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공급망 재검토…국내 업계는 '일단 환영'

바이든, 韓·日 등 '동맹국 협력 강화' 언급…LG-SK 소송에도 영향줄까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21/02/26 11:21    수정: 2021/02/26 15:20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급에 문제가 드러난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검토에 나선 것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전기차배터리와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산업분야에 대한 현지 공급망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검토 기간은 이날부터 100일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필요한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수 있도록 이전의 행정명령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동맹국과 협력하는 방안과 특정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 확산 여파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수급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처음엔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문제였지만, 바이든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공급난을 겪는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도 전면 검토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전기차배터리와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대한 공급망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ZDNet

韓 3사 배터리 의존도 커지나

국내 업계는 미국이 공급망 검토를 통해 중국 제품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이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에 기대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도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면서 현지 배터리 공급망에 누구보다 일조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으로선 위협적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배터리 수요 측면에서 중국에 이은 2위 시장이지만, 유럽시장과 함께 앞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전기차 등 수송분야서 자국 내 수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국 배터리 업체가 현지에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겠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차선은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의 배터리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인데, 국내 3사나 일본 파나소닉 등에 자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CAPA) 확대를 요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LG-SK이노 소송 美 대통령 거부권, 조지아 공장이 변수

이번 공급망 검토가 LG와 SK의 미국 전기차배터리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LG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된 양사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 제고를 위해 거부권을 꺼내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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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 측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60일간의 심의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판결은 즉시 발효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1·2공장의 가동도 불투명하다. SK로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앞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