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은행 지점과 직원은 사라지게 될까?

KB국민·신한은행이 그리는 미래 점포

금융입력 :2021/03/20 09:02    수정: 2021/06/03 16:14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금융 업무·상담을 위해 마지막으로 은행에 가본 게 언제인가요? 저는 2년 전 환전 신청한 외화를 찾으러 간 기억이 마지막입니다.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출 한도와 금리 조회가 가능한데다 연장도 모바일로 가능해지면서 은행 점포를 갈 일이 없어졌지요. 가까운 시일 내에 "나 때는 말이야 은행에 가서 이런 일을 했어"라는 꼰대스러운 기억을 어린 친구들에게 얘기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으로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발길은 줄어드는데 부동산(임대)과 직원 및 청원경찰 등 인건비, 시설 유지비를 현 규모로 언제까지 유지해야하느냐를 많은 은행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은행 지점과 은행 직원도 사라지게 될까요? 미래형 점포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략을 엿봤습니다.

■ 신한은행, 무인 점포서 올 뱅킹 서비스 구상

신한은행은 서울 서소문지점을 디지털 전략 체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 데스크'입니다.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 안에 스캐너·신분증 인식기·출력기·터치패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바일 뱅킹 '쏠'화면을 직접 보며 상담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미러링 기기도 들어와있습니다. 방 안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직원과 금융 상담과 추천·가입을 할 수 있지요.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지점에 위치한 디지털 데스크.(사진=지디넷코리아)

화상으로 연결되는 직원은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소속 직원입니다. 적금·펀드 가입도 가능합니다. 물론 대출 관련 상담도 할 수 있고요. 상품 브로셔를 화면에 띄울 수도 있고, 서류에 서명이 필요한 부분을 상담사가 짚어주기도 합니다. 실물 사람은 없지만, 사람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서비스입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데스크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금융 상담, 점포가 아주 협소하더라도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강성구 채널전략부 수석은 "간단한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고객들을 위해 고안한 서비스 방식"이라면서 "모바일 뱅킹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디지털 데스크에선 상담 직원과 함께 어떤 부분을 눌러야 하는지, 어떤 메뉴에 들어가는지 익힐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신한은행은 디지털 데스크를 확대하고 데스크에서 취급하는 업무도 확대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이 디지털 데스크는 은행 점포에 앉아있던 사람을 화상으로 만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지만, 화상 상담일지라도 자격을 갖춘 은행 직원이 필요하다는 점, 내부 전산망과 연결하는 복잡한 과정,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기들의 유지·보수 등과 같은 점은  신한은행이 좀더 고민해봐야할 부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지하 1층에 위치한 AI 체험관. 이 곳에는 AI 상담사를 볼 수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KB국민은행, 직원 대체할 AI 상담사 준비

KB국민은행은 좀더 독특한 실험을 준비 중입니다. 은행 직원이 아닌, 화상 속 은행 직원도 아닌 인공지능(AI) 직원의 상담 서비스입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서는 AI 직원 상담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아나운서 김현욱의 모습인 AI 상담원과 꼬마 아이 모양을 한 캐릭터가 한 화면에 배치되고, 다른 화면에서는 고객이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조작부 모니터를 통해 음성으로 '적금 찾아줘' 'IRP(개인퇴직연금)이 뭐니' 등과 같이 질문할 수 있고 원하는 메시지를 읽어달라고 입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KB국민은행 구태훈 AI혁신플랫폼본부장은 "현재는 김현욱씨의 모습이지만 딥페이크 기술로 은행에 근무하는 남녀 사원의 모습으로 배치할 계획"이라며 "캐릭터는 재미 요소를 위해 일정 이용객에게 옷을 바꿀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해 게임화도 고려 중"이라고 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AI 상담사를 점포 내 번호표를 뽑는 화면 내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번호표를 뽑으면 AI 상담사가 '무슨 업무를 하냐' '3번 창구로 가라'와 같은 안내를 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는 거죠. 청원 경찰들의 일이 덜어질 것으로 은행 측은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올해 모바일 뱅킹 앱 '리브'에 캐릭터 AI 상담사도 배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AI 상담사이건, 실제 사람이건, 아니면 화면 속 사람이건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KB국민은행이 잘 하면 지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도, 지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영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AI가 붙었다는 것을 눈여겨 봤습니다. AI 상담사는 KB금융지주가 자체 개발한 금융언어 학습 엔진 'KB 알버트'가 장착됐고 딥러닝 기반으로 굴러갑니다. 처음은 미숙할지 몰라도 AI 상담사를 자주 불러주게 된다면 더 똑똑해지고, 사람처럼 느껴지는 시점이 있을 겁니다. 개인 식별이 가능해진다는 전제 하에, 똑똑해진 AI 상담사는 어느 순간 이 고객은 이 시점서 '출금' 업무를 했다고 예상해, 오자마자 출금 창구로 안내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점포 대기 시간은 줄고 고객은 빨리 업무를 처리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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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하나는 자동화 기기(ATM)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두 개의 모니터만 있다면 은행 점포에 꼭 들르지 않아도 간단한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AI 상담사니 주말이나 야간 수당이 들지 않을 겁니다. 인건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ATM에 설치가 가능해지면 지점에 드는 비용도 줄겠지요.

그러나 AI 상담사는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KB국민은행이 가장 염두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혹여 잘못 처리되는 과정서 책임을 누가 물 것이냐도 심사숙고해야겠지요. 개인 맞춤형 서비스까지 가려면 ATM기기나 오픈된 곳에서 설치는 어려울겁니다. 또 AI 상담사가 안내와 간단한 상담이 아닌 금융 서비스 전체를 제공하는 시점이 온다면, 기껏 사람이 그리워(?) 은행에 들른 고객이 AI 상담사를 선택할지는 의문입니다. 구태훈 본부장은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AI 상담사의 풀 뱅킹 서비스는 고려해야할 것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