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불만 치솟는데...국회 논의 또 미뤄

23일 논의 안건에서 빠져…"독점문제 따져야" 비판 거세

방송/통신입력 :2021/03/22 17:39    수정: 2021/03/23 06:35

구글 인앱결제 독점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회는 법안심사를 또 다시 미루면서 인터넷기업을 비롯한 국내 디지털콘텐츠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오전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안건에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과방위 법안심사2소위는 위치정보법, 단말기 유통법, 방송법 개정안과 데이터기본법 제정안 등 27개 법안 심사만 진행키로 했다.


■ 법안심사 한발자국도 못 떼는 과방위

구글이 지난 해 타사 인앱결제 수단은 모두 퇴출하고 30%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자사 결제수단만 도입하기 하면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에 대해선 15% 수수료만 책정하겠다고 밝힌 뒤 법안논의가 다시 미뤄지는 분위기다.

국회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국내에서만 유예키로 할 때에도 법안심사를 미룬 적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 일부 인하 카드를 꺼내들자 또 다시 그 때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국회 과방위에서 인앱결제법 논의가 미뤄지는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국민의힘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을 밀어부칠 경우 통상 문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22일 구글 인앱결제 관련 토론회를 열고 “구글이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지만 사안의 본질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요지는 앱마켓의 불공정한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이고 수수료 문제는 부차적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 역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구글이 거대기업이 됐다고 스타트업을 잡아먹는 기업이 되는 점이 유감이다”며 “그런 구글과 똑같은 논리로 야당이 법안소위 논의를 거부하는데, 공청회까지 마친 사안을 법안심사 논의조차 못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 왜 구글이 수수료를 인하해줬다고 말하나

인앱결제법 입법 논의가 미뤄지는 가운데, 구글이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받아들이는 프레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준호 의원은 “구글 앱마켓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4위의 시장이다”며 “이렇게 큰 시장에서 구글이란 거대 플랫폼에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은 30%의 수수료가 15%로 인하된 것이 아니라 없던 15%의 수수료율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앱마켓에서 쓸 수 있는 여러 결제수단이 2~3%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15%의 수수료율은 구글 결제수단만 사용할 때 30%에서 반을 줄인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2~3%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다른 서비스를 못 쓰게 하면서 연간 매출 100만 달러라는 조건일 때 15% 수수료율, 그 이상 일 때는 30% 수수료율만 적용해 사실상 대폭 인상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홍정민 의원은 “구글이 제공하는 API와 결제 시스템만 쓰게 하면서 수수료율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 뿐이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를 시작하니 한국에서만 10월까지 정책 변경을 유예시켰다고, 수수료 인하를 7월로 앞당기면서 법안 논의를 저지시킬 수 있는 것도 구글이 독점을 남용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통상 문제가 아니라 독점 문제 따져야

구글의 15% 수수료 정책을 두고 쓴 소리는 이어졌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은 “연간 100만 달러 매출 조건을 따지면 다섯 명 정도로 이뤄진 스타트업이 월 1억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단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대부분의 기업은 15% 수수료 대상도 아닌데 국회는 계속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정박의 정종채 변호사는 “15%로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구글이 내세우는 것은 경쟁법 관점에서 독점자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혜적 호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큰 회사도 구글의 독점력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은 독점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앱마켓은 구글과 애플로 이뤄진 전형적인 이중독점(duopoly) 시장으로 볼 수 있는데, 듀오폴리 상태에서는 전략적인 협력관계가 성립되고 카르텔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애플이 먼저 15%로 수수료 일부를 낮추는 점을 제시하니까 경쟁법 용어인 의식적 병행행위로, 사실상 카르텔과 같은 행위로 똑같이 15% 수수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독점 문제에 눈을 감으면서 인앱결제법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통상 문제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오갔다.

한준호 의원은 “왜 갑자기 통상 문제를 거론하고 국제적 기준을 따지는지 모르겠다”며 “애리조나 주에서는 하원을 통과했고 다른 주에서도 같은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야당이 구글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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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채 변호사는 “한미 FTA 조항 위반이라는 구글의 주장과 같이 통상 갈등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독점 기업을 막겠다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글 유튜브 서비스에서 크리에이터 수익을 미국 세금으로 원천징수 이야기를 하면서 구글이나 미국은 자국 주권 행사를 이야기하는데, 왜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디지털 주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