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에 개인정보 필수?...전상법 개정안 뭐길래 인터넷 업계 '패닉'

인터넷기업·스타트업, 개정안 전면 검토 촉구..."디지털 경제 퇴행"

인터넷입력 :2021/03/08 15:51    수정: 2021/03/08 19:13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시장 상황에 맞게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고자 내놓은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이하 전상법)' 개정안을 두고 인터넷 기업들이 디지털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구제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지만, 플랫폼 중개자라는 이유로 과도한 법적 책임의 의무를 지게 돼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근마켓 등 개인간거래(C2C) 분쟁에 있어 플랫폼 측이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 논란도 일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천편일률적 규제를 통해 디지털 경제를 오히려 퇴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 시일 내에 법을 통과시키려는 정부 와 인터넷 플랫폼 측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면 개정안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이 차지하는 영량력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거래 관계를 저해하는 위협요인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전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상법은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운영자는 중개자라는 이유로 면책되는 한계가 있었는데, 공정위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만약 네이버나 쿠팡 등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생기는 문제에 대해 이들과 입점업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플랫폼 업계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상법 개정은 공감하지만, 핵심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와 소비자, 학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인다는 것 자체에 불만을 가졌다. 개정안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주요 골자만 뽑아서 간담회를 진행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스타트업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소비자 보호 방식은 외면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의 경우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거래 분쟁 발생 시 소비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플랫폼상에서 해결을 지향하고 당사자 간 직접 분쟁이 아닌 플랫폼의 중재역할을 강화해 오고 있다.

회사 측은 소비자 분쟁 해소 및 사기 대응을 위해 제3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오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상법 개정안에 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이 개인판매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해야 하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 분쟁 해결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개인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다를 때에는 개인판매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플랫폼도 개인판매자와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인간 전자상거래법 제29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누구나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개인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규정하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은 2천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개인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정보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쟁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가 취득한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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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국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전자상거래법이 개인에게 직접 분쟁해소의 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겨 일반 국민의 안전 침해는 물론 혁신 서비스 생태계 역시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간 거래 플랫폼 법안은 최초 신설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은 단 한 번도 없었던바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실제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소비자의 권리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지 않는 합리적 법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