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컴퍼니로 전환하고 지배구조도 개편"

기업가치 극대화 방향성 제시...이베이 인수 참여했지만 이커머스 사업은 고민

방송/통신입력 :2021/03/25 14:32    수정: 2021/03/25 15:08

SK텔레콤이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또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추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와함께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방침인 ESG 경영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수년 동안 물음표가 붙어 있던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회사 자산과 성장가능성을 포함한 기업가치를 온전히 담아내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에 대한 경영 성과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최근 온라인커머스 시장 환경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 명실상부한 AI컴퍼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5일 을지로사옥에서 열린 37기 주주총회 사업 성과 보고를 발표하면서 올해 회사의 변화 방향으로 AI컴퍼니 전환, 글로벌 수준 거버넌스 확립을 제시했다.

AI컴퍼니에 대한 구상은 주력사업인 이동통신(MNO)과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ICT 사업군 영역 전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AI 중심으로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정호 사장은 “시총에서 50배 더 큰 아마존을 보면 멤버십도 있지만 AI로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마존 AI의 진화를 보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마존은 OS를 가진 회사는 아니고, 우리는 아마존보다 MNO 등 가진 것이 더 많아서 AI의 진화가 더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여러 사업의 성장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전체 기업가치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또 선진화된 거버넌스를 위해 정관에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신설하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4개로 재편했다. 미래전략위원회, 인사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EGS위원회로 구성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이미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독립된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더 많은 인정과 지지를 얻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로 한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가치 극대화...지배구조 개편 공식화

이날 SK텔레콤 주총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이 꼽힌다. 회사가 가진 자산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기대보다 주가가 낮다는 게 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주의 고민이다.

그런 가운데 분기배당 계획을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주총 안건을 통해 현재 중간배당 조항을 삭제하고 분기 배당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박 사장은 “1년에 중간 배당과 마지막 배당을 해왔는데 분기 배당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기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일정한 현금 흐름을 가능하게 하고 주가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SK텔레콤의 분기 배당 도입은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과도 맞물린다. 증권가에서는 분기 배당이 SK텔레콤의 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의 사전 작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다각적인 검토 입장만 내온 것과 달리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물음에 “곧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예정된 수순이다. 현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까지 끌어올리는데 10조원 안팎의 자금을 들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기업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5대 주요 사업부와 자회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현재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경영진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계획 발표와 함께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로드맵도 분명히 한다는 방침이다.

IPO 계획은 올해 안에 원스토어부터 시작된다. 이후 보안 자회사 ADT캡스와 OTT 합작법인 웨이브가 IPO를 앞두고 있다. ADT캡스를 인수할 때와 같이 티브로드를 합병한 SK브로드밴드 역시 IPO를 통한 기업가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 11번가 온라인커머스 사업은 고민

커머스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이 짙어 보인다.

온라인커머스 사업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부각되는 분야지만 국내 시장의 경쟁자인 쿠팡이 상장하면서 11번가의 사업 경쟁이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진행하면서 국내 온라인커머스 시장을 두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SK텔레콤은 신세계, 롯데와 함께 이베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박 사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온라인 중심의 소비 경제 활동이 늘고 있다”며 “쿠팡의 100조원 상장은 커머스 사업의 긍정적인 시그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쿠팡이 상장한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11번가를 팔라는 이야기였다”고 토로했다.

쿠팡이 끌어들인 투자금이 11번가 사업의 경쟁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11번가는 그동안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집중됐다. 마케팅 경쟁이 심화된 국내 커머스 시장에서 손실을 줄이면서도 주요 사업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경영 의지로 이끌어온 자회사다.

하지만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경쟁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박 사장은 “쿠팡이 공모에 들어간 은행에 차입한 돈이 5조원이 넘는다”며 “총 10조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경쟁이 되겠냐는 인식도 있고, 이커머스는 한 나라에 하나라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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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베이는 헤지펀드나 주주의 공격을 받아 캐시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수익이 좋은 한국 시장을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베이 인수에 참여한 이유는 우리에게 영향이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예비입찰이라는 점에서) 바인딩이 되지 않는(구속력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예비입찰에) 참여해 전체를 바라보며 전략을 유동적으로 구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