일반 고객, 임직원 고객 및 타사 충성고객 등 160여 명의 라이프 스타일을 시계열로 기록해 고객의 감정과 생각까지 분석했다. 커머스 구매는 스마트폰 앱 안에서 이뤄지지만 구매 결정을 일으키는 계기는 폰 밖 일상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출퇴근길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도 관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웹툰, 동영상, 뉴스를 보거나 커머스를 하는 등 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에 착안해 ‘재미있는 커머스’를 생각했다. 커머스는 빨리 살 것만 사고 나가는 곳이지 재미를 위해 머무는 곳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클럽 스탬프는 카페에서 스탬프 도장을 찍어주듯 고객이 앱에 출석하면 보상을 주는 등 새로운 재미의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 관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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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의 상업자 표시카드(PLCC) 스마일카드를 교통을 비롯해 다양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해도 스탬프 적립이 가능하다. 또 스탬프를 모으는 중간중간에는 할인쿠폰, 스마일캐시 보상을 제공한다. 이베이코리아는 클럽 스탬프를 통해 얻어진 고객의 쇼핑 동선 데이터를 다시 세분화해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쇼핑 데이터를 구축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