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협·코스포 "공정위의 일방통행식 전자상거래법 개정 고쳐야”

"시대착오적 개정...천편일률적 규제로 디지털경제 퇴행 우려”

인터넷입력 :2021/03/07 12:16    수정: 2021/03/07 16:34

인터넷·스타트업 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전면 개정을 두고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협회)은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마친 상태로 지난 5일 입법예고 한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에 대해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위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열린 의견 수렴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 필요하지만 절차적 정당성 확보 실패"

먼저 협회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핵심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와 소비자, 관련학계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위가 개정안 준비 과정에서 총 21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협회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이 법 개정의 내용적·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모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협회 측은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을 종용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관련 업계와 2~3차례 간담회가 진행된 후, 관련 업계는 공정위에 개정안의 조문 공개 없는 간담회에는 응할 수 없음을 공문으로 전달하고, 이후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 세계적 흐름 역행...다양한 소비자보호 방식 무시"

협회는 또 개정안의 내용이 소비자보호의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디지털경제를 추동하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소비자보호 방식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 거래를 추동하는 수많은 스타트업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소비자의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안심번호 사용 실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제적인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해오고 있다.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거래 분쟁 발생 시 소비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플랫폼상에서의 해결을 지향하며, 당사자 간 직접 분쟁이 아닌 플랫폼의 중재역할을 강화해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공정위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소비자보호 방식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천편일률적 규제를 추진한다는 것이 협회의 시각이다.

협회는 “(공정위 규제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비자 권리보호 가능성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규제는 결국 디지털경제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현저히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자 고유 책임 범위 초과...산업 트렌드·소비자 편익도 외면"

나아가 협회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전자상거래법 규율 범위를 초과하고 사업자 고유의 책임 범위를 초과하는 내용뿐 아니라, 산업의 트렌드와 소비자 편익을 외면하는 등 문제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전자상거래법의 제정 취지와 규율 범위를 초과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정의(안 제2조 제5호)하는 내용부터 ▲현행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연대책임이라는 형태로 부당하게 확장하려는 내용(안 제13조 제11항, 안 제25조 제1항 등)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영업의 정지 등 행정행위를 공정위의 일방적 의심이나 우려에 따라 명할 수 있도록 한 임시중지명령 제도의 완화(안 제64조) 등 법체계상 문제점이 다수 확인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또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개인화 요구와 그에 따라 서비스를 개선해 가고 있는 사업자들의 혁신은 외면한 채 공통된 검색결과와 광고를 제공하도록 해 관련 산업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규제(안 제18조)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신판매업자의 위해방지를 위한 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연대해 부담하게 되는 경우(안 제20조, 안 제30조),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규 입점업체의 문턱을 높이거나 이미 검증된 입점업체와의 거래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될 것인바, 이는 결국 스타트업 규모의 입점업체가 중개플랫폼을 통한 시장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는 개인정보 침해"

협회는 또 신설된 ‘개인간 전자상거래법 제29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누구나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개인 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규정하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은 2천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개인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정보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분쟁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가 취득한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해야할 전자상거래법이 개인에게 직접 분쟁해소의 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겨 일반 국민의 안전 침해는 물론 혁신 서비스 생태계 역시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초 신설 법안인 만큼 의견수렴 제대로 해야"

협회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서 본인인증을 강제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법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 간 분쟁 해소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법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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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개인간 거래 플랫폼 법안은 최초 신설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은 단 한 번도 없었던바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면서 “실제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의 권리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지 않는 합리적 법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 준비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이해관계자의 의견들이 입법예고 기간 중에 많이 제출될 것”이라며 “공정위가 공개적으로 제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충분히 검토해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속적 혁신과 발전, 그리고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지금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해 올바른 개정방향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