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스톨만, 자유SW재단 이사 복귀…업계 반발 '봇물'

컴퓨팅입력 :2021/03/26 11:22    수정: 2021/03/26 11:22

리처드 M. 스톨만이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이사회에 복귀했다.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가 비판을 받아 사임한지 1년반 만이다. 오픈소스와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쏟아내며 반발하고 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은 순식간에 관련 커뮤니티에서 고립됐다.

최근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리처드 스톨만은 지난 24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이사회 임원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리처드 스톨만. [사진=미국 지디넷]

이에 여러 오픈소스 및 자유소프트웨어 분야 리더들과 조직이 분개하고 있다. FSF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재단 홈페이지는 리처드 스톨만을 이사회 임원으로 올려놨다.

FSF 트위터 계정의 마지막 메시지는 "공개될 때까지 리처드 스톨만의 발표를 리브레플래닛(FSF 연례 회의)의 관계자, 발표자, 수상자, 전시자, 스폰서 등 누구도 알지 못했다"였다.

FSF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포함한 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치거나 이사회에서 선출돼 임명된다. 스톨만의 이사회 복귀가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지디넷의 스티븐 보간 니콜스 컬럼니스트는 "이사회 구성원 여럿에게서 리처드 스톨만이 투표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선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FSF 이사인 캇 월시는 트위터에 "그 가치와 상관없이 나는 리처드 스톨만의 복귀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반대 투표를 했다"며 "다른 방향으로 결정을 돌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적었다.

그는 또 "발표는 계획되지 않았고, 내가 먼저 말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니었다"며 "재단의 결정이 옳지 않다 생각하며, FSF의 임무는 필요하지만 계속 성취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 설리반 FSF 총괄이사는 "(리처드 스톨만 복귀에 대한) 발표는 조율되지 않았고, 발표문도 준비되지 않았다"며 "우리 조직은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것이며 그동안 받은 여러 피드백을 주의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스톨만은 2019년 9월 FSF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퇴출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대규모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아 구속된 제프리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사망한 사건과 연관됐다.

스톨만은 한 이메일에서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용의자에게 폭행이란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도덕적 모호성을 피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언론매체에서 엄밀한 검토없이 단어를 사용한다는 비판이었다.

그의 이런 발언을 담은 이메일이 공개된 뒤 리처드 스톨만 제거 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스톨만은 FSF 대표와 MIT 인공지능연구소 객원과학자 등에서 물러났다.

오픈소스 및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가 사이에서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리프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폴 피셔는 스톨만의 성적 인식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피셔는 트위터에서 "FSF에서 3년 간 일하고 6년간 자원봉사를 했고, 2004년 끝났는데, 리처드 스톨만의 여성혐오, 성적 대상화, 학대 등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그는 "스톨만이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시작했고, GNU GPL이 획기적 문서였지만, 커뮤니티는 여전히 그의 혐오스러운 행동과 유해한 말을 설명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 운동은 한사람 이상으로 커졌으므로 포용적이고 모든 인간이 당연히 받아야할 존중과 존엄성을 가진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톨만은 FSF의 일부여선 안되며, 그가 활동하는 FSF를 지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FSF 직원이었던 조지아 영 전 FSF 프로그램매니저는 폴 피셔의 근무 시점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지아 영은 트위터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FSF에서 일할 때 유니온 샵 스튜어드였다"며 "당시 나는 90년대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을 담은 해커 유머를 gnu.org에서 제거하는 이유를 두고 존 설리반과 수개월 동안 대화를 나눴던 것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그는 "리처드 스톨만은 그것이 왜 해로운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스톨만과 직접 일하지 않았던 주변인들은 그를 깊이 존경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을 객관화하지 않는 것을 그가 배우도록 돕고, 리브레프래닛에서 마치 그의 생일잔치언 것 처럼 '이맥스 버진' 같은 말을 쓰지말라고 타인에게 소리치게 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완전히 낭비된 그 에너지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옹호하고, 포용적인 커뮤니티 구축에 사용될 수 있었지만 한 남자의 자아에 계속 소비됐다"고 덧붙였다.

FSF 이사였던 매튜 가렛 리눅스커널 개발자는 "'충분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이 용인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으며, 학대자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이 신념이 조직 운영에 관여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타 그룹과 개인의 반응으로 볼 때 FSF 이사회는 커뮤니티와 접점이 끊어져 있다. 스톨만의 광팬이 여전히 있고, 그 팬들은 오늘날 오픈소스와 자유소프트웨어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작성한 'FSF에 대한 공개서한'은 "RMS로 알려진 리처드 M. 스톨만은 오랫동안 자유소프트웨어 커뮤니티의 위험한 세력이었다"며 "그는 부적절함에 대한 다른 심각한 비난 중에서 여성혐오주의자, 장애인차별주의자, 성전환혐오주의자임을 보여줬다"고 적고 있다.

또 "이런 종류의 신념은 자유소프트웨어, 디지털권리, 기술커뮤니티에 자리를 차지 하지 않느다"며 "최근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이사회에 복귀한 것에 대해 이사회 전체의 사퇴와, RMS의 모든 리더십 직책에서 제거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공개서한은 그놈재단 총괄이사이자 데비안 리눅스프로젝트 전 리더인 닐 맥거번이 서명했다. 오픈소스이니셔티브(OCI)의 재너럴매니저인 뎁 니콜슨, 매튜 가렛 등을 포함한 수백명이 이름을 올렸다.

FSF와 별개조직인 '자유소프트웨어재단유럽(FSF유럽)도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FSF유럽은 스톨만의 모든 직책 사임을 요구했다. FSF유럽은 "FSF는 유사한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이 결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진지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FSF와 스톨만에서 주도하는 그 어떤 다른 조직과도 협력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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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I, 모질라재단, 토르프로젝트 등도 FSF에서 스톨만을 퇴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톨만이 작성한 GPL의 법적 보호를 주 활동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자유단체(SFC)도 FSF와 협력을 중단했다.

스티븐 보간 니콜스는 "리처드 스톨만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그와 직접 일한 여러 사람을 포함해 그 과정에서 많은 지지자를 소외시켰다"며 "FSF가 결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FSF의 종말이 실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