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80년 뒤 국내 서식 생물 6% 멸종"

국립생태원 연구 자료집 공개…"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생태계 교란 불러"

디지털경제입력 :2021/03/11 12:13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방치한다면, 21세기 말 국내에 서식하는 생물 6%가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에 관한 연구 자료집을 11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동식물(5천700여 종), 내륙습지(약 2천500곳), 수생태계 담수지역(약 800곳), 갯벌(162곳)과 산림(6만여㎢)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됐다.

생태원은 21세기 말까지 '온실가스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와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할 경우' 등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해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 피해상황을 진단했다. 다시 말해, 1880년 대비 한반도 평균기온이 4.5℃를 넘어설 경우와 2.9℃ 수준으로 제한될 경우다.

우리나라가 감축 없이 온실가스를 현재대로 배출할 경우, 급격한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될 수 있는 생물종은 국내 조사 자료가 확보된 전체 약 5천700여 종 중 336종(약 6%)에 달했다. 

336종은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할 경우에 비해 5배 더 많은 수치다. 주로 서식지 이동이 쉽지 않은 구슬다슬기·참재첩 등 담수생태계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방치한다면, 21세기 말 국내에 서식하는 생물 6%가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자료=국립생태원
기후변화로 인한 외래종 확산 및 피해(내륙습지 지역) 예측결과. 자료=국립생태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주로 습지나 수생태계에서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일으킬 전망이다.

온도상승은 아열대·열대 지방에서 유래된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외래종의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는 기후환경을 제공한다. 예컨대, 뉴트리아에 의한 피해 예상 내륙습지 수는 온실가스 적극 감축 시 32곳과 그렇지 않을 경우 120곳으로 예상된다. 생태계 교란에 따른 피해 차이가 약 4배에 달하는 셈이다.

기후변화는 극한의 가뭄현상 발생건수도 증가시켜 내륙습지 소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 적극 감축 시 그 피해는 22곳에 그칠 전망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657곳의 내륙습지가 소멸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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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은 오는 12일 홈페이지(www.nie.re.kr)에 이번 연구 자료집 전문을 공개한다. 인쇄물은 이달 중 전국 유관기관과 도서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해 생태계의 피해를 중심으로 진단한 것이나, 이러한 피해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예측된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태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