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로봇, 신뢰성 높이고 정책 연속성 힘써야"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이사 "로봇과 공존하는 인류 지혜 찾아야"

디지털경제입력 :2021/04/02 15:28    수정: 2021/04/02 16:47

로봇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집필한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서다. 작중 과학자 로섬은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 줄 로봇을 만들었다. 감정을 가지게 된 로봇은 부여된 노동을 부정하게 됐다. 결국 반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이고 세계를 정복한다.

비극적 결말이지만 로봇 개념이 등장한 지 약 100년이 흘렀다. 그 동안 로봇은 각종 산업 형태로 진화하면서 우리 인류 생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로봇산업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로봇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오는 2024년 1천 220억달러(약 146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로봇 시장에 영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지난 1999년 설립된 로보틱스연구조합과 한국지능형로봇산업협회가 통합돼 2008년 출범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간기관이다. 이 기관은 한국 로봇산업을 총괄하는 '로보월드' 박람회를 매해 개최한다. 또한 전 세계 9개국 로봇 기관과 MOU를 체결했고, 국내의 경우 대기업을 비롯한 관련 기업 204개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이사와 대한민국 로봇 산업이 안고 있는 과제와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한국로봇산업협회)

다음은 조영훈 이사와 일문일답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설립된지 20년 넘었다. 그동안의 성과는.

"우리 협회는 기본적으로 한국 로봇 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다. 1978년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다중용접로봇이 한국 로봇 산업의 시작이다. 이러한 최초 단순 제조 로봇 산업이 2000년대 초반 새로운 패러다임의 로봇 기술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 외에 우리 삶과 공존하는 일상의 서비스 로봇이 탄생하는 데 일조했다. 조금 더 실무적으로 표현하면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 사업화를 지원 한다. 또 새로운 로봇 기술에 대해 연구개발하고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즉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지난 20년간 수행했다."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탄생했지만 상용화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용화를 하려면 성능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가 로봇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너무 크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만한 로봇의 기능을 기대한 거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한 탓이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 공공 수요 확대에 대해 논의 중이다. 공공에서 로봇을 사용하면 민간에서 따라올 수 있다. B2G가 선행 돼야 B2C가 가능하다. 우리가 안고가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 산업용 제조 로봇의 경우엔 상황이 어떤가?

"로봇 선진 국가에 비해 산업용 로봇 제조 기술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장 조금 보태면 야스가와, ABB, 쿠카 등 기업이 전 세계 로봇 시장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언급한 회사들은 업력 자체부터 길다. '만 시간의 법칙'이란 얘기도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압축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업력이 짧은 탓에 2%가 부족한 거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이사

-부족한 2%는 무엇인가.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다. 로봇을 공급 받는 우리 나라 기업 조차 우리 로봇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작 로봇이 우리나라 회사 로봇이 아니다."

-협외 차원에서 국산 로봇 신뢰성 제고에 대한 역할을 하고 있나. 

"디스플레이나 산업 업체들을 자주 방문한다. 이유는 국산 부품을 적용한 로봇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게 회사들과 협의한다. 하지만 일본 부품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로봇 부품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나아질 거라 본다."

-민간에서도 노력 중이지만 공공에서 역시 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관련해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문은 어디인가.

"로봇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가 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아쉬운 건 있다. 지난해 발표한 '디지털 뉴딜' 산업에 로봇 정책이 빠져 있다. 솔직히 말해서 소외된 거나 다름 없다. 로봇 분야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이 포함돼야 한다. 정권이 들어 설 때 마다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표한다. 그러나 항상 로봇 산업은 제외됐다. 이후 업계의 요청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사진=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의 연속성 문제 있어 보인다.

"그렇다. 로봇 산업 선진국인 미국은 공공 로봇 기관을 대통령 산하로 둔다. 일본은 총리 산하에 둔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 이 기관들은 정권 취임 여부와 상관 없이 일관되게 간다. 우리나라도 고민해 볼 지점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로봇 산업의 현재는 어떤가?

"미국, 일본엔 못 미치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약 5조 8천억이다. 세계 4위에 달한다. 과거엔 우리나라가 단순 노동 로봇만 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탄탄한 정보 통신을 기반으로 고도 지능의 로봇 제작 기술까지 갖출 수 있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IOT 기반의 스마트팩토리가 로봇과 결합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 로봇 선진국과 겨뤄볼 만 하다."

-인간의 노동력이 로봇과 AI로 대체되면서 결국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진=한국로봇산업협회)

"우리는 기본적으로 ‘대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로봇과 인간은 ‘상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인간과 공존하며 노동을 하는 협동로봇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로봇 도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중요하다. 이미 3D 직업군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업군)에 로봇이 투입되는 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공에서 유리창 벽면을 청소하는 직업은 굉장히 위험하다. 사망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이런 경우 로봇이 투입되는 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로봇 청소기도 도입됐지 않나. 로봇 청소기가 등장하며 인간이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거다. 이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결국 로봇 도입에 대해 공론장이 열릴 것이고, 점차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 본다. 하루 아침에 로봇이 모든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진 않는다."

-'로봇 윤리' 역시 중요한 문제 아닌가.

"협회에 입사했을 당시부터 고민했던 문제다. 지난 2007년부터 각종 로봇학회의 과학자들이 연구해왔다. 하지만 로봇 윤리는 과학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학자, 철학자들이 가세해야 한다. 여전히 로봇 윤리는 기술 과학자가 중심이 돼 연구하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사회학자들이 로봇 윤리에 관심이 없다. 기술은 이미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만 그에 맞는 철학이나 인식이 정체돼 있다. 이제는 로봇의 사회학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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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로봇 산업의 비전이 무엇인가.

"지금껏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기기는 고정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능을 탑재한 로봇은 이동체다. 이동체에 지능을 탑재하고 역할을 부여하면 인간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본다.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다. 이를 테면 반려 형태의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고독사에 대한 문제 역시 해결된다. 결국 인간을 조력하는 형태의 로봇 등장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