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전금법 개정안 쟁점은?

청산·종합지급결제 라이선스 두고 정책기관 및 노조 충돌

금융입력 :2021/02/24 14:05    수정: 2021/02/24 14:05

달라진 금융 환경에 대비한다는 취지서 입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에 대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수위 높은 발언을 던지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24일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금법 개정안의 규제를 받는 주요 사업자인 빅테크·핀테크와 기존 금융사 간 입장도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라 전금법 개정안에 진통이 예상된다.


■ 쟁점 1. 빅테크 내부거래 외부청산


"지급결제에 대해 금융기관의 청산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 보호는)다른 수단으로 가능하다.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을 감독당국이 컨트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내부거래 외부청산은) 빅브라더 문제에서 피할 수 없다고 본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의 빅브라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한 것 같다. 화가 난다. 지금도 자금 이체를 하면 금융결제원으로 다 정보가 가는데 그렇다면 금융결제원이 빅브라더라는 것이고, 금융결제원을 관장하는 한은은 스스로가 빅브라더라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다."-은성수 금융위원장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핀테크의 내부거래 외부청산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가 거듭 과격한 단어를 써가며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핀테크의 거래 외부청산은 전금법 개정안 중 '전자지급거래청산시스템'으로 표현되어 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서 충전한 선불충전지급수단(포인트·머니 등)를 활용해 고객 간 거래가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서도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금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해 온 주요 주체이며,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더라도 청산은 발권력을 보유하고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이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산은 서로 다른 금융기관 간 이뤄지는 거래를 수월하기 위해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정산하는 개념"이라며 "핀테크의 내부거래는 인 하우스 거래(In house transaction)이자 회사 내부 원장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청산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금융기관이 파산 시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 기능하기 때문에 지급·결제·청산을 중앙은행이 담당하는 것인데 전자지급거래청산시스템에 빅테크의 모든 거래를 청산하고 이를 금융위가 감사·감독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내부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도 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추후 개인 사생활 침해까지 갈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 측 주장이다.

금융위는 빅테크 파산 시 내부거래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 금융위 이한진 전자금융과장은 "A은행서 B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해도 B은행으로 돈이 갈 것이다라는 신뢰는 정부가 중앙은행 지급결제제도로 관리하기 때문"이라며 "은행 수준의 규제가 이뤄진다면 (전금업자에게도) 신뢰가 구축될 것이라고 본다. 청산은 이용자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지디넷코리아)

핵심 키워드인 '청산'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 어느 쪽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빅브라더나 소비자 보호 등을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금융노조는 두 정책 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청산이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개인 정보 보호 이슈와 전혀 무관한 기관임에도 '빅브라더'를 운운하고 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인데 목적을 위해 논리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 예탁금 외부 유치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들이 이미 포함됐는데 금융위가 청산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최재영 금융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정책 기관이 법 개정안에 대해 업권 간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데 오히려 두 기관이 싸우고 있다"며 "금융결제원은 합의안을 이행할 것이긴 하지만 핀테크만을 위한 별도의 제2의 청산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뉴스1)

■ 쟁점 2. '네이버 특혜법'?


전금법 개정안서 핀테크의 모든 거래 청산이 연일 거론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업권에서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결)'와 '후불결제'가 더 쟁점이 되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전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빅테크인 네이버파이낸셜 등의 사업구조를 유리하게 해주는 행위라며 '네이버 특혜법'으로 정의한 상태다.

특히 종지결과 후불사업의 경우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에 벗어나며, 더 나아가 기존 금융사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단초라고 보고 있다. 핀테크 사업자에게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춰 무분별한 금융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지결 라이선스 취득 시 지급 결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지급 계좌 발급 권한을 가질 수 있으며, 후불결제업도 가능하다.

금융노조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장은 "후불결제업은 사업자 신용으로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상회하는 돈을 대리지급하는 형태인데 이는 은행 여신 기능과 비슷하다"며 "공격적이고 리스크가 커서 제2, 제3의 카드대란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또 진 지부장은 "기존 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 기준인 원금 보장성과 즉시결제성을 최우선으로 담보하고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데 전금법 개정안의 전금업자는 그렇지 않다"며 "2019년 한 해에만 은행서 2천300여명이 떠났고 2020년에는 2천5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이 있었다. 핀테크와 빅테크 업체의 무분별한 금융업 진출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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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금융노조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반대 목소리를 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금융노조)

핀테크 업계에선 전금법 개정안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들면서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채널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서 기존 금융권에게도 포함되는 법 내용"이라며 "현행 전금법은 모바일이 없었을 때 만들어진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종지결 사업에 대해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도 없으며 법안에 소비자 보호 이슈 등 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핀테크 업무의 흐름을 봤을 때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내부적으로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