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CISO가 화웨이로 간 까닭은

이준호 한국화웨이 CSO "화웨이 써야 한다면 직접 부딪혀보고 싶어”

방송/통신입력 :2021/03/04 14:26    수정: 2021/03/04 16:08

“화웨이로 이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존 서포크 화웨이 GSPO(Global Security & Privacy Officer)의 답이었습니다. 영국 MI6의 CIO였고 2010년 미 CBS와 실리콘닷컴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CIO였던 그에게 왜 화웨이에 입사하게 됐느냐고 질문을 했었죠.”

이준호 한국화웨이 CSO(Chief Security Officer)는 4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CIO포럼에 참석해 지난해 화웨이에 입사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 같이 운을 뗐다.

그는 “당시 존 서포크 GSPO로부터 영국에 화웨이 장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직접 그 회사에 들어가 안전한 보안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내가 화웨이에 온 이유다란 얘기를 들었다”며 “그것이 이직을 고민 중이던 나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호 한국화웨이 CSO(Chief Security Officer)

그는 삼성테크윈에서 시작해 다음, 네이버에서 CIO와 CISO로 근무한 보안전문가다. 센스톤(SSenStone)이란 스타트업에 공동대표로 참여했지만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카이스트 교수가 “당신은 대기업에서 IT와 보안을 가장 심플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그 능력을 살려라”란 조언을 듣고 다시 재취업에 나섰다.

실제, 그는 2006년과 2016년 한국CIO포럼이 선정한 ‘올해의 CIO’, 2014년 ISLA 아‧태평양 ‘고위 정보보안 전문가’, 2014년 ‘대한민국 올해의 CISO’에 선정될 정도로 검증된 보안 전문가다. 대기업에서 CIO와 CISO로 근무하면서 안팎에서 그의 재주를 인정했다.

이준호 CSO는 “화웨이 이직을 고민했지만 중국과 화웨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 때부터 중국과 화웨이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가별 GDP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이 20조4천941억 달러로 1위, 중국이 13조6천82억 달러로 바로 뒤다. 3위부터는 격차가 크다. 일본과 독일이 각각 4조9천709억 달러, 3조9천968억 달러로 3, 4위다. 한국은 1조6천194억 달러로 12위에 랭크돼 있다.

화웨이는 같은 해 매출이 8천588억 위안(약 148조9천500억원), 종업원은 9만6천명, R&D(연구개발)에는 1천317억 위안(약 22조9천300억원)을 투자했고, 매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간 12조원의 부품을 사들이고 있는데 대부분을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고 디스플레이도 구매한다. 대중국 수출의 6.6%를 차지하는 수치다.

화웨이에는 전 세계에서 2천300명의 보안 인력이 근무하고 있고 모두 독립예산으로 운영되며 미국과 영국의 보안표준을 바탕으로 12단계의 보안 보증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 수장을 앞서 언급한 존 서포크 GSPO가 맡고 있다.

이준호 CSO가 공부한 것들이라며 간략하게 설명한 중국과 화웨이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네이버에 근무할 때 내부에서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No’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화웨이 역시 ‘No Go’ 시스템이 있다”면서 “백도어 해킹에 대한 이슈도 개발과정에서 취약점이 많기 때문에 어느 통신사든 문제에 노출돼 있고 창업자가 백도어가 발견된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했고 나 역시도 그런 문제가 발생된다면 창피해서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호 CSO는 “다음에 근무할 때 30대에 본부장을 맡았었는데 화웨이는 정년퇴직이 45세로 대부분의 직원이 젊다. 바이두나 텐센트 역시 비슷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면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 소유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상장이 안 된 유한회사로 10만명의 직원이 결산이 끝나면 배당을 받는 종업원 지주회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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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어텍스를 개발한 W.L 고어&어소시에이트 역시 종업원 지주회사”라고 덧붙였다. W.L 고어&어소시에이트는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8년간 연속으로 선정된 기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중 패권 경쟁에서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 보도들 때문에 화웨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데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