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SW산업협회장 "플랫폼 기업, SW 영역 침해 좌시 않을 것"

취임 한달 인터뷰..."공공·금융 분야서 SW가 제 값받는 환경 조성"

인터뷰입력 :2021/03/24 09:08    수정: 2021/03/24 10:52

···"역대 회장 중 이틀씩 출근하는 회장은 내가 처음이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얼굴 역할만 하는 회장이 되면 자칫 잊어버린 2년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많다.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

지난 2월 24일 제 18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에 취임한 조준희 회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가진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격변의 시기에 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내 소프트웨어(SW) 단체 중 맏형인 KOSA는 소프트웨어진흥법 제 10조에 근거한 법정 단체로 1988년 4월 7일 설립됐다. 올 1월 현재 회원사는 9743곳이다. 이중 정회원이 2233개, 일반회원이 7510개에 달한다. 산하에 3개 위원회(정책 및 제도 개선·해외 진출·인력양성 및 일자리 창출)와 7개 협의회(빅데이터C&C·인공지능산업·SW품질·한국SW테스팅·한국SW공학네트워크·SW융합·의료IT산업), 5개 해외협의체(미국·중국·일본·인도·동남아), 3개 지역별 협의회(광주전남·부산경남·대전충남세종)를 두고 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인 조 회장은 1969년생으로 대학 졸업후 현대건설에서 6년정도 해외플랜트 사업을 하다 2001년 모바일 SW기업 유라클을 설립했다. 2016년 협회 이사가 됐고 2019년부터 부회장 및 제도 위원장을 맡아오다 회장이 됐다. 조 회장은 공공과 금융, 플랫폼 등 3대 분야에서 SW가 제 값을 받는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국내 SW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사스(SaaS) 협의회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SW업계 고질인 유지보수율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래는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장에 취임한 지 벌써 한달이다. 취임해 보니 어떤가. 그동안 임원사로 일해왔던 것과 다를 것 같은데

"협회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2년전 협회 정책제도위원장을 할때다. SW진흥법이 계속 미뤄지면서 국회에 진짜 많이 갔다. 이원욱 의원이 과방위 간사할때 막판에 극적으로 SW진흥법이 통과됐다. 정책제도위원장하면서 협회가 뭘 해야 할 지 다른 임원사보다 더 많이 고민했고 알고 있다. 역대 협회장 중 내가 가장 젊다. 그 동안 선배 회장들이 쌓은 업적에 누가 되지 않게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협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매우중요한 시기에 회장이 된 것 같다."

-중요한 시기에 회장이 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SW진흥법이 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됐고 관련 시행령도 잇달아 발효됐다. 올 한해가 중요하다. 시행령 등이 잘 지켜지는 지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 둘째, 모든 SW가 클라우드 기반의 사스(SaaS)로 바뀌고 있다. 협회 임원사만해도 아직 사스화가 안된 곳이 많이 있다. SW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닥쳤고,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SW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영상회의솔루션 등을 내놓으면서 SW기업과 비즈니스가 겹치고 있다. 플랫폼 사업 특성은 승자가 모든 걸 갖는 '위너 테잇스 올(Winner takes all)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SW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큰 격변기에 국내 최대 SW단체 협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조준희 제 18대 한국소프트웨어협회장. 유라클 설립자인 조 회장은 2월 24일 협회장에 취임했다.

-전임 회장들과 달리 일주일에 두번(화, 목요일) 협회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들었다

"격변의 시대에 반드시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협회장이라고 얼굴마담만 하면 자칫 우리 SW산업과 업계가 잊어버린 2년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역대 회장 중 이틀씩 출근하는 회장은 처음일 거다. 2월 25일부터 일주일에 이틀씩(월, 목요일) 협회에 마련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서산대사가 쓴 야설(夜雪)이라는 시가 현재의 조 회장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데

"김구 선생이 1948년 남북협상 길에 나설때도 서산대사의 야설을 읊으며 의지와 각오를 다졌다고 하더라. 내가 잘 못 걸으면 SW가 큰 일 날 수 있고, 잘 걸으면 SW가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산 대사 야설: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踏雪夜中去)/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不須胡亂行)/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今日我行蹟)/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되니(遂作後人程).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 사람마다 SW와 SW기업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것 같다. 조 회장이 생각하는 SW는 무엇인가

"기술 발전과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SW에 대한 정의가 확대되고 있다. 상용SW는 고객사가 사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이런 회사들이 국내에 많지는 않다. SW에는 SI업체도 포함해야한다. 넓게보면 플랫폼과 게임업체도 포함된다. SW 프래그래머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다 SW회사라고 생각한다. SW인력에는 기획, 테스팅, 운영 등이 다 포함된다. 10년후에는 SW를 하는냐 안하는냐, 이 둘로 구분될 거다.  프로그램 종사자까지 다 아우르는 협단체가 되려고 한다."

-국내 SW산업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옛날 보다는 국산업체가 외산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설립한 유라클만해도 그렇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IBM과 어도비를 물리쳤다.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우리가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제품이 우리와 경쟁이 안된다. 이런 국내 SW기업이 꽤 있다. 단, 해외 진출 에 있어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유라클도 마찬가지다. 국내 SW기업들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  동네서만 1등하면 내 인생도 재미가 없다. 게임이 언제부터 수출이 많아 졌나? 앱스토어가 만들어지면서다. 전세계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면서 게임 수출이 늘었다. 클라우드가 앱스토어가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취임식에서 인사말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클라우드가 국내 SW 수출을 늘려줄 수 있을까

"클라우드는 국내 SW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좋은 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민은 있다. 아마존, MS,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국산 사스 SW의 해외 진출이 늘겠지만 이게 맞는 방향인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협회내에 조만간 사스협의회(SaaS협의회)를 새로 만들 거다"

-사스 협의회를 만든다고?

"현재 협회내에 의료IT산업 등 7개 협의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사스 협의회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태스크포스를 이미 발족했다.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가 TF장이다. 협회 기업중 사스 관련 기업이 500개나 된다. 다음달 중 사스협의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국내 SW산업의 약점이 글로벌 기업이 없다는 거다. 글로벌 SW기업이 나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규제 개선과 VC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술 발전과 혁신적 아이디어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SW 분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또 국내 벤처생태계에서 대형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데 이는  대기업들의 직접적인 벤처투자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오픈이노베이션과 벤처에 대한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회장 취임사에서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20년만에 전면 개정한 SW진흥법이 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이 산업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게 발주자 및 기업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개선안을 건의하겠다. 특히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공정거래 환경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작년에 금융공공기관의 SW사업 불공정 계약 구조 개선 활동에 힘썼다. 올해는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문SW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침범하는 행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상생 협력 구조를 만드는데 적극 나설 예정이다. IT서비스, 상용SW, 정보보호, 신기술 등 4개로 구성된 SW업태별 분과위원회도 구성해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정책을 개발할 예정이다."

-공공, 금융, 플랫폼 등 세 분야에서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건가

"그렇다. 공공 분야는 분리발주 활성화, 공정한 과업 변경, 원격 개발 활성화, 적기발주 지원 등 이 네 분야에 집중한다. 최근 SW관련 협단체들이 모여서 이 네 가지에 집중하자고 뜻을 모았다. 금융은 금융회사가 만든 자회사 IT와 SW 기업간에 문제가 있다. 지난 2년간 공정위에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 했다. 올해 잘 지켜지는 지 지켜 볼 예정이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도 문제가 있다."

조 회장은 모바일SW 회사 유라클을 2001년 1월 설립했다.

-플랫폼 회사들은 어떤 문제가 있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자체 SW서비스를 확장함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 전문SW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최대포털 사업자인데 보안, 인공지능, 비즈니스앱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지닌 이들 온라인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방위적 사업 확장에 나섬에 따라 기존 전문SW기업의 시장이 침해되고 있다. 시장과 제품, 서비스 영역 침해 뿐 아니라 인력 유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회원사와 소통도 강조했다

"협회에 가입된 회원사가 9천개가 넘는다. 산업계 의견이 정부나 부처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 또 협회와 회원사간 스킨십 강화를 위해 가칭 'SW산업협회 100% 활용하기'라는 책자도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회원사 사업지원센터’도 신설 및 운영하겠다. 협회 사업은 물론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각종 지원사업 정보를 모아 제공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나아가 원하는 회원에게 적합한 사업을 매칭해주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협의회 중심으로 협업데이(콜라보데이)도 개최, 회원사 간 협력 강화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발굴 될 수 있게 하겠다. 나는 스타일이 (과거 회장들과) 다르다. 과거의 관행대로 협회를 운영하지 않고 과감히 오픈해 많은 이해당사자들을 끌어들이겠다. 그만큼 현재 시기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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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 발굴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내가 회장이 되면서 신규 임원이 새로 11명 들어왔다. 이중 처음으로 70년대생 임원들이 많이 선임됐다. 형따라 오지 삼촌따라 오지 않는다. 젊은 임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차세대 리더를 발굴할 수 있는 상생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