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규제권 놓고 정부 부처 ‘동상三몽’

과기정통부‧방통위‧문체부, OTT전담팀‧법제도 개선 주도권 다툼

방송/통신입력 :2021/03/12 15:50    수정: 2021/03/13 07:45

뉴미디어로 주목 받는 OTT 사업자의 규제 권한을 놓고 정부부처 간 세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OTT(Over The Top)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서비스인데 세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 디즈니를 비롯해 국내에는 웨이브, 티빙과 같은 사업자가 대표적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영상콘텐츠 소모가 증가하면서 기존 지상파방송, 케이블TV, IPTV와 같은 구 미디어 시장을 압도하고 있고, 당분간 OTT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4년 17조원이었던 OTT 시장규모는 2018년 46조원, 2023년에는 8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이처럼 미디어 시장의 트렌드와 시청자의 미디어 소비행태가 변화하면서 OTT 사업 영역을 진흥‧규제하려는 정부 간 영역다툼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부터 방송진흥정책관 방송진흥기획과 내에 OTT활성화지원팀을 꾸리고 진흥 위주의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공룡 사업자에 맞서 국내 사업자들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제 울타리에 있는 만큼 현행 법체계에 맞춰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진흥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올초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OTT업계 대표들을 만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측면에서 OTT 사업자에 대한 관할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이중‧중복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문체부의 경우 ‘OTT콘텐츠팀’ 구성‧운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안을 만들어 전담팀 신설을 추진 중이다. 조직 개편 없이 방송영상광고과 내에 ‘OTT콘텐츠팀(5급)’을 신설해 OTT 콘텐츠 정책과 현안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OTT 관련 영화 분야 제도개선을 담당하는 ‘영화-OTT(5급)’ ▲OTT-저작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저작권-OTT(5급) ▲OTT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방송영상-OTT(5급)’ ▲OTT 정책 지원(6급)으로 편제를 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역시 OTT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지상파방송 등 기존 시청각 미디어서비스의 공공‧공익성 저하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시청각미디어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과기정통부‧문체부 등이 개별적으로 소관 분야 시청각미디어 산업의 진흥‧규제를 추진해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있어, 시청각미디어서비스산업의 활성화와 공공‧공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법‧정책 추진체계를 뛰어넘는 새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국내 가입자 기반을 늘려가며 시장을 장악해 가는 상황에서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 해소나 국내 사업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규제 당국 간 권한 다툼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OTT에 대한 규제관할 논의는 이미 관련 부처가 모인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태이고, 차기 정부에서 방송에 관한 규제 일원화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각 부처의 밥 그릇 챙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마다 이현령비현령 같은 이유를 들어 OTT 사업자의 규제 권한을 가져가려는 포섭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중규제가 될 수밖에 없고 중구난방의 진흥‧규제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미디어를 통합하는 정부부처가 만들어진 뒤에 역할과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재에서는 이들 사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모든 산업은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규제를 최소하겠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지난달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온라인 플랫폼은 여러 부처가 관련이 있지만 과기정통부 입장은 최소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이는 방통위, 공정위, 문체부 등이 다 같이 모여 합의한 내용”이라면서 “과기정통부는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성장을 지원할 것이고, 공정위나 방통위는 사후규제를 다루는 부처이니만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OTT 업계는 최근 문체부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한 것도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입장만 반영했다며 이를 업계 길들이기 차원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고 정부조직 개편 없이 오다보니 내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처 간 규제권 관할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우리 미디어 생태계가 글로벌 기업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이들을 육성‧지원하는데 우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